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익기 씨 요구대로 거액 지급하면 좋지 않은 선례 남겨
훈민정음 상주본은 문화적 가치가 높아 보호조치 필요

노도현 시민기자
노도현 시민기자

대법원이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의 소유권자로 현재 소장자인 배익기 씨가 아니라 문화재청의 손을 들어줬다. 10년이 넘는 소유권 논쟁은 마침내 끝맺었다. 단 한 사람만 제외하고 말이다. 배 씨는 판결에 승복하지 않고 여전히 억울함만을 호소한다. 이토록 배 씨가 책에 집착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돈 때문이다. 문화재청이 책의 값어치를 1조 이상으로 측정했는데,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주면 책을 반환하겠다는 것이 배 씨의 주장이다. 이 같은 배 씨의 발언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행실도 마찬가지다. 무엇이 문제인가?

상주본의 소유권은 다른 이에게 있다. 배 씨는 책을 골동품 판매업자 조 씨로부터 고서를 사며 함께 획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 씨는 배 씨가 책을 훔쳤다고 이를 반박했다. 논쟁은 소송전으로 번졌다. 형사재판에서는 배 씨가 훔친 것은 아니다, 민사재판에서는 소유권이 조 씨에게 있다는 판결이 났다. 훔친 여부는 중요치 않다. 쟁점은 소유권 문제다. 게다가 조 씨가 죽기 전 국가에 기증 의사를 밝힘으로써 자연스럽게 소유권도 문화재청으로 넘어갔다.

배 씨가 요구한 1,000억 원은 터무니없이 높은 금액이다. 문화재 소유자가 문화재를 반환할 경우 국가에서 보상금을 지급한다. 발견한 문화재의 가치와 규모를 고려해 심의를 거쳐 보상금을 결정한다. 문화재 반환 보상금 제도가 시행된 이래 가장 높은 보상금은 1억 원이다. 배 씨가 주장한 1,000억은 이의 1,000배에 해당한다. 또 법률 어디에도 문화재 가치의 10%를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지도 않다. 1,000억은 그저 배 씨가 자의적으로 판단해 요구한 금액이다.

상주본의 안전한 보관이 의심스럽다. 2015년 배 씨의 집에 화재가 발생했다. 배 씨는 불에 타 검게 그을린 책 일부를 보여줬다. 보는 이로 하여금 안심은커녕 근심만 키웠다. 화재 이후 배 씨는 존재 여부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다. 낱장으로 책을 보관 중이다, 땅 밑에 묻어뒀다는 소문만 가득하다.

훈민정음. 출처: 문화재청 홈페이지
훈민정음. 출처: 문화재청 홈페이지

훈민정음은 1443년 창제됐지만 해례본이 발견된 것은 1940년이다. 발견한 책을 보관한 주인공은 간송 전형필 선생이다. 간송은 문화재 약탈을 막기 위해 애국심 하나로 문화재 수집에 전 재산을 바쳤다. 1940년은 일제강점기 시절로 문화재 약탈도 잦았던 시기다. 목숨을 바쳐서 문화재 수집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집 한 채 가격을 훌쩍 넘는 돈을 써가며 해례본을 손에 얻었다. 그 후 일제강점기, 6.25 전쟁을 겪으면서도 책을 안전하게 지켜냈다.

상주본을 반환할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과거 열강들이 강제로 빼앗은 문화재도 반환하는 추세다. 국민이 문화재를 반환하지 않는 것은 매우 역설적이다. 문화재 인질극은 국민을 모두 괴롭게 한다.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꾸면 하늘에서 간송 선생이 환영할 것이다. 불에 탄 책을 보면 얼마나 간송 선생이 노하실까? 일방적인 처벌로 해결할 수 있지만, 정부 측에서 좋은 제안도 했다. 타협점을 낮출 필요가 있다. 이제는 강제적인 법적 처벌 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단순히 처벌로 끝나지 않는다. 기록에, 역사에 남는다. ‘배익기가 상주본을 반환하지 않았다’고.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저작권자 © 자연치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