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김종필 인터뷰’는 가짜 뉴스다

김갑수 선생.                  
김갑수 선생.                  

해마다 이맘때(6.25)‘6.25 전쟁을 놓고 남침이니 북침이니 하는 시비가 붙는다. 일단 나는 ‘6.25 전쟁이라는 명칭에 반대한다는 점을 밝혀야겠다. 왜냐면 이것은 1950625일이라는 특정일에 북이 남침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지어진 명칭이기 때문이다. 세계 역사상 전쟁 개시 날짜로 전쟁 명칭을 부여한 예는 ’6.25 전쟁말고는 없는 것으로 안다. 이런 명칭에는 전쟁의 책임을 전적으로 북에 씌우려는 의도가 개입되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6.25남침이 아니라 북침이라는 주장에 동의하는 것도 아니다. 625일 시점으로 볼 때 북에서 남으로 전면 쳐내려온 것은 결코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읽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1990년 한국과 러시아 수교 이후 러시아에서 보내온 자료들에 의해서 더욱 보강되었다. 나는 아직도 북에서 남침이 아니라 북침이라고 주장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북은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다.

해마다 625일 전후해서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김종필 인터뷰라는 것이 있다. 우리가 알듯이 김종필은 1950624일 당시 육군 정보국 상황장교(대위)였다. 이 인터뷰에서 김종필은 허허하는 너털웃음과 함께 6.25는 남침이 아니라 북침이라는 취지의 말을 한다.

이 인터뷰의 출전은 20115<월간조선>이거나 20106<신동아>로 되어 있다. 그런데 확인해 보니 이 두 잡지에 김종필 인터뷰가 실린 적이 없다. 오히려 김종필은 2011625일 자 <중앙일보> 박보균 편집인과의 인터뷰에서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회고하면서 북측에서 전면적으로 쳐내려온 사실을 증언하고 있다. 요컨대 인터넷에 떠도는 '김종필 인터뷰는 이른바 가짜 뉴스에 속한다.

'또하나의 한국전쟁', '김일성과 박헌영 그리고 여운형'.(사진=김갑수 선생)
'또하나의 한국전쟁', '김일성과 박헌영 그리고 여운형'.(사진=김갑수 선생)                 

나를 반공주의자라고 오해하는 일이 없기 바란다. 나는 단지 정확한 역사를 말하고자 할 따름이다. 6.25에 대해 정확히 알고 싶은 분들에게 두 권의 책을 권한다. 하나는 사학자 염인호 선생이 저술한 또 하나의 한국전쟁(2010년 간)이다. 이 책은 6.25 전면전 전후 중국 연변 조선인 군대의 이동과 6.25에 대한 동포들의 동향을 거론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김일성과 박헌영 그리고 여운형(2010년 간)이다. 이 책의 원작자(구술자)는 박병엽인데, 그는 책 표지에 전 노동당 고위간부라고 소개되어 있다. 그는 1922년 전남 무안 출생으로 함경도에 이주해서 살다가 8·15를 맞이했다. 그는 평양에서 여러 관직을 거쳤는데, 조선노동당 3호 청사 자료실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국장을 역임하기도 한 그의 최종 직함은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인데 남측 직급으로는 치면 장관급이다.

이 책은 그가 무슨 연유로 1980년대 초부터 서울에 와서 살게 되었는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원작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실상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게다가 그는 조선노동당 자료실에서 일한 경력도 있다.

이랬던 그가 남으로 내려와 15년 이상 살다가 1998년에 사망했다. 이런 이력은 그가 북과 남에 대해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으리라는 심증을 준다. 또한 이 책은 생전의 그에게서 녹취해 두었던 것을 사후에 발표한 것인데, 이 점 또한 내용의 신빙성을 더욱 높여 준다.

사진=픽사베이&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사진=픽사베이                                                                                          

집필자인 유영구·정창현 두 분은 대한민국 최상위 수준의 이북 전문가들이다. 세속 언론에 이북 관련 글을 함부로 쓰는 겁 없는 전문가들과는 격이 다르다. 나는 여태 이토록 권위 있는 원작자와 집필자가 합작하여 만든 이북 관련 저작을 만난 적이 없다. 물론 책의 내용도 충실하며 문체 또한 매우 정치(精緻)하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6.25에 대한 증언이 실감나게 펼쳐지고 있다. 이 책은 북이 이른바 남측 해방을 위해 어떻게 준비했는지를 상세히 밝히고 있다. 또한 6.25 직전의 긴박했던 분위기와 예상치 못하게 돌출한 이상한 사건들 이야기, 그리고 625일이라는 날짜가 어떻게 해서 최종 확정되었는지까지 자세히 말해 준다. 이 책의 기록 내용은 러시아에서 온 기록과도 일치하며 앞서 말한 염인호 저 또 하나의 한국전쟁과도 해당 부분이 정확히 일치한다.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조선() 관련 서적은 거의가 일방적이라는 결함과 한계를 지닌다. 북측 편을 들지 않으면 남측 편을 드는 책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나는 독서 행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을 읽을 때 그 책에 담긴 내용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를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역사물에서의 핍진성(逼眞性)은 책의 가치를 결정하는 관건이 된다. 하물며 분단체제, 국가보안법이 적용되는 현실에서 북과 관련되는 핍진한 책을 만나기란 부자가 천국에 가기만큼이나 어려운 게 현실이다. 나는 태극기나 자한당은 물론 싫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이북 전능자론이나 이북 선자(善者)에도 가담하지 않는다. [김갑수 / 작가]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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