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글쓰기’ 신문은 ‘엄민용 기자의 우리 말글 산책’을 주 1회 연재합니다. 경향신문의 엄민용 기자(부국장)는 정확한 우리 말글 사용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전문가입니다. 대학과 기업체, 관공서 등에서 글쓰기 바로쓰기 특강 강사로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아주 쉬운 말인데, 많은 사람이 자주 틀리는 말 가운데 하나가 동사 ‘되다’를 활용한 말입니다.누구나 하루에도 수백 번씩 ‘되다’라는 말을 쓸 겁니다. 그런데도 ‘되’를 쓸 때와 ‘돼’를 써야 할 때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①“아버지는 나에게 선생님이 ○라”고 하셨다.

②아들아, 너는 선생님이 ○라. 알았지?

①과 ②의 ○에 들어갈 말은 ‘되’와 ‘돼’ 중 어느 것일까요? 알쏭달쏭하지요? 하지만 구분법은 의외로 아주 쉽습니다.

우선 간단히 설명하면 ‘되’는 ‘되다’의 어간(동사나 형용사의 모양이 바뀔 때 변하지 않는 부분)이고, ‘돼’는 ‘되’에 어미(어간 뒤에 붙는 부분) ‘어’가 붙은 말 ‘되어’가 줄어든 것입니다. 즉 ‘돼’는 ‘되어’입니다. 그렇다면 구분법은 아주 간단해집니다. ‘되어’로 읽어 말이 되면 ‘돼’를 쓰고, 그렇지 않으면 ‘되’를 쓰면 되는 거지요.

예를 하나 들어 볼게요. ‘꽃이 되어면서’가 말이 되나요? 안 되지요? 그러니까 ‘꽃이 되면서’가 바른 표기인 겁니다. 이와 달리 ‘사람이 되어 먹지 않았다’는 어떤가요? 자연스럽지요? 따라서 이 말은 ‘사람이 돼먹지 않았다’로 써야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것만으로는 조금 부족한 구석이 있습니다. 저 앞의 ①과 ②를 해결할 수가 없거든요. 언뜻 봐서는 둘 다 ‘되어’를 넣어도 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간접명령어가 이렇고 직접명령어가 저렇고, 문어체가 어쩌고 구어체가 저쩌고 하며 한참 떠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을 몰라도 되는, 기막힌 비법 하나가 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하는 되, 해는 돼’만 알면 됩니다. ‘되’나 ‘돼’를 넣을 자리에 ‘하’를 넣어서 말이 되면 ‘되’를 쓰고, 말이 되지 않으면 ‘돼’를 쓰라는 얘기입니다. 거꾸로 ‘해’를 넣어 자연스러우면 ‘돼’를 쓰고, 그렇지 않으면 ‘되’를 쓰라는 소리이기도 하지요.

①에서 “‘선생님을 해라’고 하셨다”가 말이 되나요? 안 되죠? 반면 “‘선생님을 하라’고 하셨다”는요? 자연스럽죠? 그러니까 ①의 ○는 ‘되’가 바른 표기입니다.

②에서는 “선생님을 해라. 알았지?”와 “선생님을 하라. 알았지?” 중 어느 게 좀더 자연스러운가요? 당연히 “…을 해라. 알았지?”이죠. 그러니까 ②의 ○는 ‘돼’가 바른 표기입니다.

그리고 조금 전에 얘기한 ‘돼먹지’도 마찬가지입니다. ‘해 먹지’는 되지만, ‘하 먹지’는 말이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 ‘돼먹지’가 바른말인 겁니다.

‘되다’가 종결형으로 쓰인 ‘안 돼’도 마찬가지입니다. ‘안 해’는 말이 되지만 ‘안 하’는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습니다. 바로 코앞의 ‘되지 않지요’도 ‘해지 않지요’는 말이 안 됩니다. 또 ‘안 되죠’는 ‘안 해죠’가 안 되고, ‘안 되고’는 ‘안 해고’로 쓸 수 없지요.

‘하는 되, 해는 돼’를 꼭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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