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 김갑수 선생]
- 조선 역사, 신간을 읽어야 한다

김갑수 선생.
김갑수 선생.

이 책이 나온 것이 2018년 7월이니 조선시대를 논의한 저작 중에서 최신간에 속한다. 저자 장병인은 30년 동안 우리의 여성사 연구에 전념해온 학자이다. 이 책은 대단히 실증적이다. 저자는 철저히 해당 시대의 문헌이나 고문서 등을 전거로 제시한다. 오히려 저자는 수많은 전거 제시가 독자들에 번거로움을 끼칠 것을 걱정한다.

《법과 풍속으로 본 조선 여성의 삶》(후마니스트)은 조선의 혼인제도, 이혼제도, 간통과 강간을 포함하는 성문제와 성폭행 등에 관해 논의하는 책이다. 사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조선시대 여성의 삶을 이 책처럼 문헌이나 문서 같은 사료에 근거하기보다는 주로 야담이나 설화 등의 비실증적 풍문에 현혹되어 이해해 왔다.

저자는 이런 현상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하면서, 그 원인으로 서구중심주의와 식민사관을 들고 있다. 이제는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조선시대 역사 중에서 서구중심주의와 식민사관이 가장 적극적으로 왜곡, 비하한 것은 유학(교)이었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조선사회는 유교 때문에 망했다’, ‘유교는 남존여비 사상의 근원이었다’, ‘조선사회의 여성차별은 유례없이 극심했다’는 등 근거가 불분명한 인식들이 세간에서뿐 아니라 학계에까지 만연해 있었다. 이러한 통념이 형성된 배경에는 전통사회의 특성을 무시한 서구중심주의적 사고와 아직도 불식되지 않은 식민사관이 자리 잡고 있다.”(책 5쪽, 머리말 중에서)

《법과 풍속으로 본 조선 여성의 삶》(후마니스트)
《법과 풍속으로 본 조선 여성의 삶》(후마니스트)

남성 우월과 가부장권의 공고성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구식 사회에서 공통으로 있었던 현상이다. 특히 무력을 통해 등장한 중세 서구와 일본의 지배층은 체제 유지와 기득권 보호를 위해 가부장권을 오히려 강화했다.

조선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일수록 근대 이후의 서구와 조선을 수평 비교하면서 조선시대를 비하하는 경향이 있다. 더구나 유럽의 가부장권은 그들이 일컫는 ‘근대’ 이후에도 완강하게 존속했다.

예컨대 1870년대까지 영국의 남성들은 여성이 법적 무능력자라는 이유만으로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해도 처벌받지 않는 특권을 누렸다. 1840년 영국 법원은 "아내를 무자비하게 학대하지 않는 이상 남편이 아내를 구타하고 감금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반면에 조선은 폭력행위에 관한 한 남녀 구별이 없이 어김없이 형벌로써 다스렸다.

식민사관 역시 조선역사를 왜곡한 주범이다. 일제는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려는 목적으로 식민지로 전락하기 직전 조선사회의 정체성을 조작하면서 그 열악성만을 강조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경주했다. 이런 과정에서 잉태된 것이 바로 ‘유교 망국론’이었는데 아직까지도 한국 사회에는 유교 망국론을 스스럼없이 개진하는 ‘꼰대’들이 수두룩하다.

그들은 조선사회에서는 ‘남녀7세부동석’, “7거’에만 해당되면 여자를 내쫒을 수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재가가 금지되었다”는 등 역사적 사실과 전혀 부합되지 않는 유언비어들을 유교의 이름으로 남발하고 있다. 이 책은 유학 때문에 조선시대 여성의 지위가 유례없이 열악했다는 말은 단지 ‘무식의 소치’에 불과하다는 점을 수많은 실제 사례를 통해 충분히 논증하고 있다.

[부언] 내가 보기에 조선 역사서는 2000년대 이전에 발간된 책은 대부분 서구중심주의와 식민사관에 감염되어 있다. 조선역사일수록 최신간을 읽어야 한다. 이 글에 공감하는 분들은 이 책을 따로 읽지 않아도 괜찮다. 물론 깊이 있게 더 알고 싶으면 읽어야겠지만... 이 책은 이 글에 공감이 되지 않는 분들, 무엇보다 이 글에 반감이 생기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읽어서 ‘역사의 무지’로부터 해방(?) 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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