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헌 이사장, 서울 정동 세실극장 ‘달의 목소리’ 공연평]

극단 독립극장 원영애 대표가 한 여성 독립운동가에게 보내는 헌사
‘임시정부의 영원한 며느리’ 정정화 여사의 일기 토대로 형상화
세 명의 연주자와 함께한 ‘1인 낭독극’으로 총체극 형식 '눈길'
역사를 대중과 호흡하게 하려는 연극 방법론 측면서도 의미

[편집자 주] 정중헌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의 공연평을 매주 연재합니다. 문화 전문기자 출신인 정 이사장의 공연평은 비평적 글쓰기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좋은 지침이 될 수 있습니다. 정중헌 이사장은 스포츠조선 문화부장, 조선일보 문화부장, 조선일보 논설위원을 지냈으며 한국방송비평회 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습니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1기),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공연예술협동에서 공부했으며 인터넷 전문신문 ‘인터뷰 365’의 기획자문위원도 맡고 있습니다.

 

정중헌 이사장.
정중헌 이사장

역사를 온몸으로 증언하려는 한 배우의 집념. 5월 25일 정동 세실극장에서 관람한 <달의 목소리>는 극단 독립극장 대표 원영애가 한 여성 독립운동가에게 보내는 추모와 현양의 헌사라는 점에서 의의가 컸지만, 역사를 대중과 호흡하려는 연극적 방법론에서도 가치를 지녔다. 올해는 3.1운동과 임정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인데 연극계는 침묵을 지키는가 했더니원영애 대표가 ‘정정화, 장강일기로 영원을 살다’라는 부제를 달아 여성 독립운동가 정정화 여사의 일대기를 다양한 형식으로 재조명했다.

원 대표는 1998년 <아! 정정화>를 시작으로 2001년에는 노경식 극본의 <치마>와 <장강일기>를 거쳐 이번에 그동안의 축적된 경험과 기념비적 의미를 더해 <달의 목소리>를 선보인 것이다. 특히 여성으로서 ‘임시정부의 영원한 며느리’로 불렸던 수당 정정화 여사를 그의 일기를 토대로 형상화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달의 목소리' 공연 장면.(사진=정중헌)
'달의 목소리' 공연 장면.(사진=정중헌)

“우리 독립운동 역사에서 정정화 할머니만큼 장구한 세월동안, 풍전등화같이 위태로웠던 임정을 껴안고 임시정부 요인들과 동고동락을 같이한 여인이 많던가요?”라고 반문하는 원 대표는 “임정에 대한 헌신적 기여에 비해 이름과 공적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이제라도 험난한 독립운동 역사의 이면에서 소리 없이 헌신하고 기꺼이 고난을 감내한 수당의 모습을 이 시대를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연극으로 재구성했다”고 프로그램에 썼다.

<달의 목소리>는 세 명의 연주자와 함께한 원영애 배우의 1인 낭독극이다. 무대는 앞서간 독립운동가들의 위패를 상징하는 여러 개의 책상이 놓여있을 뿐이다. 원영애 배우는 그 무대에 앉거나 사이를 오가면서 때로는 시를 읊듯 대사를 하다가 때로는 뮤지컬처럼 노래로 ‘장강일기'의 절절한 내용들을 입체적으로 형상화했다. 대하처럼 펼쳐지는 서사를 낭독과 연기, 그 내용을 뒷받침하는 영상과 사진, 극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라이브 연주,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역사를 증언하면서 동시에 그들을 추모하고 현양하는 제의가 융합된 총체극 형식을 취함으로써 박제된 역사를 최대한 살려내려 한 원영애 배우와 구태환 연출의 작업은 평가할만하다.

기자 시절 “TV는 역사를 가르칠 수 있는가?”라는 토픽을 다룬 적이 있는데 <달의 목소리>는 연극도 역사를 잘 가르칠 수 있는 형식이란 점을 새삼 느꼈다. 은퇴 후 김의경 작가와 함께 ’한국역사연극원‘을 만들어 이런 작업에 힘을 보태고 싶었으나 김 선생님의 작고로 뜻을 이루지 못했는데 이번 공연을 보고 누군가 그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는 안도감을 가졌다. 이번 공연이 기념의 의미도 살렸고 공연 형식면에서도 새로웠던 만큼 이제는 대하극으로 펼쳤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2001년 공연한 노경식 작가의 <치마-장강일기>를 기념비적 작품으로 올리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달의 목소리' 공연 장면(사진=정중헌)
'달의 목소리' 공연 포스터(사진=정중헌)
'달의 목소리' 공연 장면.(사진=정중헌)
'달의 목소리' 공연 장면.(사진=정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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