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모이마당] 이제 외국말을 그대로 쓰지 말고 우리말로 바꿔 쓰자

[편집자 주] 우리 말모이마당은 한글이름을 지어주기도 하고 상담도 합니다. 한글이름을 짓고 싶은 분은 우리에게 연락하시면 도와드리겠습니다.

공항이나 지하철을 타려고 가다보면 가만히 서 있어도 앞으로 가는 기계가 있다. 바로 움직이는 길이다. 그런데 지하철 1호선에서 5호선으로 가는 종로3가역에 가면 그 길을 ‘수평보행기’라고도 하고, ‘수평자동보도’라고도 적혀 있다. 지하철 이촌역에서 내려 한글박물관으로 갈 때에도 그런 길이 있는데 그곳에서는 그냥 '‘무빙워크’ 이용할 때 주의하라'는 글이 있다. 같은 시설에 이름을 다르게 쓰고 있다. 그런데 ‘무빙워크’란 영어를 ‘수평보행기’나 ‘자동보도’라고 한자말로 하는 것보다 토박이말로 ‘움직길’이라고 하면 좋겠다. 그럼 헷갈리지 않고 우리말도 살고 빛날 것이다.

그런데 서울 지하철 어떤 역에 있는 움직길(무빙워크) 옆에 써 붙인 안내문이 움직사다리(에스컬레이터) 안내문이라고 써 있다. 아마 담당자가 에스컬레이터란 말이 외국어라 헷갈려서 무빙워크(움직길)가 있는 자리에 움직사다리(에스컬레이터) 안내문을 써 붙인 것으로 보인다. 그 뿐이 아니다. 종로3가역에는 ‘수평보행기’라고 한 알림글도 있고 ‘수평자동보도’라고 쓴 안내문도 있다. 이렇게 같은 곳에서도 “수평보행기, 수평자동보도”라고 다르게 적혀있으며, 어떤 곳에서는 ‘무빙워크’라고 영어로 적혀 있거나, 무빙워크 옆 안내문에는 에스컬레이터 안내문이 적혀있는 것은 오늘날 우리 말글살이가 얼마나 어지러운 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본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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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3가 전철역에 있는 안내문(오른쪽 찍그림)은 똑같은 무빙워크(움직길)에 다른 이름으로 써놓았고 어떤 역(왼쪽)은 무빙워크(움직길)에 에스컬레이터 안내문을 써 놓았다.

이런 넋살(정신)로 사는 나라, 제 말글로 새 낱말도 만들지 못하고 남의 말글을 그대로 빌려다가 쓰는 나라가 앞서가는 나라는 될 수 없다. 중국에서는 텔레비전을 중국글로 ‘电视( diànshì)’라고 한다. 이제 우리도 외국어를 그대로 쓰거나 한자말로 쓰지 말고 우리말로 바꾸어 쓰자. ‘에스컬레이터’는 한자말로 ‘자동계단’이라고도 하고 ‘자동이동보행기’라고도 하는데 ‘움직사다리’로 하고, 엘리베이터는 한자말로 ‘승강기’라고 하는데 ‘오르내림틀’이라는 뜻으로 ‘올내림틀’ 이라고 하면 좋겠다. 우리말로 바꿔서 말하면 알아듣기도 좋고 헷갈리지 않는다. 그래야 자주국가, 선진국이 된다.

남산 아래 국립극장에 가면 극장이름이 ‘해오름극장’, ‘달오름극장’처럼 우리말로 되었는데 참 정겹고 좋다. 수십 년 동안 우리말로 지은 이름을 쓰지만 아무도 그 우리말 이름이 낯설고 좋지 않다고 하는 것을 본 일이 없다. 고양시 문화재단 극장 이름도 ‘어울림누리’라고 우리말로 지어 부른다. 이렇게 우리말을 살려서 극장이름을 지었듯이 한글박물관으로 가는 길에 있는 “무빙워크 이용할 때 주의사항”이라는 글도 “움직길(무빙워크) 이용할 때 주의사항”이라고 바꿔 써서 붙이면 우리말을 살리는 길이 될 것이다. 그런 마음, 그런 노력이 바로 우리말과 우리 얼을 살리고 튼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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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종로3가역에 있는 움직길(무빙워크) 알림글에는 움직길을 ‘수평보행기(왼쪽)’라고 적혀있고 한글박물관 가는 곳 알림글(오른쪽)에는 그냥 ‘무빙워크’라고 적혔다.

우리는 일본 식민지 때에 일본 식민지 국민 교육으로 길든 일본 한자말을 해방 70년이 지났는데도 그대로 쓰고 있다. 이른바 교육용어, 학술용어, 행정용어, 법률용어가 거의 모두 일본 식민지 교육으로 길든 일본 한자말이다. 그 일본 한자말을 달달 외워서 판검사나 공무원이 된 사람이나 학자들이 그 일본 한자말을 한글로 적으면 그 뜻을 잘 모른다고 일본처럼 한자혼용하자고 한다. 우리 토박이말을 살려서 쓰거나 새 우리 낱말을 만들어 쓰면 될 터인데 안 하고 그런다. 거기다가 요즘은 미국말을 그대로 쓴다. 참으로 못난 꼴이고 부끄러운 일이다. 참된 자주독립국가가 되고 선진국이 되려면 제 말을 만들 줄도 알고, 제 말을 지키고 빛내야 한다.

이 일은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고 정부와 국민이 마음만 굳게 먹고 하면 된다. 이제 오늘날 살고 있는 우리가 우리말과 글을 살리고 빛내어 후손들에 물려주자. 그래서 후손들은 강대국들 꽁무니나 따라다니고 짓밟히며 살지 않도록 만들어 주자. 오늘날 우리가 우리 뜻대로 정치를 하고, 나라를 지키지 못하고, 통일을 하지 못하는 것도 우리가 얼빠져 있기에 이웃나라가 우릴 깔보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리 말글로 새 낱말을 만들고 이름을 짓고 쓰자는 것은 우리 후손들이라도 강대국에 짓밟히지 말고 어깨를 펴고 살도록 만들려는 뜻에서 하는 일이다.

해오름극장, 별오름극장, 하늘극장처럼 우리말로 이름을 지은 국립극장이름.
해오름극장, 별오름극장, 하늘극장처럼 우리말로 이름을 지은 국립극장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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