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를 위한 김태수 기자의 글쓰기특강 12]

[편집자 주] 언론출판인 김태수 대표(출판사 엑스오북스)의 '초보자를 위한 글쓰기 특강'을 연재합니다. 시공주니어에서 출간한 '글쓰기 걱정, 뚝!'에서 요약 발췌한 내용을 소개합니다. 김태수 대표는 중앙일보NIE연구소, 동아닷컴, 국민일보, 스포츠조선 등 신문사에서 20년 동안 일했습니다. 한동안 중앙일보 공부섹션 '열려라 공부' 제작을 지휘했고, 특히 글쓰기 교육에 관심이 많아 논술 학습지 '퍼니', '엔비', '이슈와 논술' 등의 편집 총책임자로 일하면서 학생들에게 글쓰기 비법을 직접 전하기도 했습니다.

언어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고 합니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다른 문화와 교류가 활발할 때는 더 그렇습니다. 새로운 말이 흘러들어 우리말이 되기도 하거든요.

문제는 다른 문화권의 말이 무분별하게 들어와 우리 고유의 언어를 해치는 경우입니다. 실제로 우리말은 영어식 표현과 일본어식 표현으로 적잖이 오염돼 있습니다.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져 무엇이 우리말 표현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남의 힘을 빌리지 말자 – 피동은 피하라!

우리말을 심각하게 오염시키는 것 중 하나가 피동형 문장입니다. 우리말에서는 피동형보다는 능동형 문장을 많이 쓰거든요. 능동, 피동이란 말이 좀 어렵지요? 간단히 말하면 능동은 ‘내가 내 힘으로 행하는 동작’입니다. ‘보다, 먹다, 잡다’ 등으로 서술어를 씁니다. 반면 피동은 ‘ 내 힘이 아니라 남의 힘으로 행해지는 동작’이지요. ‘보이다, 먹히다, 잡히다’ 등으로 서술어를 씁니다.

우리말은 ‘나는 ~한다’ 형식의 문장을 많이 씁니다. 예컨대 ‘나는 사진을 찍었다’고 쓰지 ‘나는 사진이 찍혔다’고 쓰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영어에서는 수동(피동과 비슷한 의미)형 문장을 많이 쓰지요. 주어를 생물이 아니라 무생물로 많이 쓰기 때문입니다.

① 최근 환절기를 맞아 건강에 각별한 주의가 있어야 하겠습니다.

② 경찰에 의해 풀려난 그 사람이 바로 범인이다.

③ 전 국민으로부터 보내진 구호품이 수재민들에게 전달됐다.

④ 모여진 성금은 재난을 당한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쓰여질 것으로 보여진다.

①번 문장은 무생물인 ‘주의’를 주어로 써서 문장이 어색해졌습니다. 그냥 ‘각별히 주의해야겠습니다’라고 해도 될 것을 공연히 피동형으로 쓴 겁니다.

②번 문장은 영어 수동태를 그대로 옮겨 놓은 꼴입니다. ‘경찰이 풀어 준 사람이 바로 범인이다’라고 쓰면 문장이 훨씬 더 매끄럽지요.

③번 문장은 또 얼마나 껄끄럽습니까? ‘전 국민으로부터 보내진’이란 피동 문장 탓입니다. 이때는 ‘전 국민이 보낸’으로 쓰면 됩니다. 이 문장은 한 번 더 바꿔 볼 수도 있습니다. 주어를 ‘수재민’으로 삼는 겁니다. ‘수재민들이 전 국민에게서 많은 구호품을 받았다’로 쓰는 거죠.

요즘에는 피동도 한 번으로는 부족한지 이중, 삼중으로 겹쳐 쓰는 사람이 많습니다. ④번이 그런 예입니다. ‘모여진’은 ‘모인’, ‘쓰여질’은 ‘쓰일’, ‘보여진다’는 ‘보인다’의 이중 피동입니다. 한 번 꼬인 문장을 한 번 더 꼬아 놓은 꼴입니다. '생각되어진다', '해결되어져야 한다', '설치되어져야 한다', '결정되어진다' 같은 표현도 마찬가집니다. 모두 꼴사나운 표현이니 쓰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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