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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의 소원은 통일...한 단락엔 한 가지 주제만 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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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의 소원은 통일...한 단락엔 한 가지 주제만 담자
  • 김태수 기자
  • 승인 2019.12.01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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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를 위한 김태수 기자의 글쓰기 특강7]

[편집자 주] 글쓰기 전문매체 '글쓰기'에서는 언론출판인 김태수 대표(출판사 엑스오북스)의 '초보자를 위한 글쓰기 특강'을 연재합니다. 시공주니어에서 출간한 '글쓰기 걱정, 뚝!'에서 요약 발췌한 내용을 주 1회 소개합니다. 김태수 대표는 중앙일보NIE연구소, 동아닷컴, 국민일보, 스포츠조선 등 신문사에서 20년 동안 일했습니다. 한동안 중앙일보 공부섹션 '열려라 공부' 제작을 지휘했고, 특히 글쓰기 교육에 관심이 많아 논술 학습지 '퍼니', '엔비', '이슈와 논술' 등의 편집 총책임자로 일하면서 학생들에게 글쓰기 비법을 직접 전하기도 했습니다.

 

문단은 방과 비슷하다고 했지요? 문단을 잘 구성하는 일은 방을 잘 꾸미는 것과 같습니다. 그럼 좋은 방은 어떤 방일까요? 용도에 맞아야 겠지요. 공부방이면 공부하기 좋게, 주방이면 조리하게 좋게, 침실이면 잠자기 좋게 만들어야 합니다. 공부방에 식탁, 싱크대, 소파를 죄다 갖다 놓아서야 공부방 구실을 제대로 하겠어요?

문단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의 문단은 하나의 생각 곧, 하나의 주제만을 다룬다고 생각하세요. 주제와 관련 있는 문장만 남겨 두고 다른 것은 버리세요. 다시 강조합니다. 공부방에 식탁과 싱크대, 소파 같은 것을 둬서는 안 됩니다.

문단 하나를 직접 써 보면서 알아볼까요? 여러분은 코가 예쁜가요? 좀 느닷없죠? 김 기자는 코가 못생겨서 콤플렉스가 있거든요. 재미삼아 내 코는 참 못생겼다.’란 소주제문으로 문단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여기서 뒷받침 문장을 만들려면 두 가지를 신경 써야 합니다. ‘못생겼다입니다. , , 귀가 아니라 코에 잘생겼다가 아니라 못생겼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겁니다.

내 코는 참 못생겼다. 보기에 불편할 정도다. 콧등이 낮은 데다 왼쪽으로 코가 휘었다. 이렇게 못생긴 코도 드물다.

소주제문의 내용이 잘 드러났나요? ‘보기에 불편한 정도다.’, ‘이렇게 못생긴 코도 드물다.’란 문장이 새로운 정보를 전혀 주지 못합니다. 그저 표현만 바꿔 못생겼다는 말을 반복할 뿐이죠. 하나의 문단이 제 역할을 하려면 중심 문장 곧, 소주제문의 내용을 독자에게 충실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뭔가를 말하다가 중간에 멈추면 안 되지요. 새로운 내용 없이 앞에서 한 말을 반복해도 곤란합니다. 이런 점에서 위의 문단은 완결성을 갖추지 못한 셈입니다. 소주제문을 구체적으로 풀어 주기 위해 예를 들지도, 비유와 인용을 하지도, 논리적으로 설명하지도 못했습니다. 다음 문단은 어떤가요?

내 코는 참 못생겼다. 우선 콧등이 너무 낮다. 안경을 쓰는 데 불편할 정도다. 게다가 코가 왼쪽으로 휘었다. 얼굴이 비뚤어진 것처럼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콧구멍은 또 왜 그렇게 작은가? 커다란 종이 위에 작은 점을 찍어 놓은 것 같다. 좀 과장하자면 홓브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 호흡을 못하면 살아가기 힘든데 말이다. 그래도 내 코는 옆에서 보면 제법 오뚝하다. 또 코와 달리 눈은 동그랗고 커서 나름대로 조화를 이룬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앞 문단 보다는 코의 생김새를 훨씬 더 구체적으로 묘사했습니다. 콧등이 낮다, 왼쪽으로 휘었다, 콧구멍이 작다고 말이죠. 얼마나 낮고 휘고 작은지도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 그럼 이 문단은 온전한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좋은 문단이 갖춰야 할 조건 가운데 하나인 통일성을 잃고 있으니까요. 중심 내용과 어긋날 뿐 아니라 연결되지 않는 뒷받침 문장이 있거든요. ‘호흡을 못하면 살아가기 힘든데 말이다.’라는 문장은 코가 못생겼다는 주제와 상관없는 내용입니다. 과감하게 빼야지요. ‘그래도 내 코는 옆에서 보면 제법 오뚝하다.’ 는 어떤가요? 못생겼다는 말을 뒤집는 내용입니다. ‘또 코와 달리 눈은 동그랗고 커서 나름대로 조화를 이룬다.’란 문장도 문제입니다. 코만 얘기해야 하는데 눈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눈에 관해 할 얘기가 더 있으면 차라리 다른 문단을 만드는 게 낫습니다.

좋은 문단이라면 앞에서 지적한 완결성, 통일성과 함께 일관성도 갖춰야 합니다. 일관성이란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은 성질을 말합니다. 문단에서는 여러 문장이 일관된 질서와 논리에 맞게 연결돼야 합니다.

일관성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방법은 많습니다. 먼저 접속어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앞뒤 문장을 매끄럽게 이어 주는 겁니다. 앞 문단에서 우선, 게다가, 또 같은 접속어()를 사용했듯이 말입니다. 앞에 나온 말을 대신하는 지시어를 사용해도 좋겠죠. 문장의 연결 고리 노릇을 하니까 내용이 긴밀하게 이어집니다.

비슷한 내용을 다른 표현으로 강조하는 것도 일관성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콧등이 낮다.’와 내용이 비슷한 문장 안경을 쓰는 데 불편할 정도다.’를 덧붙이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처럼 좋은 문단의 세 가지 요건 곧, 완결성, 통일성, 일관성을 두루 갖추기는 쉽지 않습니다. 자주하는 얘기지만 생각은 제멋대로 움직이려는 성질이 있어서 제 주인의 말을 잘 듣지 않거든요. 글을 많이 쓰면서 생각을 모으고 조절하고 통제하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좋은 글을 쓰는 사람들은 다들 그런 노력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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