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특강 14] 단락 펼치는 원리: 통일성

6. 단락을 펼치는 원리

단락이란 소주제와 그것을 구체적으로 펼치고 떠받드는 뒷받침문장들로 이루어지며, 그 소주제는 글 전체 주제의 일부를 이루는 요소라 하였다. 또, 글은 이런 단락들이 차례로 엮어져서 이루어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따라서 하나하나의 단락을 이루어 가는 것은 한 편의 글을 써가는 필수 과정이 된다. 우리가 단락을 이루는 문제를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충실하고 알찬 단락을 이루려면 그 기본 원리를 먼저 알아야 한다. 무릇 모든 일을 효과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그 근본 원리나 원칙을 알고 따라야 하듯이, 단락을 작성하는 데도 전통적으로 알려져 있는 기본 원리를 익혀 두어야 한다. 이런 원리는 선인들이 미리 개척해서 다져 놓은 길과도 같이 글쓰는 이를 바로 이끌어 가는 구실을 한다. 이런 길잡이로서의 원리는 모든 글짓기에 적용되는 기본 지침이지만 특히 단락을 구성하고 펼치는 데는 필수적인 열쇠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원리를 익혀서 충실한 단락 형성을 하도록 힘써야만 한다.

우리의 많은 글에서는 이런 기본 원리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어서 글의 짜임새와 내용에 허술한 데가 발견된다. 이런 기본 원리를 모르고 쓰는 단락들이 너무나 많아서 제대로 된 단락이 보기 힘들 정도이다. 우리는 그런 잘못을 저지 르지 않고 글짓기의 바른 길에 들어 서기 위해서 이 기본 원리를 제일 먼저 알고 터득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단락 전개의 기본 원리는 다음의 3가지다. 이는 수사학의 3대 원리로 알려진 것으로서 우리가 꼭 알고 익혀서 활용 해야 하는 길잡이다.

글의 전개 원리

• 통일성의 원리 : 주제/소주제와 뒷받침문장의 내용적 일치

• 연결성의 원리 : 뒷받침문장들의 순리적인 배열

• 강조성의 원리 : 주제/소제의 충분한 뒷받침

이 3가지 원리는 서로 보완해서 단락의 소주제를 뚜럿이 드러내어 알찬 글을 만드는 기본 지침이 된다. 한 가지라도 잘 지켜지지 않으면 소주제가 잘 드러나지 않게 되며 따라서 허술한 단락이 되어 버린다. 따라서 이 원리의 바른 뜻을 알고 그것을 활용하는 요령을 철저히 익히는 것은 글쓰기의 기본기를 튼튼히 다지는 일이 된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1) 통일성의 원리

통일성(unity)의 원리란 주제와 그 뒷받침 서술이 내용 면에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주제가 나타내는 바와 그 뒤의 서술 내용이 결국 같은 내용의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주제가 "스승의 은혜"라 하면 그 뒤에 그것을 풀이하고 뒷받침한 문장들이 나타내는 것도 결국 "스승의 은혜"와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뒤의 서술 내용에 그렇지 못한 내용이 나타나면 통일성이 깨뜨려지고 말며, 결국 그 소주제는 잘 드러나지 못하게 된다. 그것을 떠받드는 힘이 분산되어 약화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보기 6.1]

나는 가끔 스승의 끝없는 은혜를 되새긴다. 흔히 부모의 은혜는 태산같이 높고 바다같이 넓다고 한다. 스승의 은혜도 그만 못지 않게 끝없이 높고 넓다. 나는 지금도 국문하교 1 학년때의 선생님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와다나배라는 일본 선생인데 그렇게 존경스럽고 고마울 수가 없었다. 그분의 가르침으로 나는 비로소 정신적인 눈이 떴고 귀가 열렸으며 생각의 틀이 잡히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떠들기만 하고 철없이 굴던 우리를 달래며 목청 높이 책을 따라 읽히던 그 선생의 정성으로 내 삶에는 새로운 씨앗이 뿌려지게 된 것이다. 그뒤 국민학교 시절의 여러 은사의 얼굴이 떠오르고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 대학원 시절의 여러 은사들이 뇌리에 주마등 같이 스쳐간다. 모두 나에게 헤아릴 수 없는 빛과 지혜를 끼쳐 준 은인들이다. 맹자는 주위에 사람이 셋만 있어도 그 가운데 스승이 있다고 했거늘, 하물며 적어도 반년이나 일년 또는 몇년 동안 아니 내내 음양으로 가르침을 주고 은사를 베풀기만 하였던 은사들의 은덕은 생각할수록 그지없이 고맙기만 하다.

윗 글에서는 소주제문인 첫 문장의 내용과 어긋아는 문장들이 없다. 이처럼 모든 뒷받침문장들이 소주제문을 떠받드는 내용이라야 한다는 것이 통일성의 원리이다.

통일성의 원리를 더욱 잘 익히기 위해서 몇 가지 보기를 더 살펴 보기로 한다. 우선 다음 글을 뜯어 보자.

[보기 6.2]

우리는 물건을 아껴 써야 한다. 우리 나라는 자원이 넉넉하지 않은 나라다. 물건을 만드는데 그 재료를 많이 사들여 와야 한다. 자동차를 만드는 재료만 해도 우리 나라에서 생산되는 것보다는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이 더 많다. 우리 땅에서는 석유가 한 방울도 안 나고 있으니 그것과 관계된 재료도 모두 들여와야 한다. 이렇게 비싼 외화로 사온 원료로 만든 제품을 마구 쓰고 버리는 것은 나라 살림에 큰 지장이 있다. 또 많은 제품은 우리 나라에서 생산하지 못하고 외국에서 외화를 주고 사 와야 한다. 더구나 요즈음 말이 많은 나무 젓가락과 같은 1회용 물건은 한번만 쓰고 버린다니 그런 낭비가 어디 있는가. 한편으로, 이렇게 물건을 함부로 쓰고 버리면 쓰레기가 많아져서 큰 일이다. 땅덩이가 좁은 나라에서 그 많은 쓰레기를 어디다 다 버릴 것인지 큰 문제다. 어떤 사람은 쓰레기 강산이 될 지도 모른다고 큰 걱정을 하였다. 그러니 우리는 물건을 아껴 써서 외화 낭비를 줄이고 또 쓰레기를 되도록 적게 남겨야 한다.

위 단락의 소주제는 "물건을 아껴 씀"인데 자기 나름대로 아는 지식을 가지고 물건을 아껴 써야 하는 이유를 드러내고 있다. 그 서술 솜씨가 아직 잘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통일성은 지켜지고 있다. 서술 내용 중에 소주제와 관계 없는 이야기는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단락은 소주제와 그 뒷받침 서술 내용이 일치를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음 단락에서는 통일성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자세히 읽어 보자.

[보기 6.3]

언젠가는 만원 뻐쓰 안에서 제 구두가 뾰죽 구두에 밟힌 일이 있습니다. 차가 떠날 때 비틀거리자 제 발은 송곳에 찔린 듯이 따끔했습니다. 발이 아프기도 했지만 막 닦은 신이 엉망이 되어 부아가 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나를 더욱 화나게 한 것은 제 구두를 밟은 아가씨가 나를 보더니 그만 말없이 얼굴을 돌려 버리고 만 태도였습니다. 옆을 돌아보니 딴 사람도 발이 아픈지 얼굴을 찡그렸습니다. 차장을 향하여 야단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차가 떠나가니 조용해졌습니다. 이런 일은 흔히 있는 일이니 새삼스러이 화낼 일도 아니지 뭡니까? 참는 것이 제일이다. 그러나 늘 참아 주니 우리를 얕본다고도 생각이 듭니다. 아까 일을 생각 하니 화가 다시 치밀려는 것을 꾹 참았다. "참는 것이 미덕 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 단락은 한 소주제를 뚜렷이 드러내도록 펼치지 못하였다. 곧 소주제를 내걸고 그것을 집중적으로 뒷받침한 글이 아니다. "참는 것이 미덕이다"라고 두 번씩이나 말하고 있지만 모든 내용들이 그것만을 중점적으로 펼치지 못하고 있다. 자기가 밟힌 이야기, 남들이 하는 태도, 화가 났다가 또 가라 앉았다가 하는 이야기 등이 뒤섞여 있어서 모든 내용이 한 군데로 집중되지 못하였다. 단순히 소주제를 내세운다고 해서 통일성이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문장들이 그것을 내용적으로 받들어야만 통일성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통일성이 있는 단락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음 몇 가지 요령을 익혀 두면 통일성있는 단락을 이루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로, 통일성있는 단락을 이루려면 소주제를 되도록 한정된 개념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면, "감각의 발달"이라는 소주제보다는 " 후각의 발달" 따위로 좀더 작은 개념으로 정해서 다루는 것이 통일성을 이루기가 쉽다. 전자와 같이 정하면 "모든 감각의 발달"에 관해서 서술해야 하기 때문에 뒷받침문장들을 한 곳으로 집중시키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나 후자와 같은 개념으로 정하면 그 중에 후각 한 가지에 대해서만 다루므로, 다음 예문에서처럼 통일성있는 글을 이루기가 비교적 쉽고 초점이 선명하게 될 수 있다.

[보기 6.4]

돼지는 후각이 빼어나게 발달되어 있다. 멧돼지는 몇십 리 밖에 있는 포수의 화약 냄새를 맡고 일찌감치 도망해 버릴 정도로 후각이 발달되어 있다. 집돼지도 마찬가지로 냄새 맡는 기능이 매우 발달되어 있다. 예를 들면, 제새끼와 다른 새끼를 구별하는 데나, 주인과 남을 구별하는 데에 주로 후각을 사용한다. 다른 동물이 침입했는지, 먹이가 들어왔는지를 알아차리는 데도 주로 후각을 이용한다. 발정 시기에 암, 수 돼지가 서로 접근하는 것도 주로 냄새 맡는 기능에 의한다.

-- 윤화중, "돼지의 신세" 중에서

둘째로, 소주제는 되도록 단일 개념으로 정하여야 통일성을 이루기가 쉽다. 가령, 소주제를 "그리움과 한(恨)"과 같이 복합 개념으로 정하는 것보다는 "그리움" 또는 "한"과 같이 단일 개념으로 정해서 다루는 것이 통일성을 이루기가 쉬운 것이다. 두 개념보다는 한 개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집중력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다음 보기를 살펴 보자.

[보기 6.5]

한국은 "그리움의 나라"다. 한국 사람은 어느 민족보다 " 그리움"이 강렬한 문화 민족이다. 삶의 보람도 그리움에서 나오고, 슬픔의 달램도 그리움에서 나온다. 지난날의 시간 속에 아름다운 그리움의 감정을 불어넣은 천재들이 한국 사람이다. 그리움을 버린다고 하면, 한국 사람은 삶을 버리는 것과 같고, 그리움을 벗기면 이 땅 위에서 한국 사람은 없어지는 셈이다. 가난을 달래는 힘도 그리움에서 나오고, 괴로움을 달래는 힘도 그리움에서 나오는 것이다. 살아서도 그립고, 죽어서도 그립다. 슬픈 일이거나 괴로운 일이거나, 즐거운 일이거나 궂은 일이거나 한결같은 리듬으로 맑은 하늘을 우러러보면서, 슬픔에도 애통하지 않고 즐거워도 뛰지 않고 살아가는 밑바닥의 힘이 그리움에 있었던 것이다. 세계 인류 문화사에 던질 수 있는 한국의 얼은 이 "그리움"에 있다.

-- 려증동, <국어 교육론> 중에서

셋째로, 목표하는 소주제만을 집중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소주제를 확실하게 부각시킬 수 있는 내용의 문장들만을 이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보기에서처럼 소주제만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수 있는 뒷받침을 해야 통일된 인상을 줄 수 있다.

[보기 6.6]

말의 해석은 현대 사회의 어떤 사람에게나 끝이 없는 과제가 된다. 현대 통신 수단의 결과로 수백 수천의 말들이 날마다 우리에게 내던져지고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선생, 설교자 판매원, 공무원, 그리고 영화의 녹음 목소리를 듣게 된다. 가벼운 음료수, 비누 등속, 설사약 등을 판매하려는 외침 소리가 라디오를 통하여 바로 가정까지 파고든다. 사실 어떤 집에서는 라디오를 아침부터 저녁까지 켜 두는 일도 있다. 날마다 신문 배달 소년은 큰 도시에서는 30에서 40페이지에 이르는 인쇄물을 배달하는데, 일요일에는 거의 3배나 된다. 우편 배달부는 잡지들과 우편 광고물을 쉬지 않고 나른다. 그것도 모자라 우리는 책방이나 도서관에 나가 더 많 은 말들을 얻으려고 애를 쓴다. 고속 도로에는 여러 표지판이 우리 앞에 나타나고 휴대용 라디오는 해변에까지 우리를 따라온다. 말들이 우리의 삶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다.

<외지에서 번역>

윗 글의 소주제문은 첫문장이고, 둘째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 까지는 뒷받침 문장들이다. 말의 해석이 우리의 끝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뒷받침 문장들이 이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통일성에 관해서는 뒤에서 다시 다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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