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기고 / 구현정]
오판가능성 이유로 사형제 폐지하자는 주장은 심사숙고해야

 

구현정 시민기자
구현정 시민기자

‘사형’이란 범죄인의 생명을 박탈하여 그 사람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제거하는 형벌이다. 인간사회의 형성과 더불어 발전한 형벌제도는 부족, 민족 단위의 국가가 성립한 후 사회구조의 변화 혹은 사상적, 정치적 이념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했다. 그 속에서 사형은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형벌로 생명형, 극형이라고도 한다. 18세기 서구 계몽주의 사상이 인간의 존엄성을 일깨워 자유, 천부인권 사상이 강조되면서 사형은 점차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강력범죄가 늘어남에 따라 사형제도 부활에 관한 목소리가 커졌다.

사형제도의 존폐는 지금까지도 커다란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법률상 모든 범죄에 대해 사형을 폐지한 국가는 독일, 프랑스 등 105개국이다. 전시범죄, 군범죄 등 특수 범죄를 제외한 일반범죄에 대해 사형을 폐지한 국가는 브라질 등 7개국이다. 국제 인권단체 엠네스티는 법적으로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10년 동안 사형 집행을 하지 않는 나라를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간주한다. 현재 전 세계 51개 국가가 법률상 또는 실질적 사형폐지국이다. 한국은 1997년 12월 30일 마지막 사형집행 후, 2007년 12월 30일로 ‘실질적 사형폐지국’이 되었다. 이에 반해 사형을 존치하고 있는 국가는 북한, 일본 등 30개국에 달한다.

사형제도는 정의 사회의 구현을 위한 가장 강력한 법적 도구로 유지되어야 한다. 사형이라는 극단적인 형벌이 존재할 때 사람들에게 법적제제에 대한 경각심을 부여할 수 있다. 사형제도는 범죄의 발생을 예방하며 극악한 범죄에 대한 정당한 응보로, 사회정의 및 사법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 미국의 텍사스 주의 경우 사형제도 실시 후 살인사건이 크게 줄었다는 통계가 있다. 1981년 사형집행을 하지 않을 때 는 701건인 반면, 1982년 사형 부활 후 에는 261건으로 약 63%가 감소하였다. 정의가 몰락한 사회에서 인간은 더 나은 가치를 추구할 수 없다. 법관의 형벌은 언제나 범죄자가 죄를 범하였기에 그에게 과해지는 것이다. 사형제도는 형벌의 경고기능을 무시하고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하여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을 부과하는 것으로 범죄자가 스스로 선택한 범죄행위의 결과이다.

사형제도는 범죄의 재범 가능성을 차단하는 사회 보호 수단이다. 대부분의 사형수는 잔혹한 살인사건이나 연쇄 살인사건 등 재범인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살인을 비롯한 강력범죄의 재범률은 계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사형은 인간의 생존본능과 죽음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를 느끼게 한다. 2012년 8월 20일 발생한 서울 광진구 30대 주부 살인사건의 범인은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음에도 "교도소 다시 가면 된다"는 심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해 단순히 징역형을 살게 하는 것만으로 재범률을 낮추고 범죄자를 회개하게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그는 이전 여성을 성폭행하여 7년 6개월 형을 선고받고 7년간 전자발찌 착용 명령을 받았다. 이 외에도 성폭행 전과가 2개나 더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법을 두려워하지 않는 흉악범을 격리하는 수단으로 사형은 가장 효과적인 처벌이 될 수 있다. 이로 인해 무기징역형이나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보다 더 큰 위하력을 발휘하며 재범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사형을 폐지하고 있는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을 비롯한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무기징역형을 사형의 대체형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의 계약을 깨고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국민의 세금으로 돌보아 주는 것은 합당치 않다. 8살 여자아이를 강간상해한 후 12년형을 선고받은 조두순은 2020년 출소한다. 조두순이 복역하며 입는 옷, 먹는 음식, 전기, 물 등은 일반국민들의 세금으로 사용된다. 이는 국가의 재원이 낭비되는 것으로 사형을 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극악한 범죄의 경우 무기징역형 등 자유형의 선고만으로는 범죄자의 행동에 대한 책임이 미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의 가족 및 국민의 가치관에도 부합하지 않아 또 다른 상처를 낳는다. 사형에 처할 정도의 죄를 저지른 자가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은 후 교도관을 살해한 사례가 있다. 사형제도의 폐지로 인해 유지할 수 있었던 생명을 이유 없이 잃은 것이다. 사형제도에 의해 달성되는 범죄예방을 통한 일반국민의 생명보호는 범죄자의 생명권이라는 사익보다 결코 작지 않다.

물론 사형제도를 폐지하여야 한다는 사람은 오판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오늘날의 형사재판이 철저한 증거재판주의에 입각해 있다고는 하지만, 수사와 재판에 임하는 검사와 판사도 불완전한 인간이라는 것이다. 오판으로 인해 사형이 집행된 경우 이는 회복이 불가능하며 오판의 가능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형은 폐지되어야 한다는 근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오판가능성은 사법제도의 숙명적 한계이지 사형이라는 형벌제도 자체의 문제로 볼 수 없다. 심급제도, 재심제도 등의 제도적 장치 및 그에 대한 개선을 통하여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오판가능성을 이유로 사형이라는 형벌의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심사숙고해야 한다.

사회 구성원의 일부로 우리는 사회의 약속을 지키며 살아간다. 사형은 이러한 약속을 깨버린 사람의 행동에 대한 책임이다. 교도소 또한 재범을 예방하기 위해 교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하며, 출소 후 재사회화 대책을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 교정제도는 범죄자 자신뿐만 아니라, 그 범죄로 피해를 볼 수 있는 가상의 모든 국민들을 위해 사형제도와 더불어 논의되어야 할 문제이다. 많은 사람이 범죄에 대한 불안 없이 평안하게 하루를 보내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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