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성, 간결성, 정확성 갖춘 문장은 필수조건
극단적 표현, 단정적 표현, 최상급 표현 삼가야

[윤성학 교수(고려대학고 러시아 CIS연구소) 특별기고]

윤성학 교수
윤성학 교수

다른 사람의 논문을 보는 것은 쉽지가 않습니다. 논문이 소설은 아니니까요. 제가 관심 가진 주제라면 참고 볼 수 있지만 심사용 논문의 경우 견디기 힘든 작업입니다. 다른 사람의 주장과 논증을 따라 간다는 것은 자기 일보다 두 배나 피곤합니다. 거기에다 평가까지 해야 하니 고역입니다.

논문을 읽다보면 크게 세 가지로 판단하게 됩니다. 제목과 서론조차 읽기 거북한 논문. 이건 당연히 퇴짜지요. 두 번째는 뭔가 주장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논증과 문장이 난해하거나 엉뚱한 길로 간 논문. 이건 수정이 필요하겠지요. 마지막으로 술술 읽히는 논문. 이건 당연히 통과지요.

논문은 자신만의 주장과 논증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게 논문의 글쓰기입니다. 왜냐 하면 논문은 일방적일 수도 있는 정치적 주장과 달리 남을 설득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을 설득하려면 내용도 중요하지만 ‘애티튜드’도 그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글쓰기는 바로 ‘애티튜드’입니다. 예를 들어 논문 문장이 부사와 형용사로 뒤범벅이 되어 있으면 독자는 이 사람이 아직 정확한 내용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동태 문장이 연속 발견되면 독자는 이 사람이 ‘자신의 주장에 자신이 없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논문은 문장의 형식을 빌어서 학문적 주장을 전달합니다. 논문의 주제가 아무리 독창적이고 구성이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방법론을 사용하여 짜임새 있게 내용이 구성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문장으로 잘 표현하지 못하면 논문 가치가 떨어집니다. 논문에서 좋은 문장을 쓰려면 다른 글쓰기와 마찬가지로 좋은 논문들을 텍스트로 삼고 여러 번 읽어보고 부단하게 논문을 써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논문의 글쓰기에서 유념해야 될 몇 가지 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첫째, 논문의 문장은 무엇보다 논리적이어야 합니다. 논리적으로 문장을 쓰려면 항상 ‘왜냐 하면’을 의식하여야 합니다. 문단과 문단은 비약 없이 논리적 단계를 밟아 올라가야 됩니다. 애매하며 해석의 여지가 있는 문장, 소설이나 수필에서 많이 사용되는 감정적인 호소나 자조적인 이야기, 비유적 표현은 논리적 비약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삼가야 합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둘째, 논문의 문장은 간결해야 합니다. 간결한 표현을 하기 위해 최대한 복문을 피하고 주어와 술어를 길게 떼어놓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문장을 연결하는 역접(그러나), 순접(그리고), 전환접속사(그런데)를 남발하지 말아야 합니다. 사람들은 접속사가 없어도 전후 맥락을 파악하는 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습니다. 번역체의 장문도 피해야 합니다. 긴 문장보다는 몇 개의 단락을 나누어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신경을 써야 합니다.

논문의 문장이 가져야 할 세 번째 미덕은 정확성입니다. 정확성이란 문학이나 수필 등을 쓸 때와는 달리 가능한 한 그 뜻이 분명하게 전달되도록 문장을 기술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소설의 미덕이 ‘묘사’라면 논문의 미덕은 ‘정확성’에 있습니다. 문장 표현의 정확성을 위해 맞춤법, 정확한 한자, 용어의 명확성, 새로운 술어의 사용과 그 정의, 역자나 기호, 구두점, 구문, 인칭의 사용 및 문법 등이 정확하고 원칙에 맞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논문의 문장에서는 극단적인 표현, 단정적인 표현, 최상급의 표현의 사용은 가급적 자제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표현은 논문의 주장을 부각하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논문의 연구 내용들은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 어떤 한정된 범위 내에서 또는 한정된 조건 속에서 발견되거나 도출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학문 앞에서 겸손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앞에 말한 문제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열정과 도전 정신이 가득담긴 논문들을 좋아합니다. 잘 짜여진 심사용, 업적용 논문보다 기존 관행과 이론에 대한 도전, 새로운 사실들을 전달하고자 하는 열정, 새로운 진리를 발견한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논문을 읽을 때마다 공부한다는 것이 즐겁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지만 조금만 논문의 글쓰기를 주의한다면 더 많은 독자들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물론 논문 통과에도 훨씬 유리하겠지요.

[윤성학 교수는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 연세대학교 정치학과에서 러시아 경제를 전공하였다. 박사학위 논문은 “러시아 석유산업의 구조조정 연구”다. 대우경제연구소, UzDaewoo Bank, 러시아 IMEMO 연구소, 대외경제정책연구소, 지금은 고려대학고 러시아CIS 연구소에서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지역 연구를 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남북러 가스관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 “중앙아시아 진출 외국기업의 사회적공헌활동에 관한 연구” 등이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러시아 비즈니스”, “러시아 에너지가 대한민국을 바꾼다”, “현대 중앙아시아의 이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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