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근로자 시간당 생산성 높지 않은데
일본보다 높은 임금 주고 적게 일하면
우리나라 미래는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에서는 반일 감정이 상당히 강해
36년간 온갖 패악 저질렀으니 당연한 일
하지만 미워하고 욕하는 것만으로는 소용 없어
국력을 키우지 않으면 나라를 다시 빼앗길 수도 있다
미래 일본 비롯한 타국의 지배 받을 가능성 줄이는 게 중요

​대한민국이 주권 국가로 존속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와 기업들 실력을 제대로 알고
정책을 펼쳐야 마땅
일하는 시간이 OECD 중간은 가야 한다거나
선진국만큼 노동시간 규제해야 한다는 생각이
나라를 망하게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반일 감정이 상당히 강합니다. 36년간 우리를 지배하면서 온갖 패악을 저질렀으니 당연합니다. 미워하고 욕하는 것만으로는 별 소용이 없습니다. 국력을 키우지 않으면 나라를 다시 빼앗길 수도 있습니다. 미래에 일본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을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성장하면서 일본과의 격차를 크게 줄여왔습니다. 하지만 국력의 차이는 아직도 너무나 큽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격차가 더 커져 다시 일본의 지배를 받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우리나라와 우리 기업의 실력을 제대로 알고 그에 맞는 정책을 펼쳐야 남의 지배를 받지 않는 주권 국가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경제력이 국방력을 좌우합니다

나라를 지키려면 국방력이 중요한데, 국방력은 기본적으로 그 나라의 경제력에서 나옵니다. 첨단 무기로 전쟁을 하는 시대이니 첨단 무기를 개발, 생산, 구매, 운용할 수 있어야 나라를 지킬 수 있습니다. 그것을 하는 데 돈이 많이 듭니다. 경제 규모가 큰 나라에서는 세금을 많이 거둬 국방력 강화에 많이 투자할 수 있습니다. 경제력이 국방력을 좌우하는 이유입니다.

현재 일본의 국방력은 어느 정도 될까요? 미국 다음이라는 말도 있고, 중국이나 러시아에 뒤진다는 말도 있습니다. 대륙간 핵탄두미사일도 만들려면 금방 만들 수 있는 나라입니다. 2차 세계 대전 때 항공모함을 건조해서 운용했고, 전투기를 자체적으로 생산했습니다. 우리나라가 범접하지 못할 최강 국가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합니다.

경제 규모는 어떨까요? 구매력 기준으로 했을 때 일본의 2017년 GDP는 5조 4430억 달러로 세계 4위였습니다. 우리나라는 2조 350억 달러로 세계 14위였습니다. 일본이 우리나라의 2.7배 정도 됩니다. 일본은 GDP의 0.93%를 국방비로 쓰고, 우리나라는 2.70%를 국방비로 쓴다고 합니다. 국방을 위해 쓰는 자금 규모는 비슷하지만, 일본은 주로 최첨단 무기의 개발로 운용에 쓰고 있으니 우리나라와 국방력이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모두 미국 중앙정보국에서 집계한 자료입니다.

일본: 경제 기초체력이 매우 강한 나라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보냈다고 하지만 기업들의 기초 체력은 매우 튼튼합니다. 우리나라는 1900년 이후 일본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본 적이 없습니다. 2010년까지 우리의 수출이 늘어날수록 대 일본 무역적자가 커졌습니다. 2010년에 대일 무역적자가 361억 달러였고, 이후 매년 200억 달러를 넘겼습니다. 2018년에는 약 241억 달러 적자를 봤습니다.

우리나라는 산업화 초기에 일본에서 장비를 사다가 공장을 세우고 일본에서 부품을 수입해서 조립 후 판매했습니다. 이후 일부 장비와 부품을 국산화했으나 아직도 장비, 부품, 핵심 소재를 일본에 많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수출을 금지하면 제대로 돌아갈 공장이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이 반도체 관련 소재를 우리나라로 수출하는 것을 금지할 수도 있다는 아래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vip.mk.co.kr/news/view/21/20/1705939.html

아래의 표는 일본 미쓰이스미토모 은행에서 2019년 5월에 발간한 미중 무역 마찰의 동향이라는 보고서에 나온 내용입니다. 분야별 국제 특허건수를 바탕으로 중국의 순위를 매긴 것입니다. 그 옆에 해당 산업별 세계 톱인 나라를 기록했습니다. 10년 동안 중국의 경쟁력이 급속히 올라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7년 기준으로 35개의 산업 분야 중에서 일본이 세계 최고인 산업이 15개나 됩니다. 제어기술, 광학, 열처리기구, 환경기술, 반도체, 전기기계기구, 재료와 야금 등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미국은 17개, 중국은 3개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가 1등인 산업은 하나도 없습니다.

자료원: 三井住友銀行 2019.5. 米中貿易摩擦の動向

일본의 임금과 노동시장: 한국보다 낮은 임금과 유연한 노동시장

아래의 표는 일본 후생노동성에서 2015년에 발표한 각급 학교 졸업자들의 기업 규모별 초임입니다. 단위는 천 엔입니다. 특징은 2005년 이후 10년 동안 초임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대졸 남성의 경우 10년간 4% 정도 올랐습니다. 기업의 규모에 따른 초임 차이가 별로 없습니다. 2015년에 100명 미만인 기업의 평균 초임이 월19만 8천 엔인데, 1000명 이상은 20만 7천엔 정도입니다. 4% 정도 높습니다. 고졸 초임이 대졸 초임의 80% 정도로 우리나라보다 격차가 적습니다.

자료원: 일본 후생노동성. 2015.賃金構造基本統計調査(初任給) の概況

일본 후생노동성에서 2017년에 발표한 아래의 자료에서도 대졸 초임이 20만 6천엔 정도로 월급이 높아지지 않았습니다. 아래의 표를 보면 산업별 임금 격차도 별로 없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숙박업 및 음식 서비스업이 19만 5천 엔인데, 가장 높은 정보통신업은 21만 5천 엔으로 10% 정도 차이가 났습니다. 산업별 초임 격차가 굉장히 큰 우리나라와 너무나 다릅니다.

자료원: 일본 후생노동성. 2017. 平成29年 賃金構造基本統計調査(初任給)の概況

2019년 6월 24일 환율로 1엔은 10.78원 정도 됩니다. 월 20만 엔이면 우리나라 돈으로 216만 원 정도입니다. 정규직으로 일하면서 주휴수당을 포함한 각종 수당을 받는 우리나라 최저임금 근로자와 별 차이가 없습니다. 우리나라 중견기업이나 대기업 신입사원들이 일본 기업이 동급 사원들에 비해 굉장히 많이 받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위의 자료들을 종합해 보면 대학교 졸업장의 가치가 우리나라에 비해 일본에서 낮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공부에 재능이 없거나 흥미가 없는 사람들이 고생해서 대학을 갈 이유가 우리나라에서보다는 적습니다. 그래서 극히 일부를 빼면 대학 진학을 위해 과외 교육을 받거나 재수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합니다.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재수할 필요도 없고, 중소기업 기피현상도 별로 없습니다. 청년들은 '구직란', 중소기업들은 '구인난'인 우리나라와 굉장히 많이 비교됩니다. 산업별 임금 격차도 별로 없습니다. 초임을 비슷하게 주기 때문에 자신이 흥미를 가진 산업 분야로 들어가 오타구처럼 일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거치면서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 왔습니다. 세계 경제 포럼에서 발표한 2018년 글로벌 경쟁력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노동시장 효율성이 140개 국가 중에서 48등인데, 일본은 18등입니다. 노동시간에 대한 규제도 예외 조항을 많이 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거의 예외 없이 주 52시간 일하라고 하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아래의 블로그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s://blog.naver.com/kmlee8302/221426180658

일본 기업 대비 실력은 절대적인 열위 +

임금은 높고, 생산성 낮고, 노동시간 짧고, 노사관계 나빠

우리나라 기업은 일본 기업에 비해 실력면에서 절대적인 열위에 있습니다. 특히 제조업에서 그렇습니다. 오랜 산업의 역사, 뛰어난 기초 과학 지식, 한 분야만 깊게 파는 오타쿠 문화, 혼을 담아 물건을 만드는 모노쯔꾸리 정신, 매우 협력적인 노사관계, 높은 시민의식 등으로 일본에는 세계 최고의 기업이 매우 많습니다. 이들의 힘으로 잃어버린 20년을 버텨왔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몇 개나 될까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일 것입니다.

기초 실력이 없는데도 우리나라의 임금 수준은 일본보다 높습니다. 일본에서는 최저임금이 지역마다 다릅니다. 도쿄 985엔이고, 오사카 936엔, 교토 882엔, 나가사키 등은 762엔입니다. 우리나라의 2019년 최저임금은 8350원인데, 주휴수당 등을 포함하면 거의 만원에 육박합니다.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도쿄와 비슷합니다. 우리나라 대기업 대졸 신입사원들의 초임은 일본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높습니다.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 직원들의 초임도 우리나라가 높습니다.

근로자들의 시간당 노동생산성도 일본에 비해 크게 떨어집니다. OECD에서 2015년에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시간당 32달러로, 41달러인 일본에 비해 78%밖에 되지 않습니다. 2017년 근로자 1인당 노동시간은 일본 1,710시간, 우리나라 2,024시간으로 우리나라가 훨씬 길게 나옵니다. 파트타임 근로자가 우리나라에서는 11.4%인데 일본에서는 22.4%인 것이 노동 시간 차이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원인입니다. 정규직 근로자 특히 연구 개발직 근로자들의 노동시간이 일본에 비해 길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일본에서는 연구 개발 인력들에 대한 노동 시간 규제가 우리나라에서처럼 획일적이지 않습니다. 기존 제도에서도 노동 시간 규제 적용 예외 조항이 많았고, 최근에는 '탈시간급 제도'라고 해서 일한 시간이 아니라 성과로 평가하는 제도를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그동안 일부 분야에서 일본 기업을 따라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연구 개발 분야에서의 장시간 근로였습니다. 삼성전자에서 D램을 개발할 때 연구실에 야전 침대를 가져다 놓고 연구해서 세계 1등이 되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중국의 화웨이가 이런 방식으로 일해서 통신장비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들도 생존을 위해 핵심 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이미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 없기 때문에 그 필요성은 일본 기업에 비해 훨씬 높습니다. 그런데 노동시간에 대한 강력한 획일적 규제로 인해 연구 개발을 바탕으로 일본 기업을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이 주제와 관련해서는 아래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s://blog.naver.com/kmlee8302/221440346839

세계 경제 포럼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협력적 노사관계에서 140개 국가 중에서 124등입니다. 일본은 5등입니다. 일본에서도 1950년대에는 노사관계가 나빴지만 그 이후 세계 최고 수준의 협력적 노사관계를 만들어 왔습니다. 일본의 노동조합은 기업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노사가 협력해서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그것을 장기간에 걸쳐 함께 향유하는 구조입니다. 기본 실력이 뛰어난 일본 기업에서는 노사가 협력하면서 경쟁력을 높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기본 실력도 없으면서 갈등 관계에 있으니 일본 기업을 뛰어넘기가 참 어려울 것 같습니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일본의 토요타 자동차에서는 품질관리 등의 활동에 생산 라인 근로자들의 참여도가 매우 높다고 합니다. 현대자동차에서는 노조의 요구로 근로자들의 제안 활동이 금지되어 있다고 합니다. 품질 개선이나 원가 절감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를 회사 측에 제안할 수 없도록 했다니 참 신기한 회사입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결론: 우리 기업의 실력을 제대로 알고 정책을 펴야 나라가 망하지 않습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나 주 52시간 노동에 대한 획일적 규제는 우리 기업의 실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나쁜 정책처럼 보입니다. 제조업에서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일본 기업에 비해 실력이 형편없이 낮습니다.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도 원천 기술을 가진 자랑할만한 기업이 많지 않습니다. 근로자들의 시간당 생산성은 높지 않은데 그들보다 높은 임금을 주고, 적게 일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일본과의 국력의 차이는 훨씬 더 크게 벌어질 것입니다. 일본은 합계 출산율이 1.43인데, 우리나라는 1 아래로 내려갔으니 일본과의 국력 차이는 더 빠르게 벌어질 것입니다.

미래에 제조업이 일자리를 창출해 주지 못할 것 같으면 서비스업에서라도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 기업이 나와야 합니다. 타다나 카카오 카풀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정부의 규제로 새로운 산업이 생기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러다가 또 한번 일본의 지배를 받는 치욕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듭니다. 중화주의로 영토를 계속 넓혀 온 중국의 지배를 받을 가능성을 더 걱정해야 할까요?

우리나라가 주권 국가로 존속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와 우리 기업들의 실력을 제대로 알고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일하는 시간이 OECD 중간은 가야 한다거나 선진국만큼 노동시간을 규제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나라를 망하게 할 수 있습니다.[이경묵 /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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