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민용 ‘우리 말글 산책’(23)]

[편집자 주] ‘글쓰기’ 신문은 ‘엄민용 기자의 우리 말글 산책’을 주 1회 연재합니다. 경향신문의 엄민용 기자(부국장)는 정확한 우리 말글 사용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전문가입니다. 대학과 기업체, 관공서 등에서 글쓰기 바로쓰기 특강 강사로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올 겨울은 지난 겨울보다 추운 듯합니다. 귀밑을 스치는 바람에 한기가 가득하네요. 이처럼 추운 시절을 따뜻하게 보내는 비법, 그게 뭔지 아세요? 바로 웃음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웃음은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묘약이고, 마음이 따뜻하면 몸도 따뜻해지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이 글에서는 여러분이 잠깐이라도 웃음을 지을 수 있도록 재미난 얘기를 들려 드릴까 합니다.

요즘처럼 찬바람이 불 때면 문득 생각나는 노래가 하나 있습니다.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이라는 가사가 나오는 동요가 그것입니다. 겨울이면 무척 많이 듣는 노래죠.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하지만 우리 귀에 익은 노랫말과 달리 사람의 손과 발은 절대 ‘시려울’ 수가 없습니다. ‘시려워’ 꼴의 글자가 만들어지지 않거든요. 왜냐고요?

우리말에서 ‘시려워’라는 말을 쓰려면, 그 말의 기본형이 ‘시렵다’가 돼야 합니다. 낱말의 기본형에 반드시 비읍(ㅂ) 받침이 있어야 하는 거죠. ‘고맙다’가 ‘고마워’가 되고, ‘반갑다’가 ‘반가워’가 되는 것처럼, 어떤 말이든 그 말에 비읍 받침이 있어야 ‘워’라는 소리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추위를 느낄 정도로 차다”를 뜻하는 말은 ‘시렵다’가 아니라 ‘시리다’입니다. 애인이 없는 사람들이 ‘옆구리가 시리다’라고 할 때 쓰는 그 ‘시리다’가 기본형입니다. 그리고 ‘시리다’를 활용하면 ‘시려워’가 아니라 ‘시려’가 됩니다.

다른 말로 설명하면, “날콩이나 물고기 따위에서 나는 냄새”를 가리키는 말인 ‘비리다’가 있습니다. 그것을 “생선이 비려워”라고 쓸 수 있나요? 당연히 없지요. 그러니까 ‘시리다’도 ‘시려워’로 못 쓰는 것입니다. ‘비리다’가 ‘비려’가 되듯이 ‘시리다’ 역시 ‘시려’가 되는 거지요.

추위와 관련해 자주 쓰는 말 중에 ‘오돌오돌’도 참 많이 틀리는 낱말입니다. “얘, 내가 너 기다리느라 얼마나 오돌오돌 떨었는지 아니?”라고 할 때의 그 ‘오돌오돌’ 말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대부분 이런 표현을 쓴 적이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사람은 어떤 일이 있어도 ‘오돌오돌’ 떨 수는 없습니다. 왜냐고요?

정답부터 말씀드리면 사람은 ‘오돌오돌’ 떠는 게 아니라 ‘오들오들’ 떠는 것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요. ‘오돌오돌’과 ‘오들오들’은 뜻이 다른 말이라는 얘기입니다.

‘오돌오돌’은 “작고 여린 뼈나 말린 날밤처럼 깨물기에 조금 단단한 상태”를 뜻합니다. 즉 날밤을 깨물어 먹거나 누룽지를 그냥 씹어 먹을 때의 느낌, 그게 바로 ‘오돌오돌’한 것이지요.

그리고 “춥거나 무서워서 몸을 잇달아 심하게 떠는 모양”을 뜻하는 말은 ‘오들오들’입니다.

참, ‘오돌오돌’과 관련해 틀리기 쉬운 말이 또 하나 있습니다. 여러분이 맛있게 먹는 ‘오돌뼈’가 바로 그것입니다. 추운 날 포장마차에서 ‘오돌뼈’ 안주에 소주 한잔 먹는 기분이란, 한마디로 ‘크흐~’입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오돌뼈’란 안줏거리는 없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작고 여린 뼈나 말린 날밤처럼 깨물기에 조금 단단한 상태”가 ‘오돌오돌’이니, “소나 돼지의 여린 뼈”를 가리키는 말로 ‘오돌뼈’를 쓸 수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소주 한 잔을 마시고 그 안줏거리를 입 안에 넣고 살짝 깨물면 어떤 소리가 나죠? ‘오도독’ 소리가 나지요? 그래서 그 부위를 일컫는 바른말은 ‘오도독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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