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정, 이범, 김진우, 박하식, 송재범, 하화주, 홍영일 공저 출간
대구교육청, 제주교육청이 공교육에 도입하는 '한국어 IB' 소개

구현정 시민기자

‘주입’이란 흘러 들어가도록 부어 넣는 것을 말한다. 주입식 교육은 기억과 암기를 주로 하여 지식을 넣는 것이다. 즉 학습자가 학습 내용을 받아들일 태세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더라도 그것을 기계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교수 방법이다.

21세기 우리는 사교육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공고히 자리 잡고 있는 학벌주의는 입시 위주 교육의 늪으로부터 단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이는 다시 치열한 경쟁을 부추기며 학부모와 학생들을 불안감과 초조함을 볼모로 사교육 시장을 기웃거리게 만든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인 지금 우리는 밖으로 꺼내어질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의 성벽은 하늘에 닿을 만큼 높다. 아이들이 지닌 끼와 재능 그리고 성장 속도는 제각기 다르다. 하지만 한국의 교육은 아이들을 한 공간에 집어넣고 일방적으로 따라오길 강요한다. 누구보다 물고기를 잘 잡는 아이의 재능은 모두 무시하고 무조건 나무 꼭대기에만 올라갈 것을 바란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자신의 재능을 온전히 찾지 못한 채 억지로 나무를 기어오르다 중간에 멈추거나 심지어 나무에서 떨어지는 아이들이 많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꼭대기까지 어떻게든 올라갈 수 있도록 채찍질한다. 남을 짓밟아야 보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현실은 학부모와 아이들의 불안을 먹고 살아가는 사교육 시장을 더욱 부풀리는 원동력이다. 한편에서는 우리의 공교육이 단순히 똑같은 방식으로 학습된 아이들의 우열을 평가하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IB를 말한다

이러한 현실과 우려 가운데 대한민국 교육의 혁신을 말하는 서적 『IB를 말한다』가 정식 출간했다.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를 지은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과 이범, 김진우, 박하식, 송재범, 하화주, 홍영일이 공저로 출판했다.

국제 바칼로레아(IB, International Baccalaureate)는 1968년부터 스위스에서 개발된 교육 과정 및 대입 시험이다. 2017년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의 전작 『대한민국의 시험』이 출간되면서 IB가 한국 교육계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후 서울, 제주, 충남, 대구 교육청 등에서 IB 관련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IB의 가능성을 확인한 몇몇 교육청에서는 IB를 우리말로 번역해 공교육에 도입하는 것을 추진했다. 2019년 4월, 대구와 제주 교육청에서는 IB 본부와 함께한 기자 회견을 통해 IB 한국어화 추진 확정을 공식 발표했다. 국내 공교육에 IB 본부의 정식 인증을 받은 IB 학교가 생기고, IB 학생들은 IB 대입 시험을 치를 전망이다.

『IB를 말한다』의 저자들은 1부에서 각국의 대입 시험을 비교한다. 영국의 에이레벨, 독일의 아비투어,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등 세계 각국의 교육 패러다임은 공통적으로 집어넣는 교육을 넘어 꺼내는 교육을 지향한다. 학생들이 저자의 생각, 교과서의 생각을 암기하는 것이 아닌 내 생각이 무엇인지 스스로 개발하고 발전시킬 것을 요구한다. 전 과목에서 논술형 시험과 절대 평가를 통해 이를 실현한다. 객관식 정답 찾기는 전혀 없다. 반면 우리의 교육은 여전히 집어넣는 교육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의 교육으로는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필요한 능력들, 특히 경제개발협력기구에서 21세기에 필요한 역량이라고 강조한 ‘비판적 사고력, 창의력, 의사소통 능력, 협업 능력’ 등을 기르기 어렵다고 말한다.

2부에서는 저자들은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짚는다. 수능과 내신을 둘러싸고 되풀이되는 타당성‧공정성 논쟁의 한계, 교사의 교육권이 제한되어 있는 현실, 치열한 경쟁과 과도한 사교육의 원인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우리 교육이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들과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한다. 그리고 우리 교육을 혁신할 수 있는 전략적 대안으로 IB를 제안한다. 전 과목 논‧서술 시험에, 절대 평가를 하면서도 수십 년 동안 타당하고 공정하게 운영되어 온 IB의 노하우를 벤치마킹하여 객관식, 상대 평가 중심의 우리 교육과 평가 시스템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3부에서는 본격적으로 IB 교육의 주요 특징들을 분석한다. 저자들은 IB가 내신은 물론 우리의 수능에 해당하는 대입 시험에서 전 과목 논‧서술형 시험을 치르면서도 어떻게 채점의 공정성을 담보하고 있는지 그 체계를 자세히 탐구한다. 4부에서는 IB의 국내 도입 추진 현황을 전달한다. 더불어 “IB가 우리 교육 제도와 충돌하지 않고 국내 교실에 무사히 안착할 수 있을까” 우려하는 사람을 위하여 IB가 우리 교육 시스템에 들어왔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변화들을 차근차근 짚는다. 또한 수능이 아닌 IB 대입 시험을 치른 학생들의 국내 대학 진학 방법과 2019년 이후 변화가 예고되어 있는 여러 교육 제도들과 IB가 잘 호응할 수 있을지 등 당장 부딪힐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국내에 IB 도입 논의가 구체화되면서, IB에 대한 궁금증은 물론 여러 오해와 우려도 많이 발생했다. 5부에서는 IB 교육을 하면 자칫 학생들의 학력이 저하되는 것은 아닌지, 또 한국사, 한국 문학 등 한국인으로서 정체성 교육이 소홀해지지는 않을지, 대학들에서는 IB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교사들의 교육권이 더 통제받는 것은 아닌지 등 교육 현장에 있는 많은 이들이 우려한 문제들에 대한 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마지막 6부에서는 먼저 IB 교육을 경험해 본 이들의 평가를 공유한다. 우리나라에는 일부 국제 학교에 영어판 IB 교육이 들어와 있고, 공교육 중에서는 유일하게 경기외고에서 일부 학급이 영어판 IB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외고 IB반 학생들과, 자녀를 IB 학교에 보낸 학부모들이 인터뷰에 응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경험과 소감을 전한다. 이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실제 교육 수요자에게 IB가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살펴볼 수 있다.

우리는 교육을 통해 지식을 얻는다. 하지만 즐거움은 느끼지 못한 채 정해진 정답을 집어넣으며 허우적거리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 대한민국 교육의 혁신적인 미래를 제안하는 『IB를 말한다』가 출간됨에 따라 우리 모두를 도움의 손길로 꺼내줄 전망이다. 이 책을 통해 IB를 제대로 이해하고, 대한민국 공교육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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