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효석의 너무나도 쉬운 논술' 저자 인터뷰]

글쓰기 자신감 얻고 싶다면 꼭 읽어야 하는 책
아카넷 출판사...517쪽 분량의 방대한 저서
글쓰기 선생 없이 혼자서도 공부할 수 있도록 집필

“아주 나쁜 버릇 한두 개만 바로 잡아도 글솜씨가 상당히 많이 향상될 겁니다. 이 책이 두껍기는 하지만, 자기가 무심했던 부분을 하나씩 고쳐나가면 글솜씨가 확실하게 좋아집니다.”

각 시도 교육청의 교원논술 연수 강사이자 한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조합원이었던 한효석(전 부천고 국어교사) 씨가 ‘한효석의 너무나도 쉬운 논술’(아카넷 출판사)을 발간했다.

517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글쓰기 지침서로 선생 없이 혼자서도 글쓰기 공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놓은 게 특징이다. 자신의 수준을 파악한 뒤 스스로 훈련하여 논리를 전개하도록 돕는 게 이 책의 장점이다.

한효석의 너무나도 쉬운 논술, 한효석 지음, 제공 ; 아카넷 출판사
한효석의 너무나도 쉬운 논술, 한효석 지음, 제공 ; 아카넷 출판사

저자는 “글쓰는 사람도 행복하고, 그 글을 읽는 사람도 행복해졌으면 한다”면서 책 발간의 의의를 설명했다. 또, “논술은 타고난 글솜씨와 상관이 없으며, 보편적인 문장을 통해 자기주장을 이성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효석 작가를 22일 이메일로 인터뷰하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이 책에는 작가님의 많은 노하우가 담긴 것으로 느껴집니다. 때문에 책을 집필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였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이 책을 출간하기로 결심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1995년에 논술이 처음으로 대학입학시험에 등장했지만, 작문(글짓는) 지침서는 있는데 논증하는 방법을 제대로 일러주는 지침서가 없었습니다. 제가 그때 국어교사로 고등학교에서 논술 글쓰기를 지도하면서 효율적으로 글쓰는 방법을 학생들과 하나하나 찾아냈어요. 나중에 그 수업 자료를 정리하여 이 책을 만들었지요.”

-글 쓰는 능력을 향상시키길 원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매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온 기본기를 모두 익혀서 적용한다면, 자칫 ‘잘 쓴 사람의 글을 모방한 느낌이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다른 사람들이 쓴 미문을 흉내 내거나, 현학적인 문장을 늘어놓은 것이 잘 쓴 글은 아닙니다. 글은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이므로, 자기 생각을 글로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달해야 잘 쓴 글입니다. 그러므로 기본기를 익혀야 도구를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습니다. 그 다음은 쉽습니다. 인간은 어차피 서로 다른 존재라서 색깔이 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주제를 놓고도 개성이 드러날 수밖에 없지요.”

-이 책에 나온 기본기를 상황에 맞게 적용한다면 독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때론, 작가님께서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와는 다르게 이해하는 기본기도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독자들이 실수를 많이 하는 기본기(항목)는 어떤 부분인가요?

“가족이나 친한 친구를 설득한다는 기분으로 힘을 빼면 잘 쓸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학생 지적 수준과 견문이면 충분합니다. 그런데도 남이 내 글을 어떻게 평가할지를 고민하기 때문에 쓰지 않으려 합니다. 잘 쓰려고 할수록 글이 빈약하고, 엉뚱하고, 혼란스러워집니다. 글을 쓸 때 편하게 썼으면 좋겠습니다.”

작가와의 만남, 한효석 작가 초청 인문학 콘서트
작가와의 만남, 한효석 작가 초청 인문학 콘서트

-논술은 꾸준히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접근성이 다양한 결과, 예상 문제를 풀며 논술에 대비할 기회가 잘 마련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짧은 글쓰기를 요구하는 곳도 종종 보입니다. 장문의 특성을 가진 논술과 달리 이런 짧은 글쓰기는 어떻게 접근하나요?

“글이 짧을 때는 제대로 전달하려는 것을 하나 선택하여 그 하나에 집중하면 됩니다. 글이 짧아 전달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400자에 ‘성실’을 담기로 했다면 내가 어떻게 성실한지, 얼마나 성실한지, 왜 성실한지를 표현하면 됩니다.”

-고전 작품을 읽으면 논술에 도움이 될까요?

“이미 오래 전부터 대학은 논술 문제에 문학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 기호, 통계를 활용합니다. 왜냐하면 논술은 12년 공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익힌 인류와 우리 사회의 기호 체제를 글로 평가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고전 작품을 많이 읽지 않아도 되는 평가 체제입니다. 고전 작품을 많이 읽어야 논술글을 쓰는데 유리하다는 것은 편견입니다.”

-자신이 가진 안 좋은 글쓰기 습관을 버리기 위해서는 어떤 시도를 하면 좋을까요?

“글쓰기 지침서 기준을 놓고, 자신이 그 기준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졌는지를 알면 고칠 수 있습니다. 안 좋은 습관이 어떤 건지 모르니까 잘못을 반복하는 거지요. 안 좋은 습관을 알면, 잘 쓸 수 있는 사람입니다. 예컨대 저는 서술어에 ‘있다’를 되도록 쓰지 말라거나, 한 문장 평균값이 40자를 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자기 글에서 서술어 ‘있다’를 모두 찾아서 다른 서술어로 바꿔보거나, 문장수를 세어 평균값이 40자 안팎인지를 확인하면 그 버릇을 금방 고칩니다.”

2019 청소년 공감 인문학 콘서트에서 한효석 작가는 글쓰기에 대한 강연을 진행하였다.
2019 청소년 공감 인문학 콘서트에서 한효석 작가는 글쓰기에 대한 강연을 진행하였다.

-책을 많이 읽으면 글 쓰는 데 긍정적이라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들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기만 하고 글 쓰는 연습을 하지 않는다면, 책 읽기는 글쓰기에 효과가 없을까요?

“책을 많이 읽는 것은 견문을 넓히는 과정이므로,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며 여행을 좋아하다면 책을 굳이 많이 읽지 않아도 됩니다. 한 권을 읽더라도 좋은 독서 지도자와 제대로 읽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닥치는 대로 마구 읽는 것을 권하지 않습니다.”

-이 책은 명확하고 깔끔한 글쓰기를 유도하는 지침서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작가님의 글쓰기 공식은 어떤 게 있을까요?

“독창적으로 글을 쓰겠다는 생각을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주어진 시간(원고지)에 상대방을 어떻게 설득할지를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글쓰기는 독창적인 것이 아니라, 지극히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자료로 상대방을 이해시키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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