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준 시민기자 / '레디 플레이어 원'을 보고

SF영화를 좋아하고 많이 본 나로서는 SF장르의 영화를 볼 때 평가기준이 조금 까다롭다. SF영화들의 아이디어들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는 좀처럼 보기 힘든 흥미로운 아이디어로 제작하여 ‘레디 플레이어 원’이 나의 ‘최애 영화’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오아시스라는 세계가 흥미롭게 다가온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현재 과학 발전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상현실세계의 실현은 더 이상 우리와는 동떨어진 일이라고 볼 수 없다. 지금의 과학 발전 수준과 속도라면 현실세계에서 오아시스와 같은 가상현실세계가 실현될 수 있다. 그 예로 1980년대까지만 해도 사람들 사이에서 컴퓨터는 상용화되지 않았던 점을 들 수 있다. 현재 2018년에는 컴퓨터는 물론이거니와 노트북, 스마트 폰 등 다양한 기기들이 사용되고 있다. 1980년대에는 상상도 못할 일들이 불과 40년이 지난 지금 일어나고 있다. 과학 쪽에 종사하고 있는 나로서는 오아시스라는 세계를 보면서 우리도 그런 세계가 머지않아 도입될 수 있다는 생각이 더 강했던 것 같다.

'레디 플레이어 원' 홍보영상 캡처.
'레디 플레이어 원' 홍보영상 캡처.

오아시스 세계의 시각적인 요소도 이 영화를 흥미롭게 한다. 오아시스 세계 안에서 사람들은 머리 색깔, 모양을 언제든 화려하고 독특하게 바꿀 수 있다. 오아시스에서 아바타들은 현대 사회에서 연예인 못지 않은 화려함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황홀감을 느끼게 한다. 장소들도 화려하다. 영화 중간에 클럽이 나오는데 거기에서 사람들은 화려한 의상들과 도구들을 가지고 춤을 춘다. 클럽 중앙에는 중력을 거스르는 공간도 존재한다. 그 공간에서 주인공들은 화려한 무대를 이용하여 춤을 추는데 이러한 모습들은 시각적으로 즐거움을 준다.

‘레디 플레이어 원’에는 오아시스라는 시스템이 소개되어서 인상적이었다. 가상현실세계를 일컫는 말이다. 사람들은 단순히 장치를 착용하면 현실에서 벗어나 가상현실세계에 접속할 수 있게 된다. 오아시스에서 사람들은 아바타로서 살아가게 된다. 현실에서 가난하든 부자든 혹은 젊은 사람이든 나이든 사람이든 간에 가상현실에서는 본인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 수 있다. 현실에서는 남자여도 가상현실에서는 여자가 될 수 있고 현실에서는 빈약한 사람이지만 오아시스에서는 힘이 센 아바타로 살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 때문에 세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오아시스에 열광하게 되었고 오늘날의 스마트 폰처럼 그들의 삶에 오아시스라는 세계가 굳게 자리매김했다고 판단된다.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의 오아시스는 영화 ‘아바타’에 등장하는 아바타 세계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진 것 같다. ‘아바타’에서도 ‘레디 플레이어 원’과 마찬가지로 장치를 이용하여 아바타 세계에 접속한다. 그 세계에서는 현실세계와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 갈 수 있다. 오아시스와 마찬가지로 아바타 세계에서도 고통을 느낄 수 있으며 다른 아바타들과 소통도 할 수 있다.

​'레디 플레이어 원' 홍보사진.
​'레디 플레이어 원' 홍보사진.

장점들로만 가득할 것 같은 오아시스도 단점이 있다. 사람들이 현실세계에서의 돈을 가상현실에 지나치게 쓰는 경우가 생긴다. 어떤 이는 전 재산을 오아시스에 쓰기도 해서 집안이 파산에 이르기도 한다. 사람들이 현실에서의 형편에 맞게 오아시스를 즐겨야 하는데 도가 지나치게 가상현실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오아시스에서 본인이 원하는 이상적인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 이러한 연유로 사람들은 현실에서보다 가상현실에서 시간을 더 많이 쓰게 된다. 현실과 가상현실이 뒤바뀌는 주객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사람들로 하여금 현실에서의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현실과 가상현실을 혼동하여 그들이 본인 정체성을 찾는데 어려움을 가질 수도 있게 한다.

오아시스와 같은 가상현실세계가 우리의 세계에도 실현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는 가상현실세계를 대하는 자세를 미리 확립할 필요가 있다. ‘레디 플레이어 원’이라는 영화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를 알려주고 있다. 현실과 가상현실이 주객전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현실에서의 삶을 도피하기 위해 가상현실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곤란하다. 현실과 가상현실을 혼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결말 부분에서 주인공들이 오아시스를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되었을 때 일주일에 두 번은 오아시스를 운영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현실에서의 삶이 가상현실에서의 삶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가상현실세계가 도입되었을 때 가상현실세계에 지나치게 빠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옥 같아도 이승이 더 좋다’는 말처럼 현실세계에서 아무리 힘든 일이 생겨도 가상현실에서 진통제를 맞기보다는 현실세계에서 그 일을 해결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김의준 / 카이스트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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