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째째하다’는 사전에도 없는 말
바른말은 ‘쩨쩨하다’

[편집자 주] ‘글쓰기’ 신문은 ‘엄민용 기자의 우리 말글 산책’을 주 1회 연재합니다. 경향신문의 엄민용 기자(부국장)는 정확한 우리 말글 사용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전문가입니다. 대학과 기업체, 관공서 등에서 글쓰기 바로쓰기 특강 강사로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귀밑을 스치는 바람에 찬 기운이 배어 있는 시기가 오면 문득 생각나는 곤충이 하나 있습니다. 가을 내내 신나게 놀다가 찬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는 겨울이면 개미에게 구걸한다는 불쌍한 녀석 말입니다.

그 녀석은 <이솝 우화>를 비롯해 여러 동화에서 게으름의 대명사처럼 그려지곤 합니다. 그 때문인지 그놈의 이름을 ‘배짱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배불뚝이 게으름뱅이로 생각하는 거지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서양 사람들의 생각일 뿐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아주 부지런한 곤충으로 여겼지요. 그래서 이름도 ‘베짱이’라고 지었습니다. ‘스윽 잭, 스윽 잭’ 하는 듯한 그 녀석의 울음소리가 마치 베를 짜는 소리처럼 들린다고 말입니다.

사진=언스플래쉬
사진=언스플래쉬

‘베짱이’를 ‘배짱이’로 잘못 쓰듯이, 모음 ‘ㅔ’로 써야 할 말을 ‘ㅐ’로 잘못 쓰는 말에는 ‘굼뱅이’도 있습니다. ‘배뱅이’나 ‘장돌뱅이’ 따위처럼 우리말에 ‘-뱅이’가 들어가는 말이 많다 보니 “매미의 애벌레”도 ‘굼뱅이’라고 부르는 듯한데요. 별다른 재주는 없지만 그래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하는 그 녀석의 바른 이름은 ‘굼벵이’입니다.

또 “돌덩이보다 작고 자갈보다 큰 돌”을 일컬어 ‘돌맹이’라고 쓰는 사람도 참 많습니다. 하지만 이 말 역시 ‘돌멩이’라고 써야 합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많이들 틀리는 말이니 꼭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많은 사람이 “너무 적거나 하찮아서 시시하고 신통치 않다” 또는 “사람이 잘고 인색하다”라는 의미로 쓰는 ‘째째하다’도 모음 ‘ㅔ’로 써야 할 말을 ‘ㅐ’로 잘못 쓴 말입니다. 우리말을 꽤 안다는 기자들도 자주 틀려 신문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째째하다’는 어느 사전에도 올라 있지 않은 말입니다. 바른말이 ‘쩨쩨하다’이거든요.

참, 가을이면 문득 떠오르는 날이 있습니다. 민족 고유의 명절인 추석 말입니다. 추석 때면 대개들 고향을 찾아 조상님들의 산소에 성묘를 하곤 합니다. 조상을 받드는 우리의 미풍은 효의 뿌리로, 우리가 대대로 이어갈 정신입니다.

그런데요. 산소를 달리 이르는 말로 ‘묫자리’를 쓰는 사람이 많습니다. “묫자리를 잘 써야 후손들이 잘 된다” 따위처럼, “산소 자리”를 뜻하는 말로 열에 아홉은 ‘묫자리’를 씁니다. 그러나 ‘묫자리’는 바른말이 아닙니다. 아니, 사전들이 바른말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말입니다.

“무덤”을 뜻하는 한자는 분명 ‘묘(墓)’입니다. 묘소(墓所)라고도 하지요. 그렇다면 ‘묫자리’는 당연히 표준어가 돼야 합니다. ‘묘’도 표준어이고, ‘자리’도 표준어이니까요. 또 한자+순우리말의 구조이고, [묘짜리]로 소리가 나니, 사이시옷이 들어가는 것도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묫자리’가 표준어로 대접받지 못할 이유가 눈곱만큼도 없는 거지요. 하지만 애석하게도 우리 국어사전들은 하나같이 ‘묫자리’를 쓰지 못하고, ‘묏자리’로만 쓰도록 고집하고 있습니다.

사진=언스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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