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헌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 공연주최 후기]

28~30일 대학로서 가요극 '꽃순이를 아시나요' 성료
음악지도 윤국희, 안무 한재영, 연출 복진오 감독
신인 3명 비롯 평균 50~60대 직장인, 교수, 주부 등 19명 출연
10주 연습 당초 일정에 더해 후반 30여 일은 주말 포함 날마다 연습
8월 충북 영동 포도축제 때 제2회 생활연극축제 참가 예정

정중헌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이 '꽃순이를 아시나요' 마지막 공연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중헌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이 '꽃순이를 아시나요' 마지막 공연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아마 배우들의 열정으로 빚어낸 가요극의 풋풋한 재미와 지순한 사랑의 감동. 대학로 SH아트홀에서 공연(6월 28~30일)한 복진오 연출의 <꽃순이를 아시나요?>는 (사)한국생활연극협회가 제작한 첫 가요극으로, 프로무대만큼 세련되는 못했지만 작고 큰 실수까지도 애교로 받아들여 함께 노래하고 박수 쳐준 관객들의 호응으로 열기가 뜨거웠다.

사실 생활연극 배우들이 뮤지컬에 버금가는 악극에 도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창립 2주년을 맞은 협회는 노래하고 춤추고 싶다는 배우들의 열망에 부응하기 위해 과감히 새 장르에 도전했다. 아무리 욕심을 낸다 해도 노래와 춤에 생짜나 다름없는 아마 배우들을 무대에서 움직이게 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다행히 한국 뮤지컬 중흥에 앞장섰던 복진오 연출, 음악지도를 맡은 윤국희 감독,안무를 지도한 한재영 감독의 트리오가 있기에 아마 배우들은 가요극의 새 경지를 체험할 수 있었다.

여기에 이번에는 전문 스탭들이 기꺼이 동참해 주었다. 권재우 작가는 아끼던 작품을 내주었고, 동국대 연극학과 최영환 교수는 예술감독을 맡아 주었다. 무대디자인 김윤, 분장 박팔영, 조명 김종호, 무대감독 권혁우가 가세해 객석이 많고 무대가 좋은 SH아트홀을 빛내주었다. 생활연극에 처음 참여한 3명의 신인을 비롯해 평균 50~60대의 직장인, 교수, 주부 등 19명의 생활연극 배우들은 당초 주 2회 10주 연습하기로 한 스케줄과 달리 후반30여 일은 주말도 쉬지 않고 매일 연습에 매진했고, 연출진은 모든 걸 희생해 가며 이들을 연기 기초부터 시작해 노래와 춤을 차근차근 지도했다.

'꽃순이를 아시나요' 공연 장면.(사진=정중헌 이사장)
'꽃순이를 아시나요' 공연 장면.(사진=정중헌 이사장)

<꽃순이...>는 불과 50여 년 전 보릿고개 시대에 태어난 남녀가 밥이 없어 꽃으로 배를 채우면서도 청순한 사랑을 나누나 세파에 휩쓸려 각자의 삶을 살다가 늘그막에 극적으로 재회한다는 다소 신파적 소재지만, 요즘 찾아보기 힘든 순애보가 담겨있어 관객들은 감동을 받고 눈물을 흘렸다. 특히 70~80 시대의 추억이 묻어나는 가요를 배우가 라이브로 불러 공감을 얻고 있다.

극중 꽃순이는 청계천 피복공장 여공으로 열악한 노동 환경에 시달리다 부잣집 씨받이로 들어가 딸을 멋지게 키운다. 반면 삼식은 월남전에 참전 후 돌아와 사업을 일구어 성공한다. 그러나 서로를 못 잊어 가슴앓이를 하다가 암에 걸린 꽃순이를 극적으로 만난 삼식이 머리에 꽃을 꽂아 준다는 줄거리다.

월남전 군무, 여공들이 앙상블을 이룬 미싱 장면에서 관객들은 즐거워했다. 배우들은 민들레팀과 찔레팀 으로 나뉘어 연기를 펼치는데 비슷한듯하면서도 개성이 다른 조화를 이룬 점이 특징이다. 프랑스와 두바이에 거주해온 진보경 진수경 남매는 이 가요극에서 월남가수와 캬바레 가수 역을 맡아 멋진 노래와 미모를 선보인다. 무대에서 해설자 역할을 하는 멀티 역(임연비, 김정인)이 극을 이끌어 간다. 멀티의 말에 따라 중년의 꽃순이(공성신, 박금옥)와 삼식이(김진태, 이영환)는 유년의 동심, 학창의 추억을 되살린다. 꽃순이는 인품 좋은 임여사(장무식, 정애경)을 만나 박사장(주재완)의 딸 철진(권영미, 박혜진)을 훌륭하게 키운다. 순이 아버지 역을 맡은 김아천, 송경배 배우는 강패 두목과 졸개, 경찰까지 1인 2~3역을 해내 폭소를 자아낸다. 말숙이 역과 삼식 어머니 역을 맡은 임승연 배우는 여공 연기도 좋았지만 목소리 연기 또한 일품이었다. 동네 아낙 등 여러 캐릭터를 해낸 김순중 김춘이 이영신 배우는 데뷔작에서 배우로서의 매력을 듬뿍 보여 주었다.

'꽃순이를 아시나요' 배우들과 생활연극협회 관계자들.
'꽃순이를 아시나요' 배우들과 생활연극협회 관계자들.

가요극의 가장 큰 난제는 제작비가 많이 든다는 점이다. 정부나 문화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한국생활연극협히는 배우들의 참가비, 배우들의 티켓 판매, 배우들과 애호가드의 후원금으로 대학로 중극장 무대에서 6회 공연을 할 수 있었다. 특히 동방인쇄공사(대표 허성윤)는 포스터와 프로그램북 디자인(남경완 차장)은 물론 인쇄까지 무상으로 지원해 주어 생활연극 육성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첫 공연(6월 28일, 금요일)에서 '민들레 팀'은 관객 176명 앞에서 팀웍이 잘 맞아 진한 감동을 이끌었다. 이날 저녁 공연(관객 154명)을 한 '찔레 팀'은 몇 차례 실수가 있었으나 관객들은 애교로 받아주며 더 큰 박수를 보냈다. 멋진 커튼 콜에서 스포트라이트와 관객 환호를 받은 아마 배우들은 80일 간의 땀흘린 연습을 보상 받은듯 감격했고, 다시 무대에 도전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꽃순이...> 팀은 8월말 충북 영동의 포도축제와 함께 여는 제2회 생활연극축제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30일 '꽃순이를 아시나요' 마지막 공연 장면.
6월 30일 '꽃순이를 아시나요' 마지막 공연 장면.
'꽃순이를 아시나요'를 공연한 대학로 SH 아트홀.(사진=정중헌 이사장)
'꽃순이를 아시나요'를 공연한 대학로 SH 아트홀.(사진=정중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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