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 교수]

조기숙 교수
조기숙 교수

문재인 정부가 외교부문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는 데 비해 가장 취약한 부문이 부동산과 교육정책이라고 생각한다. 대다수 국민들의 실생활과 가장 밀접한 영역이란 점에서 민주당에서 깊은 관심을 가지고 견제가 필요하다.

나는 <대통령의 협상>에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하면서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 중엔 기존 아파트 가격에 거품을 만드는 분양가 통제를 하라는 요구도 당연히 들어있다. 강북 아파트의 시세가 평당 2천 수준인데 3천에 분양해 주변 아파트 시세도 덩달아 올렸기에 했던 제안이다.

그런데 정부는 여기에 한 술 더 떠 민간택지에 아파트를 주변 시세보다 낮게 공급하겠다고 한다. 이 정책은 당장 재건축아파트의 가격상승을 누르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중기적으로는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 동안에는 가진 재산에 따라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면, 장기적으로 부동산 문제는 여전히 남겨두면서 이제는 재산과 운에 의해 양극화를 가속화시키게 될 것이다. 이런 결과가 과연 공정과 정의를 추구하는 정부가 할 일인지 의문이다.

<재건축만 죽이면 새아파트는 폭등해도 되는가>

최근 강남에 다녀온 부동산 전문가인 후배가 너무 화가 난다고 말한다. 자고 나면 새 아파트가 몇 억씩 오른다는 것이다. 민영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를 예고한 후에 벌어진 풍선 효과이다. 어차피 장기 무주택자가 아니면 새아파트를 분양받는 건 쉽지 않고, 재개발과 재건축 단지는 현정부 임기가 끝날 때까지 계획을 미루게 될 가능성이 높으며, 공급이 측소되면 기존 아파트가 오를 것이란 예상은 당연하며, 풍부한 유동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새아파트에 투자하지 않겠는가. 이런 식으로 개인의 재산권을 제한할 것이면, 차라리 1가구 3주택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라고 말하고 싶다.

아마도 정부에서는 분양아파트의 분양가를 주변시세보다 싸게 공급하면 새아파트의 거품도 빠질 것이라 기대하겠지만 그렇게 분양했던 MB의 보금자리주택은 결국 주변시세를 따라 올랐다. 주변 시세는 시장에 의해 형성된 것인데 정부가 주변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를 유지해서 어떤 공적 가치가 있는지 그 목적을 알고 싶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헛된 로또 아파트의 꿈보다 획기적인 공적 가치 도입해야>

요즘 주위엔 새아파트 당첨을 위해 집을 팔고 대기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는데 이들이 전세값을 떠받져 결국 또 집값이 오르는 요인이 될 것이다. 앞으로 우리 경제가 글로벌화될수록 서울은 집값이 더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어차피 토지는 한정되고 이곳에 살고 싶은 사람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인구가 줄어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음을 다른 모든 선진국에서 목격한 바 있다. 이런 사실을 대다수 국민이 알고 있다.

학령인구가 절반이 되도 서울대를 향한 입시 전쟁은 크게 완화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교육과 부동산에 발상전환을 통해 획기적인 공적 가치를 도입하지 않고, 지금처럼 대증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들면 다람쥐 쳇바퀴를 돌 수밖에 없다.

지금 재건축, 재개발에 대한 욕구는 오로지 투기 욕망이 아니다. 새로운 아파트와 기존아파트에서의 삶의 질이 너무나 다르니 높은 삶의 질에 대한 욕구에서 나온다. 따라서 재건축, 재개발을 억압할 게 아니라 순조롭게 이뤄지도록 일정표를 짜서 향후 공급계획을 국민과 공유하고 가능한 새아파트의 공급을 늘리는 것이 단기적으로도 부동산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기존에 재건축, 재개발 대상 주택에 살던 사람들, 높은 대가를 치르고 이를 취득한 사람의 기득권을 침해해서 그렇지 못한 일부 소수에게 그 이익을 나눠주는 건 정부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로또아파트에 당첨되는 사람도 결국은 어느 정도 재산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서울에 영구임대아파트 확대해 집값 안정, 계층통합 이뤄야>

정부가 사회주의식 부동산 정책을 도입하지 않는한, 시장원리를 존중하는 수준에서 개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시장의 역습이 있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주변시세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 그래도 새아파트는 기존 아파트보다 오를 것이다.

재건축, 재개발의 초과이익 환수로 헷갈리게 하지 말고 임대아파트로 기부채납을 받으면 어떨까. 서울시는 이미 그런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우리는 장기임대아파트 거주자에게 분양을 해줌으로써 분양가 문제로 정부와 입주자간 시비가 붙는데 외국의 임대아파트는 대부분 영구적이다. 목돈이 없는 세입자에게 몇 년간 거주할 기회만 제공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임대와 자가 아파트를 분리할 것이 아니라 몇 호가 임대인지도 모르게 재건축, 재개발 아파트의 30% 정도를 기부채납 받아 비교적 젊은 세대에게 5-6년 정도 도약의 발판을 만들어주면 어떨까. 임대아파트의 확대만이 전월세를 안정시키고 집값을 안정시키게 될 것이다. 임대아파트는 저소득층용이며, 관리도 안되고 경관을 헤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다양한 계층이 같은 시설에서 혜택을 공유하면 계층통합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대통령의 협상>에서 제시한 부동산 정책 대안은 한꺼번에 도입해야 효과가 있는데, 이렇게 선택적으로 분양가 상한제만 시장원리를 거스르는 방향으로 도입한다면 성공하기도 어렵고, 공적 가치를 찾기도 어려울 것이다.

덧붙이는 말: 분양가상한제 민영아파트인 은평뉴타운에 살아봐서 아는데 층간소음 심각하고, 겨울엔 결로로 세탁기도 돌릴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제 제발 백년 가는 아파트 좀 건설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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