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저자 인터뷰(2)]
홍대식 연세대 공과대학 학장
‘공학의 눈으로 미래를 설계하라’
연세대 공대 교수 22명과 함께 출간

(인터뷰 연재 순서)
(1) 공학 책을 청소년 일반인 눈 높이에 맞춰 발간한 사연
(2) 이공계 연구원을 드라마 영화 주인공으로 설정하라
(3) 공대 오려면 고교서 물리II까지 공부하는 게 좋다
(4) 바야흐로 융합의 시대, 연세대 공대는 이렇게 준비한다

'공학의 눈으로 미래를 보라'
'공학의 눈으로 미래를 보라'

[편집자 주] 일본 경제산업성은 7일 한국을 수출관리 상의 일반포괄허가 대상인 이른바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했다. 이것은 ▲강제징용 노동자의 배상판결, ▲일본 자위대 항공기 접근에 따른 레이더 사용 여부 논쟁, ▲위안부 문제 및 일왕의 사죄요구 발언,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등에 관한 일본의 누적된 불만이 배경에 깔렸다.

한국은 이번 사태의 대책으로 당장 급한 불을 꺼야 하겠지만 근본적으로 한국이 기초과학기술 개발에 더 투자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실제로 일제강점기에서 해방된 지 7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한국 산업구조가 일본에 종속돼 있다. 당장의 정책적 대응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한국 자체의 산업경쟁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이것을 뒷받침할 과학기술 인재양성방법을 어떻게 획기적으로 개혁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일본의 무역 보복 사태에 즈음하여 최근 주목 받는 책이 있다. 연세대 공과대학(학장 홍대식) 교수 22명이 발간한 ‘공학의 눈으로 미래를 설계하라’[(株)해냄출판사]란 책이다. 이번 사태를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지난 3월, 공학의 흐름과 중요성을 담은 책을 출간해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기초과학기술 및 공학의 중요성을 청소년과 일반인 눈높이에 맞춰 소개한 점이 돋보인다.
책 발간을 이끈 홍대식 학장을 6월 27일 연세대 신촌교정 공과대학 학장실에서 90분간 취재한 뒤 이메일로 수 차례 추가 인터뷰를 했다. 한 꼭지로 정리하기에는 중요한 내용이 많아 네 차례로 나누어 연재한다.

홍대식 연세대 공대 학장.
홍대식 연세대 공대 학장.

“이공계 연구원(엔지니어)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있나요? 없잖아요. 공학 쪽으로 ‘이야기’를 좀 만들면 좋겠어요. 삼성전자가 휴대전화를 만들어 전 세계에 퍼뜨렸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무척 훌륭한 소재를 다 놓치고 있어요.”

홍대식 연세대 공대 학장은 드라마나 영화 주인공 대부분이 의사나 법조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보니 우수한 청소년들이 이공계 연구원으로 진로를 설정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공학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는 학생들이 부모의 욕심이나 고정관념에 따라 ‘묻지마 의대 지원’을 한다는 지적이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려면 이공계 연구원들을 좀 더 조명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과학기술 발전을 도외시하면서 일본을 이길 수 있겠습니까?”

홍 학장은 시청률을 위해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가 필요하다는 점은 이해한다고 했다. 하지만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인재육성 측면에서 이공계 연구원들의 활약상을 소개하는 작품이 나오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물론 홍 학장은 과학기술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려면 문과와 이과 출신들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공계 출신들의 직관과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는 인문사회 전공자들의 협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제(아이템)을 끌어내는 것은 과학기술연구원들입니다. 그런데 그림을 그리는 일은 인문사회 전공자들이 더 잘합니다. 이들이 서로 협력하면 좋겠지요.”

홍 학장은 이공계 연구원들이 만든 세상에 이야기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은 인문사회 전공자들이라고 강조했다. 인문사회 전공자들이 오히려 세상을 꾸려나갈 수 있는 더 큰 인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하고자 하는 것들을 그들의 관심과 재능에 따라 지지해 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인문사회가 적성에 맞는 학생들은 그 분야에서 뻗어나가도록 독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공학도들과 인문학자들과의 융합이 필요합니다. 모순적이게도 요즘 취업을 이유로 인문 성향을 지닌 학생들도 공대로 진학하려고 합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각자 성향을 잘 파악해서 진로를 선택하면 됩니다. 이공계 성향의 학생들과 인문사회 성향의 학생들이 합력하여 융합 사회를 만들기를 바랍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홍대식 학장에게 청소년들에게 전해 주고 싶은 도움말을 들려 달라고 했다.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해야만 한다”고 간단하게 답변했다.

“지역의 도서관 강의에서 앞으로 무슨 공부를 해야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대학 입시와 관련해서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물어본 것임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공학에 맞지 않는 일부 학생들도 감안하여 (취업을 위해 이공계로 가라는 말 대신) 하고 싶은 걸 하라고 권유합니다.”

홍 학장은 “가장 재미있는 걸 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수학이 재미없다면 수학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된다”고 밝혔다.

“시 쓰기를 좋아하면 시를 쓰고, 책을 좋아하면 책을 읽고, 그림을 좋아하면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과학기술연구원들만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건 아니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사회에서 각자 맡아야 할 일이 있는 겁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입시가 너무 강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수학이 재밌냐’고 질문하면 3분의 1 정도만 고개를 끄덕입니다. 입시 때문에 억지로 수학을 공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홍대식 학장은 “인문사회 성향이 강한 학생들에게는 (전망이 좋다는 이유로) 무작정 공대로 진학해 보라고 하지는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공대에 진학했지만, 공대 과정을 이수한 후 뒤늦게 인문사회에서 다시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홍대식 학장은 중고교 교사들에게도 당부를 했다.

“(책도 열심히 읽게 해야겠지만) 과학영화를 많이 보게 하면 좋겠습니다. ‘해리포터’나 ‘아바타’ 등 영화에서 나오는 상상력이 이공계 연구원들에게는 좋은 아이디어가 됩니다. 글도 잘 쓰게 하려면 창의력과 상상력이 필요한데 과학영화를 감상하면 도움이 될 겁니다. 결국 우수한 인재는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입니다.”(이어서 계속)

공학의 눈으로 미래를 설계하라’는 어떤 책?
공학의 눈으로 미래를 설계하라’는 연세대 공대 교수 22명이 참여했다. 이 책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간-사물, 사물-사물 간의 ‘연결’과 학문과 산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을 지향하는 4차 산업혁명을 개략적으로 소개했다. 또, 공학이 그것을 어떻게 주도하고 뒷받침하는지 알려주었다. 5G로 나아가는 모바일 혁명에서부터 컴퓨터처럼 보편화된 로봇의 개발까지, 인간을 배려하는 지능을 갖게 된 거주공간부터 평범한 생활용품이 첨단의 소재로 재탄생하는 과정까지, 상상을 현실로 바꿔가는 다양한 기술의 이면을 소개했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연결의 혁신을 통해 각 영역 간 장벽이 어떻게 사라지고 재편되고 있는지 살폈다. ▲2장은 지능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최근의 이슈들을 인공지능, 기계, 건축 등의 분야에서 소개하였다. ▲3장에서는 과학지식 및 기술 혁신과 관련된 보다 근본적인 내용이 등장한다. 인간의 인식능력, 메타물질, 유전자, 소재, 에너지와 관련된 최근의 기술적 추세와 관심사를 접할 수 있다. ▲4장에서는 질문의 전환을 통해 건축, 컴퓨터, 생태계, 신기술 등 지금까지 익숙했던 개념들을 새롭게 바라보고 있다. ▲5장에서는 오래 전부터 탐구되어 왔지만 최근 새로운 방식의 솔루션을 활발히 모색하고 있는 화학공정, 도시 물 관리 변화 등을 다뤘다. 또한 책의 결론처럼 기술이 주도하는 앞으로의 공학 및 기술 발전과 함께 우리가 놓쳐선 안 될 사회적 윤리적 합의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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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정문 근처 전경
연세대 정문 앞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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