맑은 머리
[작가 미상의 글 '윤문'] 밤꽃 향기의 전설
6월 초부터 피는 밤꽃의 향기는 특이한 냄새를 풍긴다. 옛날에는 남자들의 정액 냄새와 비슷한 이 냄새를 ‘양향(陽香)’이라 불렀다. 이 냄새에 취하여 부녀자들의 자세가 흔들릴까봐 밤꽃이 필 무렵이면 부녀자들은 외출을 삼갔고 과부는 몸가짐을 더욱 조신하게 처신했다. “혼인으로 부부의 연을 맺었지만 나라에서 필요로 하는 큰 인물이 될 때까지 부부관계를 잠시 접고 한양에 올라가서 공부를 하세요. 저는 친정에서 그림공부나 하며 서방님의 입신양명을 기다리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80년 전. 아내의 청을 받아들여 한양으로 공부하러 간 선비가 있었다. 혈기왕성한 나이에 아내와 떨어져 공부에 전념하던 선비는 꽃같이 예쁜 아내가 보고 싶어 아내와의 10년 약속을 어기고 처가를 찾아가는 길에 강원도 평창 대화의 한 주막에서 하룻밤 묵게 되었다. 지금이야 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뚫려 서울에서 두어 시간이면 가지만 그 시절에는 강릉에서 서울을 오가는 선비들은 진부에서 하룻밤을 묵고 아흔아홉구비 대관령을 걸어서 넘어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