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윤성학 고려대학교 교수]

논문 집필 이유는 문제해결능력 키우기 위해
논문 대량생산 교수들, 다양한 첨단장비 소프트웨어 사용
정보화시대, 인공지능시대의 논문 쓰는 환경 완전히 달라져

사진=윤성학 고려대 교수
사진=윤성학 고려대 교수

학부 과정에서 굳이 논문을 써야 하는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어서 간단하게 답변 드립니다. 과거 논문은 전문 과학자의 영역이고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은 논문을 읽을 정도 수준만 공부하면 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실제 ‘논문 잘 쓰는 방법’을 쓴 움베르트 에코는 한편의 논문을 쓰는 데 3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보았습니다. 학부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지요.

그러나 에코가 살았던 60년대와 지금은 완전히 다릅니다. 당시에는 관련 자료나 정보를 찾기 위해 도서관을 뒤져야 했고 원고지에다 한 자 한 자 적어 가면서 논문을 써야 했습니다. 기본적인 학습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진위가 불투명한 이론이나 연금술 같은 비과학적 방법론도 횡횡하였습니다. 제대로 된 선생님을 만나 문제의식을 갖고 그것들을 나름대로 해결하는 방법론을 찾고 논문을 쓰는 데는 3년의 시간도 짧은 것이 아니지요. 러시아나 유럽의 교수님들 가운데는 아직도 논문을 제출하지 못해 박사 학위를 못 받은 분들도 있습니다.

정보화시대, 인공지능의 시대 논문을 쓰는 환경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일단 구글로 대표되는 인터넷은 관련 자료를 무한 실시간으로 제공합니다. 연구방법론도 학문 분야마다 거의 자리를 잡았습니다. 대학의 기본과정만 거쳐도 논문을 쓸 수 있는 충분한 훈련을 거친 것입니다. 게다가 컴퓨터와 논문 소프트웨어도 엄청나게 많이 발전하여 기본적인 논문 구상과 실험만 되어 있으면 논문 쓰는 것은 거의 자동적으로 완성할 수 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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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교수들은 다양한 첨단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형 모니터 2~3개를 붙여 놓고 한 쪽에는 논문 작성용 HWP나 MS WORD를 띄워놓고 다른 한쪽에는 참고 논문용 보기인 PDF용 모니터, 다른 한 쪽에는 Evernote, Papers. RefWorks, Endnote 등 서지 관리 소프트웨어(reference management software)를 사용합니다.

논문을 써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입니다. 한 사회가 지적으로 성장하려면 시민들이 자신의 주변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궁금증에 관해 체계적인 방식으로 답변을 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논문을 쓴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입니다. 1급의 과학자들은 의심할 여지없는 객관적인 방법론과 첨단 기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며 일반 사람들은 합리적인 추론이나 경험론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의 차이만 있지 본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측면에서 같습니다. 논문을 쓰는 과정은 이런 능력을 키워주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정보화 시대에는 이제 정보 그 자체는 가치가 없습니다. 책, TV, 인터넷, 그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누구나 정보를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지요. 정보의 가치는 속보와 심층 분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속보는 언론사와 그 정보와 관련된 일부 관계자들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일반 사람들은 대부분 정보를 남보다 빨리 구할 수 없다는 점에서 결국 누가 정보의 진위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따라서 정보에 대한 심층분석과 맥락을 파악하고 그것을 올바르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지적으로 훈련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논문을 읽고 쓸 줄 알아야 합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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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을 쓴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떠한 문제를 푸는 과정은 정치적일 수도 있고 혹은 엘른 머스크처럼 사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논문은 과학적 방법을 통해 자신의 문제해결 내용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논문을 쓰는 훈련이 거듭될수록 문제를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해결을 위한 객관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을 다각도로 찾을 수 있습니다. 이제 대학은 지식 자체를 습득하는 것을 가르치는 데서 지식을 생산하는 방법을 길러주는 곳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것이 논문을 쓰는 이유이지요. 인공지능이 도저히 쫓아올 수 없는 가장 창의적인 인간의 영역이기도 합니다.

[편집자 주=윤성학 교수는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 연세대학교 정치학과에서 러시아 경제를 전공하였다. 박사학위 논문은 “러시아 석유산업의 구조조정 연구”다. 대우경제연구소, UzDaewoo Bank, 러시아 IMEMO 연구소, 대외경제정책연구소, 지금은 고려대학고 러시아CIS 연구소에서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지역 연구를 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남북러 가스관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 “중앙아시아 진출 외국기업의 사회적공헌활동에 관한 연구” 등이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러시아 비즈니스”, “러시아 에너지가 대한민국을 바꾼다”, “현대 중앙아시아의 이해” 등이 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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