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를 위한 김태수 기자의 글쓰기 특강 13]

[편집자 주] 언론출판인 김태수 대표(출판사 엑스오북스)의 '초보자를 위한 글쓰기 특강'을 연재합니다. 시공주니어에서 출간한 '글쓰기 걱정, 뚝!'에서 요약 발췌한 내용을 소개합니다. 김태수 대표는 중앙일보NIE연구소, 동아닷컴, 국민일보, 스포츠조선 등 신문사에서 20년 동안 일했습니다. 한동안 중앙일보 공부섹션 '열려라 공부' 제작을 지휘했고, 특히 글쓰기 교육에 관심이 많아 논술 학습지 '퍼니', '엔비', '이슈와 논술' 등의 편집 총책임자로 일하면서 학생들에게 글쓰기 비법을 직접 전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속담에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모로란 말은 옆쪽으로또는 비껴서란 뜻입니다. 어떻게든 서울에만 도착하면 된다, 곧 무슨 수를 쓰든 바라는 결과만 얻으면 된다는 뜻이지요.

글 쓰는 사람의 열에 아홉은 이 속담을 좋아합니다. 독자를 감동시킬 수만 있다면, 독자에게 말하려는 것을 제대로 전할 수만 있다면 어떤 형식이든 사용할 테니까요.

하지만 서울에 도착만 하면 된다고 해서 주어진 시간을 훨씬 넘긴다거나 지나치게 비용을 많이 쓰면 어떻게 될까요? 안 가는 것만 못하겠죠. 글을 쓸 때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글의 분량이 너무 많으면 독자가 아예 외면하거든요. 소주제문과 뒷받침 문장을 어떤 순서와 의도로 쓰느냐에 따라 다양한 문단을 만들 수 있습니다. 솜씨 좋은 작가들은 소주제를 효과적으로, 눈에 띄게 전달하기 위해 갖가지 방식으로 문단을 갖고 놉니다.

소주제문을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문단은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소주제문을 문단의 앞에 쓰면 두괄식, 뒤에 쓰면 미괄식, 가운데 쓰면 중괄식, 앞과 맨 뒤 두 곳에 쓰면 양괄식이라고 합니다. 때에 따라 소주제문을 아예 쓰지 않고 중심 생각을 드러내기도 하는데 이를 무괄식 문단이라고 합니다. 지금부터 차례대로 예를 들며 문단의 유형을 살펴보겠습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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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야 앞으로 오거라! - 두괄식

소주제문을 문단의 앞에 두는 형식입니다. 한자로 머리 두()’ 자를 써서 두괄식이라고 하지요. 뒷받침 문장은 당연히 소주제문 뒤에 오겠죠. 두괄식은 글쓰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문단 형식입니다. 첫머리에 중심 생각을 제시하기 때문에 읽는 이에게 주제를 선명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쓰는 사람도 글이 나아가야 할 목표 곧, 소주제문을 보면서 쓸 수 있어 좋습니다. 뒷받침 문장이 샛길로 빠지는 걸 예방할 수 있으니까요.

글을 쓰는 과정은 어렵다. 글감을 고르는 것부터 쉽지 않다. 세상 모든 것이 글감이라고 하지만 글감을 택할 때는 그럴 만한 이유를 잘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글감을 골라도 어떤 주제로 쓸 것인지 정하는 건 만만치 않다. 평소 글감에 대해 생각해 두지 않으면 어떤 의견을 전할지 고민해야 한다. 주제를 정한 다음에는 그것을 뒷받침해 주는 사례, 논리 등을 찾아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다. 생각을 모으거나 자료를 조사하거나 공부해야 한다. 그것을 짜임새 있는 문장으로 만드는 건 더 힘들다. 완성된 글이 애초의 생각을 제대로 전달했는지, 논리에 어긋나지 않는지, 잘못된 문장은 없는지 검토하는 일이야말로 더없이 피곤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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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야, 뒤로 가거라! - 미괄식

소주제문을 문단의 뒤에 두는 형식입니다. 한자로 꼬리 미()’ 자를 써서 미괄식이라고 부르지요. 소주제를 드러내기 위해 장만해 둔 뒷받침 문장을 먼저 쓰고 그것을 아우르는 소주제문을 뒤에 쓰는 방식입니다. 두괄식을 쓰는 방법과 그리 다를 게 없습니다. 다만 소주제문이 뒤에 있으므로 뒷받침 문장의 순서를 고르고 접속어를 덧붙여 매끄럽게 문장을 이으면 됩니다.

미괄식 문단은 중심 생각이 뒤에 짜잔하고 나타나는 극적인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뒷받침 문장은 뒤로 갈수록 소주제문과 밀접해집니다.

달콤한 사탕을 먹던 입으로 사과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심심하고 밍밍한 것이 영 맛이 없다. 강하게 단맛을 들여 놓은 입에 사과가 제 맛이 날 리가 없다. 사람의 미각은 달거나 맵고 짠 양념이 너무 강하면 음식의 제맛을 볼 수 없게 되어 있다. 향신료의 강한 맛이 우리의 혀를 마비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진한 양념으로 둔감해진 입맛으로는 음식의 감칠맛을 느낄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인생의 맛도 행복감도 이와 같다. -<수묵화의 행복론> 신일철

주제는 가운데로 오너라! - 중괄식

문단의 가운데 부분에 소주제문을 두는 형식입니다. 한자로 가운데 중()’ 자를 써서 중괄식이라고 합니다. 뒷받침 문장으로 시작해 소주제문을 보여준 뒤 뒷받침 문장으로 보충해 주는 짜임새입니다. 앞부분에서 주제와 관련된 내용을 이끌어낸 뒤 주제문을 제시하고, 주제를 다시 보충할 수 있으므로 가벼운 마음으로 써 내려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주제문을 밝힌 뒤 다시 보충하다 보면 자칫하면 앞에서 한 말을 반복한다는 느낌을 주기 쉽습니다. 읽는 이의 입장에선 소주제문을 찾기 어려워 내용 파악에 어려움이 있지요. 주제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갈매기 조나단은 먹고 자는 데만 관심 있는 다른 갈매기와 달랐다. 높이 그리고 빨리 날고 싶어 힘겨운 비행 연습을 멈추지 않았다. 부모는 괜한 짓을 한다고 타박했다. 동료도 별나게 행동하는 조나단을 멀리했다. 그러나 갈매기 집단에서 쫓겨난 조나단은 좌절하지 않았다.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는 믿음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려운 현실을 버텨낸 덕분에 조나단은 멋있고 빠르게 나는 갈매기로 인정받게 된다. 이렇게 믿음을 갖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자는 보상을 받는 법이다. 시청각 장애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사상가이자 사회 사업가가 된 헬렌 켈러, 인종 차별의 편견 속에서 미국 대통령이 된 오바마 역시 믿음을 잃지 않고 노력해 훌륭한 인물이 되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주제를 앞뒤에 배치하라! - 양괄식

소주제문을 문단의 앞과 뒤 양쪽에 제시하는 형식입니다. 한자로 둘 양()’자를 써서 양괄식이라고 합니다. 앞의 소주제문을 뒷받침 문장으로 풀어준 다음 마지막에 한 번 더 소주제문으로 마무리하는 형식입니다. 중심생각을 거듭 강조하는 셈이죠. 그렇다고 앞뒤 소주제문이 완전히 똑같으면 안 되겠죠? 표현이나 내용도 조금씩 바꿔야겠지요. 이때 중심 생각까지 바꾸면 안 됩니다. 읽는 이가 혼란을 느끼니까요.

대는 강하면서도 강하지 않고, 연하면서도 연하지 않아 사람들이 쓰기에 편합니다. 잘 휘어지니 광주리나 상자를 마늘 수 있고, 가늘게 쪼개어 엮으면 문에 걸치는 발이 되며, 적당히 잘라서 짜면 마루 위에 까는 자리가 되고, 잘라서 잘 깎으면 옷상자, 도시락, 술 용수, 소나 말을 먹이는 죽통, 대그릇, 조리 따위가 됩니다. 이러한 종요로운 그릇들이 모두 대로 되었으니, 대란 우리 인간에게 있어서 커다란 공헌을 하고 있습니다. - <월등사 대나무 이야기> 이인로

주제야 꼭꼭 숨어라! - 무괄식

소주제문이 없는 문단을 말합니다. 한자로 없을 무()’ 자를 써서 무괄식이라고 말합니다. 뒷받침 문장들로만 중심 생각을 드러내는 형식이기 때문에 문장을 세심하게 배열해야 하지요. 뒷받침 문장만 읽어 나가도 저절로 주제를 파악할 수 있게 하자면 글솜씨가 필요합니다. 글쓴이가 주제를 겉으로 선명하게 드러내야 하는 논설문이나 설명문보다는 소설이나 수필 같은 문학 작품에 어울리는 형식입니다.

아래의 예시 문단을 보세요. ‘글쓰기는 어렵다란 주제를 분명하게 적지 않았지만 글쓴이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글쓰기 시간만 되면 아이들은 뭘 쓰지?’ 하며 고민한다. 연필 끝을 물어뜯고, 공연히 지우개로 책상 바닥을 긁어댄다. 어쩌다 몇 개의 낱말을 써 놓곤 곧 지워 버린다. 괜히 옆자리 친구가 무엇에 대해 쓰는지 기웃거려 보지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용케 쓸 거리를 정해도 나아지는 건 없다. 어떤 애용으로 써야 할지 생각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민하다 보면 30분이 훌쩍 지나간다. 이제는 시간에 쫓겨 가슴이 답답해지고 나는 왜 글을 못 쓸까' 한탄한다. 할 수 없이 떠오르는 대로 억지로 문장을 만든다. 당연히 내용은 뒤죽박죽이다. 마음이 급해 지우개가 왔다 갔다 하고 글자 위에 줄을 찍 그어 댄다. 하지만 실타래처럼 꼬인 문장이 스스로 알아서 풀어질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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