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이정 시민기자 기고] 앤더슨 쿠퍼의 ‘세상의 끝에 내가 있다’ 독서감상문

권이정 시민기자.
권이정 시민기자.

“왜 언론인을 꿈꾸지?”

“…….”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 질문에 바로 답변해 드리지 못했다.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한번도 나 자신에게 “왜?” 하는 질문을 던져본 적이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항상 언론인의 미래를 그려왔기에 나의 꿈은 당연하게만 느껴졌다. 내가 언론인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미처 깊이 있게 고민해 보지 않았던 것이다.

선생님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언론인 앤더슨 쿠퍼의 저서를 읽어 보았다. ‘세상의 끝에 내가 있다’란 책이다. CNN 앵커인 그는 미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이다. 앤더슨 쿠퍼의 열정과 헌신이 어디서 나왔는지 이 책에서 찾고 싶었다.

‘세상의 끝에 내가 있다’에는 앤더슨 쿠퍼의 취재 경험이 생생하게 실려 있다. 그가 스리랑카, 사라예보, 이라크, 니제르 등 여러 분쟁 국가, 재해 국가를 취재한 기록이다. 세상의 아픔을 피하지 않고, 그 아픔의 심각성을 보도한 그의 활약상을 그린 책이다. 아픔의 현장으로 달려온 앤더슨 쿠퍼를 본 사회적 약자들이 그를 구원자처럼 바라보는 장면도 나온다. 헌신의 위대함을 독자들에게 일깨워준 부분이다.

저자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언론인 역할임을 이 책에서 강조했다. 그가 카트리나 태풍에 대처하는 속도가 느린 정치인들을 비판하는 대목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태풍으로 가족을 잃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약자들의 처지를 진정으로 대변했다. 그는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의 어머니, 지진해일로 헤어진 가족을 찾는 사람들, 분쟁 중단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바람을 세상에 알리면서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했다고 한다. 이런 경험은 앤더슨 쿠퍼가 언론인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단행본 '세상의 끝에 내가 있다'.
단행본 '세상의 끝에 내가 있다'.

여기서 나도 참된 언론인의 위대함을 느꼈다. 나 역시 그처럼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드라마나 텔레비젼 프로그램에 나오는 언론인의 일은 항상 긴박감 넘치고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다. 나는 그동안 언론인은 파헤치고 싶은 내용을 조사하고 자신의 생각을 곁들여 사람들에게 알리는 직업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은 계기로. 고통이 따르고 관심이 없는 분야여도 약자들에게 도움된다면 취재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재해나 테러 현장에 가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만 이런 취재도 필요함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취재와 방송 제작을 해야 한다는 결심으로 나의 꿈이 더욱 강화되었다.

“겪은 비극을 널리 알리고 역사 인식을 바로잡아 올바른 사회를 만들어줘. 많은 사람들에게 문제점을 알려 개선하도록 하는 일이 해결 방법이야.”

몇 년 전, 위안부 할머니들이 계신 ‘나눔의 집’에서 진행한 봉사활동이 떠올랐다. 그때 한 할머니께서 눈물을 흘리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 순간 나는 약자들을 돕는 일에서 보람을 느끼는 PD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앤더슨 쿠퍼가 아프리카의 기아들을 도와준 것처럼.

이 책에서 내용 전개 방법이 독특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책은 다른 자서전이나 수필과 달리 시간 순서대로 전개하지는 않았다. 전쟁은 전쟁끼리, 재해는 재해끼리 사건을 정리하는 등 비슷한 사건들을 묶어 놓았다. 내용을 자주 전환해 상황 파악에 약간 어려움이 있지만 이러한 전개방식은 독자들이 앤더슨 쿠퍼가 전하려는 핵심을 이해하기 쉽게 했다. 그는 하나의 전쟁 현장이 다른 전쟁 현장과 구분하기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원인과 장소는 다르더라도 끝은 결국 죽음이었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여러 전쟁 국가에서 겪은 경험을 비슷한 경험들의 ‘뭉쳐진 전개’로 기술했다.

사진=픽스베이
사진=픽스베이

이러한 전개방식에서 사건 배열과 구성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문맥이 끊기지 않았고 수많은 전쟁으로 인한 죽음의 비극성을 강조하는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전하려는 주제와 전개방식이 일치함으로써 더 큰 울림이 있게 했다. 훗날, 내가 PD의 꿈을 이룬다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신선한 제재뿐만 아니라 독창적인 전개 방식도 시도해야겠다고 다짐할 수 있었다.

‘세상의 끝에 내가 있다’를 언론인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추천한다. 언론인이 되려는 이유와 언론인의 역할을 명확하게 해 주는 지침서이기 때문이다. 내가 가야 할 방향을 확실하게 해 주고, 그 목표가 아직은 무척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도 깨우쳐준 책이기도 하다.

나도 앤더슨 쿠퍼처럼 신뢰 받는 언론인이 되고 싶다. 언제든지 전쟁터로 달려갈 수 있는 대담함, 폭풍 속으로 뛰어 들어갈 수 있는 용감함, 남을 도울 줄 아는 이타심이 필요할 것이다. 앤더슨 쿠퍼의 ‘세상의 끝에 내가 있다’를 한번 더 읽어보고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자 한다.[권이정 시민기자, 고려대 미디어학부 3학년]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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