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고려대 윤성학 교수

윤성학 교수
윤성학 교수

조국 교수 딸의 논문 소동을 보면서 한국의 입시제도를 다시 고민합니다. 우리 입시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저는 내신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내신 때문에 지금 학교가 얼마나 무너지고 있는지를 아시면 깜짝 놀라실 겁니다. 일반고는 지금 내신 1등급 학생에 몰빵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방치합니다. 학생들은 서로가 친구가 아니라 내신의 경쟁자라서 대화도 없는 실정입니다. 고등학교 친구가 평생 친구인데 잘못된 제도 때문에 친구 하나 제대로 못 사귀고 졸업하는 실정입니다.

게다가 수시와 특례 제도는 형편성의 문제를 초래합니다. 결국 정보와 돈이 있는 사람이 이 게임의 승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조국 교수처럼 의도는 없었지만 그가 가진 배경만으로도 일반 사람은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특권을 누리게 됩니다. 저는 특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교수 자제 중에서 농어촌 특례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여 ...진짜 농어촌 자제는 좋은 대학에 오지도 못 하는 상황입니다.

저는 그 대안으로 중국의 입시제도인 가오카오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가오카오는 중국판 대학수학능력시험입니다. 이 시험은 1952년에 시작되었으며, 문화대혁명 기간(1966~1976)에는 정치적인 이유로 폐지됐다가, 1977년에 재개되었습니다. 평생 학교에 가보지도 못한 덩샤오핑이 이 제도 부활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습니다. 덩샤오핑은 중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홍’이 아니라 ‘전’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지요.

중국의 고등학생은 오직 이 시험 하나만으로 인생이 결정됩니다. 한국처럼 학생부 종합이나 특례입학, 내신이 없습니다. 재수는 사실상 힘듭니다. 대학의 학생 선발도 내신과 학생부 종합은 전혀 보지 않습니다. 오직 가오카오 성적만 봅니다. 단, 소수민족에 대한 특혜는 있습니다. 중국 명문대학은 지역 할당제라서 예를 들어 티베트 학생이 낮은 성적으로 명문대학에 입학할 수 있습니다. 조선족은 똑똑해서 소수민족 중 가산점이 가장 적게 받는다고 합니다.

사진=윤성학 교수
사진=윤성학 교수

가오카오 시험은 60% 이상이 서술형 시험입니다. 한국의 수능처럼 문제를 꼬으지 않아도 변별력이 생깁니다. 특히 작문의 경우 750점 만점 가운데 무려 60점입니다. 작문시험에서 만점을 받는 경우 다른 과목 성적과 무관하게 본인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습니다. 한국처럼 굳이 또 논술 시험을 칠 필요가 없이 모든 학생들이 글쓰기 훈련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의 새로운 교육 모델로 자꾸 유럽으로 나가는데 저는 옳지 않다고 봅니다. 중국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과거제도를 실시하고 수천 년 동안 인재를 선발한 경험이 있습니다. 유럽은 고작해야 200년 정도입니다. 특히 청나라는 과거의 공정성을 훼치는 부정행위는 사형으로 엄하게 다스렸습니다. 공정성을 목적으로 한다면 저는 중국의 가오카오 제도를 적극적으로 검토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입시제도는 누더기가 되었지만 가오카오는 지난 50년 동안 큰 변화가 없습니다. 그만큼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한다는 것입니다. 고려대가 상대평가를 없애서 나서 학생들 사이의 관계가 훨씬 좋아졌습니다. 저는 내신 제도는 빨리 없애는 게 고등학교를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도 내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왕따나, 소수 엘리트 몰아주기, 자퇴 문제는 한국보다 훨씬 나은 것처럼 보입니다.

저작권자 © 자연치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