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장시정 독일모델연구소 대표

지난달 독일 여행에서 뮌헨공항을 이용했다. 뮌헨공항의 정식 이름은 바이에른주 출신의 정치인의 이름을 따서 '프란츠 요셉 슈트라우스Franz Joseph Strauss 공항'이다. 독일 여행을 할 때는 보통 프랑크루르트공항을 이용하는데 가끔씩 이용하게 되는 뮌헨공항이 이번에 보니 좀 불편한 점이 있어 이용 후기를 올려본다.​

우선 서울에서 출발, 뮌헨공항을 거쳐 베를린을 가려고 환승하는 데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오후 2:20에 뮌헨에 도착, 3:00에 베를린행 국내선을 타게 되어 출국 전부터 환승 시간이 짧다고 생각했지만, 승객은 환승 transit만 하면 되니 가능할 거라 생각했고 화물 환적만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뮌헨공항에 도착해 보니 환승객 통로가 따로 없어 출국 통로로 완전히 바깥으로 나가서 다시 입국 절차를 거쳐 들어오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도 뮌헨공항에서 이렇게 환승했던 기억이 났다. 당연히 보안 검색도 받아야 한다. 그러니 40분으로는 도저히 환승할 수가 없다. 보딩 패스를 다시 받으러 서비스 센터에 가보니 환승 못한 승객이 우리 일행뿐만 아니었다.[뮌헨공항 환승 시간을 최소한 1시간 이상을 계획할 것을 권장함]

사진=장시정터미널 2로 올라가는 곳에서 볼 수 있는 공항 광고- 뮌헨공항에서 140개 목적지를 논스톱으로 연결한다는 문구를 볼 수 있다.
사진=장시정 터미널 2로 올라가는 곳에서 볼 수 있는 공항 광고- 뮌헨공항에서 140개 목적지를 논스톱으로 연결한다는 문구를 볼 수 있다.

귀국 시에도 뮌헨공항을 이용하였는데, 이번에는 환승은 아니었다. 가르미슈- 파르텐키르헌에서 출발하여 뮌헨 중앙역에서 슈넬반S-Bahn으로 갈아탔다. 지난번 기차여행 후기에서 말했지만 이 슈넬반의 뒤쪽 차량Wagon만 공항까지 가기에 뒤쪽 차량에 타고 지하 공항역에서 내려 터미널 2로 올라갔다. S -Bahn에서 내리면 터미널 1과 2의 방향 표지판이 나오는데, 터미널 2는 오던 방향으로, 즉 순 방향으로 가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된다. 여기서 루프트한자의 비행기 대형 사진과 함께 뮌헨에서 논스톱으로 140개 목적지로 갈 수 있다는 공항 광고판을 볼 수 있었고, 또 한 층을 올라가니 체크인 라운지다.

사진=장시정체크인 무인기계- 여권을 대거나 예약번호 등을 입력하고 보딩 패스를 받는다.
사진=장시정 체크인 무인기계- 여권을 대거나 예약번호 등을 입력하고 보딩 패스를 받는다.

체크인은 항공사 직원이 있는 데스크에서 하는 방법이 있고 무인 기계로 하는 방법이 있는데 아무래도 무인 기계 쪽이 빠르다. 지원 언어는 영어, 독일어다. 여권을 갖다 대고 예약번호를 찍어 넣으면서 본인 확인을 하고 계속 기입 과정을 진행하면 보딩패스가 나온다.

그 다음에는 부칠 짐의 물표baggage tag 발행 기계로 가서 보딩패스를 갖다 대고 물표를 받는다. 이 물표를 가방 손잡이 부분에 돌려 감아주는데, 짐가방의 짧은 면 손잡이보다는 긴 면의 손잡이에 부착하는 것이 물표 유실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물표가 부착된 짐가방은 무인 체크인 데스크에 있는 짐을 부치는 저울에 올려놓으면 짐 무게가 표시되고 단추를 눌러 짐을 부친다. 이때 화물 영수증을 잊지 말고 챙긴다.

사진=장시정출국심사를 받기 위해 늘어선 긴 줄(대부분 중국 여권 소지자들이다)
사진=장시정출국심사를 받기 위해 늘어선 긴 줄(대부분 중국 여권 소지자들이다)

화물을 부치고 나면 이제 몸을 부쳐야 한다. 우선 보안 검색이다. 양복 상의, 휴대 짐과 랩톱, 혁대, 휴대폰, 주머니 안의 동전 등 모든 소지품을 올려놓고 검색대 X-ray 투시기를 통과하면 보안요원이 장갑을 끼고 직접 신체 구석구석을 더듬으며 검색을 한다. 뮌헨공항 보안 검색이 내가 여행해 본 공항 중에서도 상당히 세밀하다. 승객 입장에서는 이러한 철저한 보안 검색에 귀찮다는 생각보다 오히려  마음이 든든해진다.

보안 검색 전에 면세 물건을 산 경우 세금을 환급받는 창구에 들러야 하는데, 보안 검색대로 들어오기 전 세금 환급 창구를 지나오면서 보니 상당히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세금 환급을 받으려면 상당히 일찍 공항에 나와야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여행 중 구입하는 소소한 물건들은 세금 환급을 신경 쓰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면 면세품 가게들이 있고 바로 출국 게이트도 보인다. 인천행 항공기는 H 게이트였는데 한 층을 더 올라가야 했다. 시간적으로 조금 여유 있게 올라갔는데, 뜻밖에도 엄청난 긴 줄이 기다리고 있었다. 거의 중국 관광객인 듯했다. 줄을 맞게 섰나 싶어 앞사람에게 물어보았지만 정확히 아는 것 같지는 않았다. 좀 더 둘러보니 유럽연합EU 시민들을 위한 별도 자동 출국 심사대가 보였기에, 나를 포함한 비유럽연합 시민들은 이 줄이 맞나 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미국인 노부부는 이 긴 줄을 보고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대기 줄이 꼬불꼬불하게 더 길어지고 장내가 혼잡해지자 경찰이 와서 기다리고 있는 승객들의 탑승권을 일일이 보면서 교통정리를 해주었는데, 나중에 보니 출국 심사장의 입구 반대쪽에 비자 우대국들, 즉 한국, 일본, 대만,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13개국의 승객을 위한 자동 출국대가 따로 설치되어 있었다. 

그러니 그 긴 줄은 거의 중국인 승객들을 위한 출국 심사 줄이었다. 그러니 한국인 승객들은 그 긴 줄에 서서 기다릴 필요 없이 올라오면서 반대편 끝 쪽에 있는 비자 우대국 출국 심사대(자동+유인 심사대)를 바로 찾아가면 되겠다.​

그러고 보니 한국을 비자 우대국에 포함시키기 위해 열정을 쏟았던 권영민 주독 대사님이 불현듯 생각이 난다.  권 대사는 2003년 독일에 부임하여 한국을 일본이나 미국과 같이 독일에서 장기 체류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는 비자 우대국 대우를 받아내려고 진력하였고, 그 과정에서 외국인 법(시행령 41조)을 개정해야 했기에 법률 제정의 최종 권한을 갖고 있는 상원Bundesrat의 구성원인 각 주를 다니면서 주총리 등과 만나 1년 반 동안 이들을 설득하였고 2005. 1월부터 우리도 독일의 비자 우대국에 들어가게 되었다.

나도 낭인이 되어 자유여행을 해보니 이러한 보이지 않는 외교관들의 노고에 새삼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한국 여권은 일본, 싱가포르 여권 다음으로 무비자 입국 나라 수가 많은 '슈퍼 여권'으로 세계 199개 국가 중 무려 187개국을 무비자로 여행할 수 있다. 과거 1960-80년대 외교부에서 선견지명을 갖고 세계 각국과 비자면제협정 체결 노력을 꾸준히 경주해온 덕택이다.

사진=장시정노이슈반슈타인 성내에서 입장 차례를 기다리는 관람객
사진=장시정 노이슈반슈타인 성내에서 입장 차례를 기다리는 관람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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