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정 독일모델연구소 대표]

남북 관통 총연장 970㎞ A7 고속도로서 건설 중이던 다리가 붕괴
폴크스바겐VW 배기가스 조작사건, 독일 기업 신뢰 뿌리채 흔들어
'독일의 오만함' 거론된다면 이젠 다시 옷깃 여밀 때 아닐까?

내가 아는 함부르크-하부르크 공대의 슈타로섹Uwe Starossek 교수는 건축학 교수로서 교량전문가다. 2016년 5월 그를 만났을 때 그는 함부르크의 컨테이너항구를 연결하고 있는 쾰브란트 다리Koehlbrandbruecke에 직접 나가서 현장을 점검하고 돌아오는 길이라고 하면서 독일 내 다리들이 노후화되어 전반적인 점검 작업을 한다고 했다.

그를 만난 뒤 한 달 후 2016년 6월 독일의 남북을 관통하는 총연장 970㎞에 달하는 A7 고속도로에서 건설 중이던 다리가 무너졌다. 7월에는 아우크스부르크에서 기존 교량을 해체하는 공사장에서 또 다리가 무너져 내렸다. 후진국 사고로만 생각했던 교량 붕괴사고가 독일에서 연이어 두 번이나 발생했다. 물론 1995년 서울에서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사고와는 성격이 다르다. 성수대교 사고는 개보수를 위해 공사 중이던 교량이 아니었고 멀쩡하게 사용 중이던 교량이 무너져 내리면서 다리 위를 지나던 차들이 한강으로 빠져버린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였다. 희생자 중에는 등교하던 여고생들도 있었다. 당시 본Bonn에서 근무하던 나는 어느 행사장에선가 만났던 한 싱가포르 외교관으로부터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는 식의 비아냥거림을 듣고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베를린 센트럴역(사진=픽사베이)
베를린 센트럴역(사진=픽사베이)

독일연방철도는 2015년 한 해 동안 총 291만 시간, 매일 평균 7,972시간을 연착했다. 정확함의 대명사로 신뢰받던 연방철도가 이제는 믿을 수 없는 교통수단으로 전락했다. 독일이 세계에서 처음 만든 고속도로 아우토반Autobahn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노후한 데다 정체되는 일도 다반사다. 직업교육에 대한 관심도 떨어져 건설현장 기술자가 귀해져서 공사장에서는 작업이 지체되기 일쑤다. 2006년 착공한 베를린 신공항은 2012년 준공식 초청장을 보내놓고 이를 취소해야 했는데 착공후 15년 차인 내년에야 완공 예정이다.

이에 비하면 인천공항은 바다를 메워 5년 만에 완공하여- 매립 공사 기간 제외- 지금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운영되고 있다. 함부르크에 주재하는 라인베르크Marcus Reinberg 몽골 명예영사는 인천공항을 이용해 보았는데 독일 공항들이 이에 비할 바 못 된다며, 베를린 신공항 건설에 한국 엔지니어들을 데려와야 한다고까지 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음악당이라는 엘프필하모니는 7천만 유로로 잡았던 건축비용을 7억 유로를 쓰고 공기도 두 배가 늘어 10년만인 2017년에야 완공하였다. 혹자는 정치인의 속임수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처음부터 비싼 건물을 짓겠다 하면 선거에서 지기 때문이다.

14년째 공사 중인 독일 베를린 신공항.(사진=장시정 대표)
14년째 공사 중인 독일 베를린 신공항.(사진=장시정 대표)

14년째 공사 중인 베를린 신공항 Flughafen Berlin-Brandenburg

인프라만이 문제는 아니다. 폴크스바겐VW의 배기가스 조작사건은 2016년 일단락된 미국에 대한 배상 규모만 자그마치 147억 달러로 천문학적인 배상 규모 외에 더욱 중요한 독일 기업에 대한 신뢰를 뿌리채 흔들기에 부족함이 없는 스캔들이었다. 상품 결함을 알고도 판매했다는 점에서 독일모델의 신뢰에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혹자는 독일이 정보통신분야나 창업부문에서 뒤처져 있고, 교육이 너무 형편없어져 버렸다고 비판한다. 실리콘밸리는 커녕 실리콘 언덕도 없다 한다. 독일은 이제 미국에 버금가는 이민자의 나라가 되었고 사회적 계층 이동도 예전같지 않아 매우 취약하고 빈부 격차도 날로 심해지고 있다. 독일모델연구소가 무색할 지경이다.

최근 독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런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들의 ‘오만함’을 거론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독일은 오랫동안 어려움을 모르고 발전해 왔다. 그래서인지 한세대 앞서 라인강의 기적을 일으켰던 그때의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다. 독일이 이제 전쟁이 아닌 경제력으로 유럽을 삼키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독일의 오만함이 거론된다면 이제는 옷깃을 다시 여밀 때가 아닐까? 달도 차면 기울지 않는가.

[한울엠플러스(주) '한국 외교관이 만난 독일모델'에서 일부 인용]

[출처] 독일모델연구소 창립에 부쳐- 네 번째|작성자 히든챔피언

다뉴브강(사진=픽사베이)
다뉴브강(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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