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글쓰기’ 신문은 ‘엄민용 기자의 우리 말글 산책’을 주 1회 연재합니다. 경향신문의 엄민용 기자(부국장)는 정확한 우리 말글 사용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전문가입니다. 대학과 기업체, 관공서 등에서 글쓰기 바로쓰기 특강 강사로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야, 아무데나 엉덩이 깔고 앉아”라거나 “엉덩이 깔고 앉을 곳이 없네”라고 말하는 소리를 자주 듣습니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면 피식 웃음이 납니다. 절대로, 죽어도, 하늘이 두 쪽 나도 엉덩이를 깔고 앉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엉덩이는 대는 것이지, 까는 게 아니라는 소리냐고요?

아닙니다. 그런 우스갯소리나 하려고 이렇게 힘들여 자판을 두드리는 게 아닙니다. 엉덩이는 깔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앉을 수가 없습니다. 엉덩이를 바닥에 깔려면 반드시 누워야 합니다.

우리 몸에서 허리 아래와 허벅지 위의 볼록한 부분을 가리키는 말은 ‘볼기’입니다. 그 볼기에서 윗부분을 ‘엉덩이’라 하고, 볼기에서 바닥에 닿는 면적이 많은 부분을 ‘궁둥이’라고 합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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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좀 감이 잡히십니까?

많은 사람이 궁둥이를 엉덩이의 속된 말로 생각하는데요. 실제는 ‘볼기’ ‘엉덩이’ ‘궁둥이’ 모두 표준어입니다. 다만 뜻이 조금씩 다른 말이므로 의미에 맞게 가려 써야 합니다. ‘엉덩이를 깔고 앉다’는 ‘궁둥이를 깔고 앉다’라고 써야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 부위를 가리키는 ‘궁뎅이’와 ‘방뎅이’는 바른말이 아닙니다. 또 이 부위를 가리켜 영어로 말하면서 ‘힙’이라고 하는 사람도 많은데요. 엉덩이를 가리키는 말의 바른 외래어 표기는 ‘힙’이 아니라 ‘히프’입니다.

이렇듯 자신의 일부인 몸과 관련한 표현 중에서도 잘못 쓰는 말이 참 많습니다.

“세 살이 돼서야 귀가 트였다”라거나 “소리를 제대로 배우려면 먼저 귀가 틔어야 한다” 따위로 쓰는 ‘귀가 트이다’도 그중 하나입니다. 모 방송은 <귀가 트여야 입이 트인다>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죠.

그러나 이들 표현 속의 ‘트였다’ ‘틔어야’ ‘트여야’는 좀 이상한 말입니다.

‘트이다’는 “거치적거리거나 거리끼는 것이 없어지다”(운이 트이다, 재활의 길이 트이다) “마음이나 생각이 환히 열리다”(시원한 바람에 가슴이 확 트이는 듯하다) “막혔던 것이 통하다”(숨통이 트이다, 길이 트이다) 따위의 뜻을 가진 말이기 때문입니다. 귀와는 별로 관계가 없는 말인 것이죠.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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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친 귀의 상태가 열리어 무언가를 듣는다”는 의미의 말은 ‘뜨이다’가 바른말입니다. 준말은 ‘띄다’이고요. “눈치로 알아차릴 수 있도록 미리 말해 슬쩍 일깨워 주는 것”을 일컫는 ‘귀띔’이 바로 ‘띄다’에서 온 말입니다. ‘귀’에 ‘띄다’의 명사형 ‘띔’이 더해진 거지요. 따라서 ‘귀띔’을 ‘귀뜸’이나 ‘귀뜀’으로 쓰는 것도 잘못입니다.

자, 그러면 앞의 예문은 어떻게 써야 할까요? 그렇습니다. “세 살이 돼서야 귀가 뜨였다(띄었다)”라거나 “소리를 제대로 배우려면 먼저 귀가 띄어야(뜨여야) 한다”라고 써야 합니다.

이 밖에 ‘귓볼’은 ‘귓불’이, ‘귓밥을 파다’는 ‘귀지를 파다’가, ‘귓방망이’이는 ‘귀싸대기’가, ‘귀후비개’는 ‘귀이개’가 바른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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