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를 위한 김태수 기자의 글쓰기 특강10]

[편집자 주] 언론출판인 김태수 대표(출판사 엑스오북스)의 '초보자를 위한 글쓰기 특강'을 연재합니다. 시공주니어에서 출간한 '글쓰기 걱정, 뚝!'에서 요약 발췌한 내용을 소개합니다. 김태수 대표는 중앙일보NIE연구소, 동아닷컴, 국민일보, 스포츠조선 등 신문사에서 20년 동안 일했습니다. 한동안 중앙일보 공부섹션 '열려라 공부' 제작을 지휘했고, 특히 글쓰기 교육에 관심이 많아 논술 학습지 '퍼니', '엔비', '이슈와 논술' 등의 편집 총책임자로 일하면서 학생들에게 글쓰기 비법을 직접 전하기도 했습니다.

집을 지을 때는 생각할 게 참 많습니다. 먼저 어떤 집을 지을까 생각합니다. 한옥, 양옥 아니면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을 놓고 고민하겠죠. 그 다음엔 설계도를 그려야겠지요. 방은 몇 개를 들일까, 기둥과 벽은 어디에 몇 개나 세울까 정해야 합니다.

글을 쓸 때도 비슷합니다. 어떤 주제로 쓸까 생각해야지요. 그 다음엔 기둥과 벽을 세우듯 몇 개의 방으로 구성되듯 글 역시 몇 개의 문단으로 이뤄지니까요. 이처럼 글을 쓰는 과정이 집을 짓는 과정과 비슷해서 ‘글짓기’란 말이 나왔나 봅니다.

문단이란 뭘까요? 간단히 말하면 하나의 주제 아래 여러 문장이 모인 한 덩어리 짧은 글입니다. 문장이 모여 있기만 하면 문단이 되는 건 아닙니다. 문장 각자가 하나의 주제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야 합니다. 공부방에는 책, 책상, 의자, 책장, 스탠드 등 공부와 관련 있는 집기가 있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공부방에 세면대나 식탁이 있으면 안 된다는 겁니다.

문단이 뭔지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건호는 영어 공부 하는 것을 좋아한다. 라디오 영어 방송 음악을 듣고 잠에서 깬다. 아침을 먹을 때는 영어 신문을 읽는다. 학교에서도 쉬는 시간에 틈나는 대로 단어를 외운다. 영어 수업은 가장 신나는 시간이다. 특히 원어민 강사와 회화를 하는 날은 더 즐겁다. 정확한 발음과 문장 구성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오면 미국 드라마를 열심히 본다. 일상에서 쓰는 미국식 영어를 접할 수 있어서다.

모두 아홉 개의 문장으로 만든 문단입니다. 문장 하나하나가 ‘진호는 영어 공부를 좋아한다’는 중심 생각과 관련이 있지요. 여기서 문단은 ‘하나의 중심 생각을 드러내기 위해 관련 있는 문장을 모아 놓은 문장 덩어리’라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문단은 중심생각을 담은 ‘중심 문장(소주제문이라고도 합니다)’과 그것을 설명하는 ‘뒷받침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위의 문단에서 중심 문장은 ‘건호는 영어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입니다. 그 밖의 다른 문장은 중심 문장을 드러내는 ‘뒷받침 문장’이지요.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중심 문장은 어떻게 만들까요? 뒤따라올 뒷받침 문장을 미리 생각해서 만들어야 합니다. 뒷받침 문장 전체의 내용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뒷받침 문장의 공통 성질을 잡아내야 가능한 일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아빠는 설탕을 듬뿍 넣은 커피를 좋아한다. 엄마가 만드는 밑반찬은 달착지근하다. 비빔밥을 만들 때도 설탕을 넣는다. 누나는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초콜릿 시럽을 얹는다. 과자도 당도가 높은 쿠키를 주로 고른다. 나는 빵에 단팥이나 달콤한 잼이 없으면 먹지 않는다.

이들 문장에는 어떤 공통 성질이 있지요? 그렇습니다.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이 단 음식을 좋아한다는 겁니다. 그것을 살려 ‘우리 식구는 달콤한 음식을 좋아한다’로 중심 문장을 만들면 되겠지요.

뒷받침 문장들은 중심 문장의 내용을 풀어 주어야 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써야 합니다. 그래서 중심 문장과 관련된 사건과 일화를 담기도 합니다.

"나는 우리 반 아이들을 좋아합니다. 아홉 살에서 열 살인 3학년 아이들은 으레 이빨이 두세 개쯤 빠져 있어, 웃을 때 드러난 잇몸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납니다. … 어떤 때는 얄미워서 벌을 주고 싶어도, 벌쭉 웃고 마는 그들의 천진난만한 표정을 보면 스르르 화가 풀리고 맙니다. 웃음 사이로 보이는, 새싹처럼 앙바틈히 돋아난 새 치아를 보면, 그만 안아서 얼굴을 대고 볼을 비비고 싶도록 귀엽습니다."<우리 반 아이들>(정목일, 문학수첩)

이 문단은 ‘나는 우리 반 아이들을 좋아합니다’란 중심 문장의 내용을 잔잔한 이야기로 정겹게 풀어 주고 있습니다.

문단 하나 더 볼까요.

컴퓨터는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비행기 좌석 예약은 물론 문서나 편지를 작성할 때도 컴퓨터로 한다. 컴퓨터는 자동차를 만들거나 환자를 진단할 때, 집을 지을 때도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다. 미사일로 목표물을 명중시키고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때도 컴퓨터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컴퓨터가 없다면 현대인의 삶은 몹시 불편할 것이다.

‘컴퓨터는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라는 중심 문장을 드러내기 위해 다양한 사례를 동원했네요.

중심 문장에 어떤 주장을 담을 때는 논리적으로 그것을 설명해 주는 뒷받침 문장을 써야 할 때도 많지요. 이때 '왜냐하면', '그러므로', '따라서', '그리하여' 등과 같은 접속어를 사용해 자기 주장이 이치에 맞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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