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글쓰기’ 신문은 ‘엄민용 기자의 우리 말글 산책’을 주 1회 연재합니다. 경향신문의 엄민용 기자(부국장)는 정확한 우리 말글 사용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전문가입니다. 대학과 기업체, 관공서 등에서 글쓰기 바로쓰기 특강 강사로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 그런 모습을 보기 어렵지만, 예전에는 철마다 이불을 손보는 일이 흔했습니다. 그럴 때면 어머니께서는 안방에 이불을 펼쳐 놓고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곤 하셨지요. 그날 밤 새 이불을 덮고 자리에 누우면 참으로 달콤한 잠에 빠지던 기억이 아직도 저를 기분 좋게 합니다.

지금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지만, 바느질은 우리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일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런 바느질과 관련해 잘못 쓰는 말이 참 많습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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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하나가 많은 사람이 말하는 ‘이불을 꿰매다’입니다. ‘꿰매다’는 “옷 따위의 해지거나 뚫어진 데를 바늘로 깁거나 얽어매다”를 뜻합니다.

따라서 예전에 어머니들이 철마다 이불을 손보던 일에는 ‘꿰매다’라는 말을 쓸 수가 없습니다. 그때 어머니가 하신 일은 더러운 이불을 빨아 깨끗한 새 이불을 만든 것이지, 해지거나 뚫어진 부분은 수선한 것은 아니니까요.

그런 일에는 ‘시치다’를 써야 합니다. ‘시치다’가 “바느질을 할 때, 여러 겹을 맞대어 듬성듬성 호는 일”을 뜻하는 말이거든요.

‘단추를 꿰매다’도 많이들 쓰지만, 이것 역시 바른 표현이 아닙니다. 단추가 뚫어지거나 해질 일은 없으니까요. 떨어진 단추를 다시 제 위치에 놓는 일은 ‘꿰매는 것’이 아니라 ‘다는 것’입니다. ‘단추를 꿰매다’가 아니라 ‘단추를 달다’로 써야 하는 거지요.

이 ‘꿰매다’를 ‘꼬매다’로 쓰는 사람도 많은데요. 이 말 역시 표준어가 아닙니다.

옷이나 이불과 관련해 잘못 쓰기 쉬운 말에는 ‘튿어지다’도 있습니다.

“새로 산 남방을 두 번 입었는데요. 두 번째 입었을 때 주위 사람이 깜짝 놀라더니 ‘등 부분이 튿어져 있다’고 하더라고요” “일반 목장갑은 실밥이 튿어진 경우도 있고 해서 작품 제작에 적합하지 않다” 등의 예문에서 보이는 ‘튿어지다’ 말입니다. 이 말은 “봉투가 튿어져 안에 든 물건이 쏟아졌다” 따위처럼 봉투와 관련해서도 많이 쓰입니다.

그러나 ‘튿어지다’는 바른말이 아닙니다. ‘튿어지다’가 바른말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튿다’라는 말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 뒤에 보조용언 ‘-어(-아)지다’를 붙일 수 있으니까요.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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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용언 ‘-어(-아)지다’는 동사에 붙어서는 “남의 힘에 의해 앞말이 뜻하는 행동을 입음을 나타내는 말”(옷이 찢어지다, 새로운 말이 만들어지다)이나 “앞말이 뜻하는 대로 하게 됨을 나타내는 말”(나는 왠지 그 휘파람 소리가 무척 야비하게 느껴졌다)로 쓰이고, 형용사 뒤에서는 “앞말이 뜻하는 상태로 됨을 나타내는 말”(마음이 슬퍼지다, 술을 마셨더니 얼굴이 붉어졌다)로 사용됩니다.

그러나 어느 국어사전에도 ‘튿다’라는 말이 올라 있지 않습니다. ‘튿다’가 없으니까 ‘튿어지다’도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그러면 ‘튿어지다’는 어떻게 써야 하는 말일까요? 그것은 바로 ‘뜯어지다’와 ‘터지다’입니다.

이중 ‘뜯어지다’는 “붙거나 닫힌 것을 떼거나 찢거나 하다”라는 뜻의 말 ‘뜯다’에 ‘-어지다’가 더해진 것이고, ‘터지다’는 “둘러싸여 막혔던 것이 뚫어지거나 찢어지다” “혼솔(홈질로 꿰맨 옷의 솔기)이나 꿰맨 자리가 뜯어져 갈라지다” 등의 뜻으로 두루 쓰이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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