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정 독일모델연구소 대표]

베를린서 출발하여 바이마르Weimar 거쳐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에서 5박 하며
인근의 추크슈피체Zugspitze
아이프제Eibsee 호수
린더호프성,
노이슈반슈타인성 등 여행

지난해 여름 6월 말부터 7월 초에 걸쳐 독일을 여행했다. 베를린에서 출발하여 바이마르Weimar를 거쳐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에서 도합 5박을 하며 인근의 추크슈피체Zugspitze, 아이프제Eibsee 호수, 린더호프성, 그리고 노이슈반슈타인성까지 둘러보았다. 독일에서만 10년을 넘게 살았지만 가보지 못했던 가르미슈- 파르텐키르헨 쪽의 알프스 지역은 일찍부터 나의 '여행 버킷리스트'에 올라 있었던 곳이다.

추크슈피츠란트Zugspitzland는 가르미슈를 중심으로 북쪽의 오버아우Oberau와 남쪽의 그라이나우Grainau, 그리고 추크슈피체산을 포괄하는 지역을 이른다. 추크슈피체와 아이프제의 풍광이 눈이 부시도록 청명하고 아름다워 여행에서 돌아와 진작부터 이 탐방기를 쓰려 했으나 게으름을 떨다 보니 작년에는 살인진드기Zecke에 물린 에피소드, 독일 기차여행, 뮌헨공항 이용 후기를 쓰는데 그쳤다. 이제 기억과 기록을 더듬어 다시 추크슈피체란트로 돌아가 본다.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6.26. 바이마르에서 가르미슈- 파르텐키르헨까지 오는 데는 기차를 3번이나 갈아탔다. 지역 열차를 타고 에어푸르트Erfurt까지 와서 고속열차ICE로 뮌헨까지 왔고 그곳에서 다시 지역 열차를 타고 오다가 투찡Tutzing 이란 곳에서 가르미슈로 연결되는 다른 지역 열차로 갈아타야 했다. 독일에서의 기차 여행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작년에 여행을 해보니 독일에서 오래 산 나도 잠시 정신을 놓으면 실수하기 십상이어서 기록을 남겨 보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세계 각국의 여러 곳을 아무런 제한 없이 쏘다닐 수 있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지구상의 거의 모든 국가가 이런저런 형태로 국경의 빗장을 닫아건 지금에 와서 보니, 그동안 우리가 누렸던 여행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느낀다.

코로나 이후에는 그동안 우리가 해왔던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라는데, 세계 시민들 간 자유로운 여행만큼은 어떤 형태로든 제약받지 않으면 좋겠다. 유발 하라리의 말대로라면 이제부터 인류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린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숙소 북쪽 / 남쪽 창문을 통하여 바라본 가르미슈 풍경
숙소 북쪽 / 남쪽 창문을 통하여 바라본 가르미슈 풍경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은 원래 가르미슈와 파르텐키르헨이 별개의 도시로 천 년 이상 지내왔는데, 이 두 도시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매우 사이가 안 좋았다 한다. 그런데 히틀러가 1936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할 목적으로 1935년 이 두 도시를 병합하여 한 지붕 두 가족이 되었다.

히틀러는 여러 도시들을 병합했는데 주로 정치적인 목적이었다. 나치 출신 인사를 함부르크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친나치 성향이었던 알토나Altona를 함부르크와 병합한 것이 바로 그것인데, 가르미슈와 파르텐키르헨의 병합이 그런 정치적 목적을 띠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가르미슈보다는 파르텐키르헨이 더 오래되었는데, 로마시대 베니스와 아우그스부르크를 연결하는 로마 가도가 여기를 지나갔다 한다. 지금은 동계 스포츠 리조트 또는 여름 휴양지로 잘 알려져 있다.

파르트나흐클람 협곡 입구 협곡으로 가는 도중에 만난 동계올림픽 스키 점프장.
파르트나흐클람 협곡 입구 협곡으로 가는 도중에 만난 동계올림픽 스키 점프장.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나니 벌써 늦은 오후였지만 한 여름이라 해도 길고 하루 종일 기차 안에만 앉아있어 좀 걷고 싶어서 3-4 시간 정도 걸리는 하이킹 목표를 찾았다. 파르트나흐클람Partnachklamm이란 협곡 동굴인데- Klamm은 영어로 gorge, 계곡이란 의미다- 가르미슈에 위치한 숙소로부터 걸어서 동계올림픽 스키장을 지나 협곡에 도착했고, 좁다란 석회석 양 절벽 사이로 세차게 흐르는 협곡 시냇물을 따라 약 1km 정도를 지나 다시 평평한 분지 형태의 지형으로 올라 올수 있었다. 파르트나흐 협곡은 봄에는 개방하지 않는다 한다. 눈 녹은 물이 불어나 위험하기 때문이다.

파르트나흐클람 협곡에서 흘러나온 파르트나흐 시냇물은 빙하 녹은 물로 우윳빛이다.
파르트나흐클람 협곡에서 흘러나온 파르트나흐 시냇물은 빙하 녹은 물로 우윳빛이다.

파르트나흐 협곡은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에서도 파르텐키르헨에 위치하는데 이 도시의 로마식 이름, 파르타눔Partanum이 바로 이 협곡의 이름 파르트나흐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 협곡 물은 추크슈피츠 산 정상 인근의 추크슈피츠 플라토 분지로부터 발원하는 빙하의 눈 녹은 물로서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을 가로질러 뮌헨을 관통하는 이자르 강으로 흘러간다. 그래서인지 프라트나흐 시냇물의 물은 뿌연 우윳빛을 띤다.

프라트나흐클람 협곡을 빠져나와서 펼쳐지는 평지.
프라트나흐클람 협곡을 빠져나와서 펼쳐지는 평지.

협곡을 빠져나와 파르트나흐알름Alm - 알름은 알프스 산간지대 초원을 말한다 - 산장까지 올라가서 하산할 때는 1인용 곤돌라를 타고 내려와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런데 이 곤돌라에는 누구도 안내하는 사람이 없었다. 가까이 가보니 탑승 요령이 적힌 안내판을 볼 수 있었다. 각자 알아서 타라는 건데, 독일어로만 적혀 있었다. 바이마르에서 가르미슈까지 와서 4시간 가까이 하이킹을 한 이 날 나의 만보기는 29,815 걸음걸이를 기록하였다.

1906년 슈트라우스는 가르미슈에 빌라를 건축하고 타계 시까지 약 40년을 살았다 / 그의 가족.
1906년 슈트라우스는 가르미슈에 빌라를 건축하고 타계 시까지 약 40년을 살았다 / 그의 가족.

후기 낭만파 음악의 대가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는 50세가 되어 가르미슈에 집을 짓고 타계 시까지 약 40년을 살았고, The Neverendingstory로 유명한 동화 작가 미하엘 엔데Michael Ende는 이곳에서 태어났다.

나는 2016. 4. 브레멘에서 독일 외교부의 천재라는 이슁어Wolfgang Ischinger 대사의 강연을 듣게 되었고 그 강연에서 미하엘 엔데의 '겉보기 거인Scheinriese'을 알게 되었다. 미하엘 엔데의 동화책에 나오는 '겉보기 거인'은 멀리서 보면 거인이지만 가까이 갈수록 그 미미한 실체가 드러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 날 이슁어 대사는 독일이 전쟁에서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는 러시아를 '겉보기 거인'으로 혹평했다.

뮌헨 안보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이슁어 대사.
뮌헨 안보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이슁어 대사.

그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선 국민생산고가 스페인 정도밖에 안 되는 나라다. 인구도 유럽연합의 삼분의 일 정도다. 15세 러시아 남성의 기대수명은 최저개발국LDC 수준이다. 러시아를 제대로 모를 때는 두려운 거인 같은 존재이나 막상 뜯어 놓고 보면 경제력이나 국민들의 복지라든가 하는 측면에서 결코 두려워해야 할 거인 같은 존재는 아니라는 것이다.

일전에 차이나 게이트가 우리 SNS를 달궜다. 중국이 서서히 두려운 존재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아니 이미 바짝 다가섰다. 하지만 중국은 바로 이슁어 대사가 이야기한 '겉보기 거인'에 불과하다. 두말할 것 없이 공산 독재국가이며, 민주주의를 못하고 있는 나라다. 역설적으로 공산당 일당체제로 효율적인 국가 관리를 했고 지금의 번영을 가져왔다고 하지만 인간은 돈만 갖고 사는 것은 아니다.

세계 최악의 인신 매매국이며 사형수들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처형된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초기에 은폐함으로써 작금의 엄청난 재앙을 세계로 불렀다. 홍콩과 자유중국을 보자. 그들이야말로 중국이 '겉보기 거인'이란 걸 유감없이 보여준 진정한 자유 시민들이다.

[출처]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과 미하엘 엔데의 '겉보기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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