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까지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이별공연
1시간 30분간 혼자 이야기하고 혼자 노래
책 한권 분량의 대사, 물흐르듯 풀어내
호소력 짙은 허스키한 노래로 관객 압도
노래와 춤에서도 자기만의 매력 물씬 풍겨

 

장장 1시간 30분, 윤석화는 무대에서 혼자 이야기하고 혼자 노래하며 관객과 소통했다. 우리 시대의 배우 윤석화가 자신의 이상향을 떠나면서 설치극장 정미소에 올린 이별공연 <딸에게 보내는 편지>는 그래서 더욱 절절하고 애틋했다.(6월 11~22일, 12회 한정 공연, 월~금 오후 7시 30분, 토~일요일 오후 3시)

아무리 100세 시대라지만 60대 중반의 배우가 90분간을 쉴새 없이 대사하고 연기하고 노래하며 독무대를 이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윤석화는 책 한권 분량의 엄청난 대사량을 물흐르듯 풀어내며 감정을 실어나르고 고음도 마다않는 호소력 짙은 허스키한 노래로 관객을 압도했다.

'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열연하는 윤석화.(사진=정중헌 이사장)
'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열연하는 윤석화.(사진=정중헌 이사장)

필자는 1992년 초연 당시 산울림소극장에서 초연을 보았는데 윤석화는 그때 눈물을 쏟았던 그 대목에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그리고 라스트엔 북받치는 감정을 주체 못해 30~40년을 지켜본 팬들 앞에서 흑 하고 터지고 말았다.

혹자는 윤석화의 화술이나 목소리가 연극 배우로 적합치 않다고 비판했다. 그때마다 필자는 윤석화란 배우는 “단점까지도 장점으로 만드는 노력형 연기자”라고 기사화했다. 17년이 흐른 지금 윤석화는 더욱 곰삭고 노련해졌다. 노래와 춤에서도 그는 자기만의 매력을 물씬 풍기고 있다. 정미소의 머슴을 자청했던 그가 정미소를 내려놓으며 “연극배우로 산다는 것이…, 엄숙하고 고된 꿈이며 눈물겹도록 서러운 꿈”이라고 토로했다.

아놀드 웨스커의 이 작품은 윤석화에 의해 세계 초연되었는데 작가가 2012년 희곡을 수정하고 가사를 붙인 노래도 새로 선보였다. 윤석화는 2020년 영국 런던에서 이 작품을 공연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래서 정미소 마지막을 리허설 형식으로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린 것이다.

'딸에게 보내는 편지' 포스터.(사진=정중헌 이사장)
'딸에게 보내는 편지' 포스터.(사진=정중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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