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글쓰기’ 신문은 ‘엄민용 기자의 우리 말글 산책’을 주 1회 연재합니다. 경향신문의 엄민용 기자(부국장)는 정확한 우리 말글 사용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전문가입니다. 대학과 기업체, 관공서 등에서 글쓰기 바로쓰기 특강 강사로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최근 유통주는 주구장창 하락세를 탔다.”(조선비즈 2012년 8월 21일) “호주 방송 주구장창 수영만 재탕 삼탕, 시청자 ‘분노’”(한국경제 2012년 8월 2일) 등의 예문에서 보듯이 ‘주구장창’은 아주 널리 쓰이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 말은 바른말이 아닙니다. ‘주구장창’은 어디서 유래했는지조차 불분명한 말입니다.

 우선 ‘주구장창’은 대개 “줄곧” 또는 “계속해서” 등의 뜻으로 쓰인는데, ‘주구’라는 말에 “잇달아” “늘” 따위 의미는 없습니다. 다만 ‘장창’은 “늘”을 뜻하는 사투리이기는 합니다.

 그래서 혹시 ‘주구장창’은 “끊임없이 잇따라”를 의미하는 ‘줄곧’에 사투리 ‘장창’을 붙여 ‘줄곧 장창’으로 쓰던 말이 와전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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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잘못 쓰는 ‘주구장창’의 바른말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주야장천(晝夜長川)입니다. ‘주야장천’은 “밤낮으로 길게 이어진 내”라는 한자의 뜻 그대로 “밤낮으로 쉬지 아니하고 연달아”를 의미합니다.

 열에 하나도 쓰지 않는 ‘주야장천’과 어원을 모르면서도 열에 아홉은 쓰는 ‘주구장창’. 이중 어느 것을 표준어로 삼는 게 옳은지에 대해서는 뭐라 말할 수 없지만, 국어 관련 시험을 볼 때는 ‘주구장창’에 동그라미 표시를 해서는 안 됩니다.

 ‘주구장창’처럼 우리말에는 말로는 널리 쓰이지만 표준어가 아닌 것이 꽤 있습니다. 그런 말을 가리켜 흔히 ‘입말’이라고 합니다.

 입말 중에 여러분이 많이 쓰는 ‘남이사’도 있습니다. “남이사 엉덩이로 밥을 푸든 허벅다리로 밥을 푸든 무슨 상관이래?” “남이사 옷을 어떻게 입고 다니든, 당신이 웬 상관이야” 따위 문장에서 보이는 ‘남이사’ 말입니다.

 ‘남이사’의 유래와 관련한 설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남의 사(事)’가 변한 말”이라는 주장도 그중 하나입니다. ‘사’는 “일”이라는 뜻으로, “남의 일에 왜 끼어드느냐”를 줄여서 ‘남의 사’라고 부르던 것이 발음하기 편한 ‘남이사’로 바뀌었다는 것이죠.

 얼핏 그럴듯한 설명으로 들립니다. 실제로 ‘남+의+(명사)’로 구성된 ‘남의나이’(환갑이 지난 뒤의 나이를 이르는 말) ‘남의달’(해산할 달의 그 다음 달) 등의 말이 표준어로 올라 있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옛날에 양반님네보다는 일반 백성들이 더 널리 사용했을 이 말이 ‘남의 事’ 꼴로 쓰였다는 것은 조금 억측으로 보입니다. 또 ‘일’이라는 말을 썼다면 ‘남의 일이야’보다 ‘내 일이야’로 하는 것이 우리말의 사용법에 더 적합합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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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이사’는 ‘남의 사’가 변한 말이 아니라 ‘남이야’의 사투리로 보는 것이 좀 더 타당합니다. “남이야 뭐를 하든, 네가 무슨 상관이야”라며 쓰는 ‘남이야’ 말입니다. 경상도와 전라도에서는 ‘야’를 ‘사’로 소리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야 왔다”를 “이제사 왔다”로 쓰기도 하지요.

 아무튼 ‘남이사’와 ‘이제사’는 모두 표준어가 아니며, ‘남이야’와 ‘이제야’로 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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