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수 교수 글쓰기특강 11]
소설은 서사법으로 쓰인 이야기들로 엮어지는 것이 상례
묘사법은 단순기록 아니고 아름다운 느낌 나도록 그 광경 보여줘야

5. 단락을 펼치는 방법

단락을 펼치는 방법은 크게 4가지로 나누어 볼 수가 있다. 서사법, 기술법, 설명법, 논술법 등 네 가지가 단락을 전개하는 기본 방법이 된다. 각 단락의 소주제는 이 네 전개법의 하나나 둘 또는 그것들을 어울러서 펼치게 된다.

1) 서사법

서사법(narration)이란 행동이나 사건을 이야기하는 법을 말한다. 사물이 시간적으로 움직이거나 진행되는 과정을 적어서 나타내는 것이 서사법이다. 누가 어떻게 하느냐, 무엇이 어떻게 움직이느냐, 그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느냐 하는 것을 시간적인 순서에 따라 적어 나타내는 것이 서사법이다.

그래서 서사법은 "이야기법"이라 하는 수도 있다.

[보기 5.1]

나는 아주 어릴 적에 작은 시골 마을에서 살았다. 저녁이면 멀리 나뭇잎 타는 연기들이 피어 오르고 나는 그 향긋한 냄새를 맡으며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 무렵 나는 매일 엄마를 따라 냇가에서 작은 수건을 빨았다. 식구는 많았지만 나와 같이 놀아 줄 또래는 없었다. 동생 하나만 낳아 달라고 엄마를 졸랐었다. 그런 내게 할아버지께선 눈이 체리처럼 빨갛고 흰털이 솜사탕처럼 보실보실 붙어있는 토끼를 안겨 주셨다. 그때부터 왕눈이(토끼)는 내 동생이 되었다. 학교에 가기전까진 내 띠는 토끼라고 생각했었다. 손님이 오셔서 내 나이를 물으면 "토끼 띠죠" 하며 할아버지 무릎에 안기곤 했었다. 나는 할아버지가 제일 좋았다.

-- 권수영, "할아버지의 선물" 중에서

이렇게 자기가 한 행동이나 겪은 일을 그 일어난 시간 순서에 따라 이야기하는 것이 서사법이다. 우리는 누구나 이야기를 하기 좋아하는데 그런 이야기를 가다듬어 글로 적으면 서사법의 글이 된다.

우리가 흔히 읽는 소설은 거의가 서사법으로 이루어진다.

소설에는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옛날 소설을 이야기 책이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음 글은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 토막이다.

[보기 5.2]

헐렁헐렁 소리를 내며 조 선달이 그날 산 돈을 따지는 것을 보고 허 생원은 말뚝에서 넓은 휘장을 걷고 벌려 놓았던 물건을 거두기 시작하였다. 무명 실과 주단 바리가 두 고리짝에 꼭 찼다. 멍석 위에는 천 조각이 어수선하게 남았다. 다른 축들도 벌써 거진 전들을 걷고 있었다. 약바르게 떠나는 패도 있었다. 어물 장수도, 땜쟁이도, 엿장수도, 생강 장수도 꼴들이 보이지 않았다. 내일은 진부와 대화에 장이 선다. 축들은 그 어느 쪽으로든지 밤을 새며 육, 칠십리 밤길을 타박거리지 않으면 안 된다. 장판은 잔치 뒷마당 같이 어수선하게 벌어지고, 술집에서는 싸움이 터져 있었다. 주정꾼의 욕지거리에 섞여 계집의 앙칼진 목소리가 찢어졌다.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중에서--

소설이란 이처럼 서사법으로 쓰인 이야기들로 엮어지는 것이 상례이다. [서사법은 뒤 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2) 기술법

기술법(記述法=description)이란 정지 상태에 있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적어서 나타내는 것이다. 정지 상태에 있는 대상이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사건이나 행동이 아니라 일정한 자리에 움직이지 않고 놓여 있는 사물을 가리킨다. 이런 정지된 사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술법은 앞에서 말한 서술법과는 다르다. 또 기술법은 필자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 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겉모양이나 빛깔 또는 외형적 구조나 특징을 객관적인 관점에서 글로 적어 보여 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뒤에서 말하는 설명법과도 다르다.

기술법은 본디 사물의 크기나 모습 따위를 자 같은 것으로 재거나 세밀히 관찰하여 글로 기록하여 보여 주는 것이다. 이를테면, 여기에 한 책상이 있다고 한다면, 그 책상의 크기, 모습, 빛깔, 구조 따위를 객관적인 관점에서 모습 그대로 글로 나타내 보이는 것이 기술법이다.

[보기 5.3]

이 탁자는 타원형으로 생겼는데 가로는 2미터 정도이고 세로는 1미터가 조금 넘어 보인다. 그 위에는 5미리의 유리가 깔려 있다. 또 한 복판에는 라이락 꽃이 꽂힌 화병이 놓여 있으며 바로 옆에는 과자 그릇이 보인다. 탁자 둘레에는 6개의 의자가 늘어 있다.

이처럼 사물의 크기나 모습 등을 수치 따위로 기록하여 보여 주는 것이 본래의 기술법이며 이런 기술법은 "실제적 기술법" 또는 "실용적 기술법"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런 실제적 기술법은 사람의 신상 명세서 같은 기록 같은 것도 포함한다.

[보기 5.4]

그 남자는 나이가 30살이고 키는 1미터 75센치이다. 고향은 서울 종로구 청진동이고 학력은 대학 중퇴이다. 가족은 부모님과 아내이며 직장은 어떤 제약 회사의 영업부이다. 종교는 기독교이고 혈액형은 B형이다.

그런데 기술법에는 위와 같이 딱딱한 것만 있는 것이 아니고 아름다운 느낌을 불러 일으키는 것도 있다. 이것은 예술적 기술법이라 하는 것인데 우리 나라에서는 "묘사법"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묘사법은 사실을 그대로 기록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어떤 느낌을 자아내는 데에 역점을 둔다.

다음과 같은 글은 묘사법으로 볼 수가 있다.

[보기 5.5]

어릴 적 내 고향은 나즈막한 산들이 그림처럼 누워 있고, 마을 옆으로 흐르는 냇물이 거울처럼 맑았다. 봄이면 앞 산에 진더래와 아카시아 꽃이 지천으로 피어 마을은 온통 달콤한 꽃향기로 가득찼고, 야산 길에는 아카시아 꽃대를 씹으며 걷는 아이들이 줄지어 있었다. 가을이면 석양 무렵 누렇게 익은 벼이삭 위로 쏟아지던 붉은 태양 빛이 넘실거렸다.

이런 묘사법의 글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고 아름다운 느낌을 자아낼 수 있도록 그 광경을 그려 보여 주고 있다. 이 묘사법 등 기술법은 뒤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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