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를 위한 김태수 기자의 글쓰기특강 8]

짧으면 짧을수록 좋은 게 뭘까요? ‘공부 시간’ 이라고요? 설마요. ‘꾸중 듣는 시간’이라면 몰라도. 글쓰기에서도 짧을수록 좋은 게 있습니다. 문장입니다. 글 좀 써 본 사람은 죄다 그렇게 말한답니다.

문장은 왜 짧아야 할까요? 그래야 읽는 사람이 쉽게 이해하니까요. 문장이 길면 뜻이 모호해지거든요. 주어와 서술어 찾기도 어렵고, 읽을 때 숨도 차고, 지루하기도 하지요. 쓰는 사람도 힘들긴 마찬가지입니다. 주어와 서술어를 정확하게 맺어 주기 어렵거든요. 꾸며 주는 말과 꾸밈을 받는 말이 뒤엉키기도 하고요.

어떻게 해야 문장을 짧게 쓸 수 있을까요? 하나의 문장에 하나의 생각만 담으려고 하면 됩니다.

선생님이 보고서 쓰기 숙제를 내 주었는데 나는 어떤 것을 쓸까 고민하다가 문득 아이들이 만화를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자 만화 실태 조사를 하기로 하고 자료를 구하러 만홧가게로 달려갔다가 밤 12시까지 만화를 봤다.

한눈에 봐도 너무 긴 문장이죠. 한 문장에 너무 많은 생각을 담은 겁니다. 이 문장을 짧은 문장으로 한번 나눠 볼게요. 이해하기도 훨씬 쉽고 술술 읽힐 겁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선생님이 보고서 쓰기 숙제를 내 주었다. 나는 어떤 것을 쓸까 고민했다. 문득 아이들이 만화를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만화 실태 조사를 하기로 했다. 자료를 구하러 만홧가게로 달려갔다. 그러다 밤 12시까지 만화를 봤다.

‘문장을 짧게 쓰시오.’ 미국의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헤밍웨이가 어느 편집자에게 들은 말입니다. 헤밍웨이는 이 말을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했습니다. 그가 쓴 소설 <노인과 바다>의 한 대목을 봅시다.

미풍이 다시 불어 배는 잘 달렸다. 노인은 고기의 앞쪽 머리만을 보고 있었다. 얼마간 희망이 되살아났다. 희망을 버리다니 어리석은 짓이야,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그건 죄가 되는 일이야. 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말자, 하고 그는 생각했다. 지금은 죄에 대한 것 말고도 생각할 문제들이 많아. 또 난 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거든. - <노인과 바다> 헤밍웨이

멀리 미국으로 갈 것도 없이 우리나라 소설가 김훈 선생님의 문장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짧은 문장으로 얼마나 아름다운 글을 쓸 수 있는지 말입니다.

그해 겨울은 일찍 와서 오래 머물렀다. 강들은 먼 하류까지 옥빛으로 얼어붙었고, 언 강이 터지면서 골짜기가 울렸다. 그해 눈은 메말라서 버스럭거렸다. 겨우내 가루눈이 내렸고, 눈이 걷힌 날 하늘은 찢어질 듯 팽팽했다. 그해 바람은 빠르고 날카로웠다. 습기가 빠져서 가벼운 바람은 결마다 날이 서 있었고 토막 없이 길게 이어졌다. 칼바람이 능선을 타고 올라가면 눈 덮인 봉우리에서 회오리가 일었다. 긴 바람 속에서 마른 나무들이 길게 울었다. 주린 노루들이 마을로 내려오다가 눈구덩이에 빠져서 얼어 죽었다. 새들은 돌멩이처럼 나무에서 떨어졌고, 물고기들은 강바닥의 뻘 속으로 파고들었다. 사람 피와 말 피가 눈에 스며 얼었고, 그 위에 또 눈이 내렸다. 임금은 남한산성에 있었다. - <남한산성> 김훈

그렇다면 문장은 아무 때나 짧게 써야 할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짧은 문장으로만 글을 쓰면 단조롭고 건조한 느낌을 주기도 하니까요. 도대체 문장의 길이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요?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도, 유명한 작가 누구도 속 시원하게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다만 30~50자 정도가 읽는 데 부담되지 않는다는 작가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일일이 글자 수를 세면서 문장을 쓰라는 건 아닙니다. 글을 많이 쓰다 보면 알맞은 길이의 문장이 나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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