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육청, ‘국제 바칼로레아(IB) 프로그램 현장 안착 지원 방안 연구’ 보고서 22일 공개

“사교육이 IB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보면서도 여전히 사교육은 받아”

[기자 주]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연구책임자)이 지난해 대구광역시교육청의 위탁을 받아 수행한 ‘국제 바칼로레아(IB) 프로그램 현장 안착 지원 방안 연구’ 보고서가 22일 대구교육청 미래교육연구원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이 보고서에는 관내 IB 후보학교 2곳과 관심학교 7곳의 교사와 학부모, 학생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담겼다. 또, 국제 바칼로레아의 국내 도입에 관련한 내용도 포함됐다.

토론논술형 교육과정인 국제 바칼로레아(IB, International Baccalaureate)는 2017년 6월 서울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이 최초로 'IB 정책연구'에 착수하고, 지난해 7월 제주도교육청(교육감 이석문)과 대구시교육청(교육감 강은희)이 도입확정 협력각서를 체결한 프로그램이다.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대구교육청에서 국제 바칼로레아 도입에 맞춰 위탁 수행한 보고서가 공개됐다.
지난해 대구교육청을 방문한 IB 본부 회장단과 대구교육청 관계자들.

학부모들도 IB교육효과 긍정적 인식

국내 최초로 IB 후보/관심학교의 교사, 학부모, 학생 대상 설문조사를 했다. 대체로 IB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나왔고, IB의 가장 큰 효과로 학생들의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 향상을 꼽고 있으나, 수능과 행정 잡무가 가장 걸림돌로 나왔다.

특히 학력논란에 시달리는 혁신학교와 다르게 IB 교육은 학력 저하 우려가 없다고 응답했고, 전교조 등의 비판과 다르게 사교육 폭발 우려도 없다고 응답했다. 다만 학부모, 학생 모두 사교육이 IB 수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인식하면서도 여전히 사교육을 받고 있었다(IB식 토론 논술 학원이 아니고 그냥 영어 수학 문제풀이 학원임).

이유는 현재의 IB 학교 내신과 전혀 상관없더라도 나중에 한국식 입시를 볼 수 있으니 불안해서 다니는 것이다. 결국 입시가 바뀌어야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사교육이 멈출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IB 수업을 한 학기 동안 운영해 본 후보학교 교사들과 운영해본 적이 없는 IB 관심학교 교사들 모두 IB 교육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먼저 후보학교 교사들은 평가 체제 혁신의 필요성에 매우 공감했다(4.7/5.0). 더 나아가서 64%는 궁극적으로 한국형 바칼로레아 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고 답했는데, 이를 통해 후보학교 교사들이 IB 교육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교사들, 교육평가체제 변화 필요성 인식

이들이 IB 교육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이 커진다는 점과 교사의 평가 및 교육 과정 운영의 자율성도 증대된다는 점 때문이다.

IB 수업을 운영해 본 적이 없는 IB 관심학교 교사들 역시 교육 평가 체제의 변화가 필요한가 하는 질문에 매우 긍적적으로 답변(4.45)했다. 이들 역시 학생들의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 증대와(4.41)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3.91)을 기대하고 있다.

변화 필요성 도표
[그림 Ⅳ-가-1] IB 후보학교 교사의 교육 평가 제도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다만 아직 해결되어야 하는 점으로 후보학교 교사들과 관심학교 교사들 모두 행정 업무 부담을 꼽았다. 후보학교 교사들은 IB 수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교원 행정 업무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93%가 “매우 그렇다”에 답변). 관심학교 교사들 역시 IB 추진에 있어서 행정 업무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4.80).

학부모들의 경우도 IB 교육 효과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IB 교육이 아이들의 미래 역량을 기르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는 데에 후보학교 학부모들(평균 4.51)이 관심학교 학부모들(4.30)보다 큰 기대를 보였다. 또 아이들의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이 증가할 것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후보학교 학부모들(4.50)이 관심학교 학부모들(4.26)보다 크게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IB수업 경험이 없는 자녀의 학부모들보다 IB 수업을 받은 자녀의 학부모들이 현행 대입에서 IB 교육이 유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더 강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보학교 학부모들(4.34)과 관심학교 학부모들(4.22)은 자녀가 IB 학교에 다니기를 바란다고 긍정적으로 응답했고 IB 인증 시범학교가 필요하다는 점에 압도적으로 찬성했으며 "IB를 참조하여 궁극적으로 우리의 수능과 대입을 선진화하는 한국형 바칼로레아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에 83.9%가 매우 찬성 혹은 찬성했다.

조사는 신뢰수준 95%에서 표본오차 ±5.27%포인트이다. 다시 말해 현행 대입 입시에 관한 불안감은 갖고 있지만, IB 교육의 효과에 대해서는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그림 Ⅳ-가-6] IB 후보학교 교사의 IB 프로그램 도입 효과에 대한 인식
[그림 Ⅳ-가-6] IB 후보학교 교사의 IB 프로그램 도입 효과에 대한 인식

또한 IB 교육시 학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보는 비율은 18.7%, 사교육이 증가할 것이라고 보는 경우는 38.3%로 학부모들이 IB 교육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다만 그럼에도 대다수의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사교육을 받게 하고 있었다. 다만 이는 IB 교육 때문이 아니고 현행 입시를 대비한 사교육이다.

IB 후보학교 학생들 역시 IB 교육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2/3 이상의 학생들은 IB 학교가 된 이후 학교를 이전보다 좋아하게 되었다고 했고, 72%의 학생들은 토론과 수업이 재밌다고 답했다.

특이한 점으로는 교사들의 경우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두려움 없이 질문하고 답한다고 느꼈는데(스스럼없이 말한다 4.0, 틀린 답도 거리낌 없이 답한다 4.0) 학생들의 경우 질문이나 발표가 틀리는 것을 걱정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50%밖에 되지 않았고, 수업 시간에 질문하기 시작했다는 반응도 55%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절반 정도의 학생은 여전히 수업 시간에 말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IB 후보학기가 된 지 한 학기밖에 되지 않아 IB 교육이 아직 충분히 제대로 구현되지 못한 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IB 수업이 진행될수록 변화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다만 사교육에 관해서는 학생들도 학부모들과 동일한 입장이었다. 사교육이 IB 수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끼지만(2.82) 사교육 정도는 줄지 않았다는 생각이 다수였다(2.02). 이는 입시에 대한 불안 때문으로 보인다.

대구교육청에서 국제 바칼로레아 도입에 맞춰 위탁 수행한 보고서가 공개됐다.
대구교육청에서 국제 바칼로레아 도입에 맞춰 위탁 수행한 보고서가 공개됐다. 강은희 대구교육감(왼쪽 두 번째)이 IB 본부 회장단과 함께 IB 교육 관련 행사현장을 둘러보는 장면.

사범대 교대의 교원양성체제 리모델링 제안

했다. 2019년 교육 분야 QS 세계랭킹 대학 20위 안에서 7개 대학이 IB 교원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국내 대학에는 전무하다. 이제 IB가 한국어화되어 공교육에 도입되는 것이 확정되었으니 국내 사범대/교대에서도 IB 교원양성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제안을 했다. 그리하여 사범대 교수들도 채점관으로 활동하게 되어 IB식 채점 시스템의 전문성을 체화하게 되면 추후 한국의 논술형 수능의 채점 시스템 설계에도 결정적 자산이 될 것이라 했다.

IB가 확대됨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대학에서 IB를 연구하고 교육하기 시작했다. 2019년 상반기 기준 QS 교육학 분야 세계 대학 랭킹 상위 20개 대학 중 35%인 7개교가 IB 교원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서는 대학의 학위과정이나 공식 교원 연수 프로그램으로 IB를 제공하는 곳은 한 곳도 없다. 이에 국내 대학에서도 IB 교원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하는 세 가지 이유를 적어본다.

논술형 평가 체제로의 전환 불가피

첫째, 한국은 현재 논술형 평가 체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시점에 이르렀다. 교육부는 2028년부터 논술형 수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국가교육회의 의장 역시 논술형 수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발표했다. 대학에서 IB 교원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되면 한국에서 논술형 수능 체제 전환을 준비하는 데에 큰 자산이 될 것이다.

둘째, 전 과목 논술 대입시험인 IB 외부시험을 2023년 11월에 한국어로 실시하는 것이 확정되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학문적, 제도적, 정책적 영구와 교원 교육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사범대와 교대에서 IB를 정식으로 연구하고 교원양성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셋째, 대학에서 IB를 정식으로 연구 개발하게 될 시 사범대 교수들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국 논술형 수능 채점관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먼저 IB를 정상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우리나라 교육자들로 구성된 채점관이 양성되어야 한다. 이에 교수들의 참여를 적극 독려하기 위해서는 채점관이 양성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 대학에서 IB 교원양성 프로그램을 실시하면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국제 바칼로레아 수업에 참여 중인 대구지역 학생들.
국제 바칼로레아 수업에 참여 중인 대구지역 학생들.

교사들 응답에서 '압도적 걸림돌'은 '행정 잡무'

교육부/교육청의 학교 관리 패러다임이 선진화되어야 함을 지적했다. 모든 교사들의 응답에서 압도적인 걸림돌이 행정 잡무였다.

IB 후보학교 및 관심학교 설문 조사에서 가장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 행정 업무 부담이다. 이는 IB 학교 이외에도 교육청 조사시 항상 지적되는 부분이다. 핀란드에서 연간 처리해야 하는 공문은 5건 미만인데, 한국에서는 1만 건이 넘는다. 교사들이 수업 준비에 사용해야 하는 시간을 이와 같은 행정 업무에 쏟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IBO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IB 인증을 위해서 교사들의 행정 업무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 업무 경감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육부-교육청-학교로 이어지는 행정 업무 구조가 변해야 한다. 교육부 당국은 학교 교육을 ‘지원’하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하며, 개별 학교 차원에서 교육을 직접적으로 관리 및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

IB 학교 교사들도 바쁘지만, 업무의 99%가 수업 관련 업무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IB 본부에서 검토받아야 IB 학교 인증을 받을 수 있다. 다르게 말하면 한국 학교들의 행정 업무 부담이 해결되지 않으면 IB 학교 인증을 받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다.

대구교육청에서 국제 바칼로레아 도입에 맞춰 위탁 수행한 보고서가 공개됐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들이 IB 본부 회장단과 회의하는 장면.

전과목 논술형 수능 및 내신평가체제 개발 필요

한국에서 IB 교육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우선 전 과목 논술형 수능 및 내신 평가 체제가 개발되어야 한다. IB의 교육적 효과를 교사, 학부모, 학생 모두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사교육은 감소하지 않았다. 이는 IB 교육을 하지 않는 상위학교로 진학할 경우나 국내 대입을 치러야 하는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 전체가 평가의 방향을 IB와 같은 논술형 수능으로 바꿔가야 한다.

다음으로 한국에 입시와 내신에 절대평가를 도입해야 한다. OECD 국가들의 입시와 내신은 대부분 절대평가다. 이는 상대평가가 ‘합리적 과목 선택’을 방해하고 교육의 다양성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평가는 제로섬 경쟁을 시키는 제도이기 때문에 체감 경쟁 강도를 높이고 협력적 인성 형성을 방해한다.

그럼에도 대입시험은 존재해야 한다. 내신 성적만으로 학생을 평가하거나 선발할 시 낙제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큰 문제가 생긴다.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유급과 낙제가 없는 유일한 나라인데, 대입시험까지 사라지면 낙제 여부를 판별할 방법이 사라지게 된다. 또한 대입시험은 ‘과목별 성취도’를 측정하고 비교하는 수단으로 활동될 수 있다. 서로 다른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뜻이다.

또한 비교과 활동을 내신과 수능 속에 녹여내야 한다. 선다형 시험보다 논술형 시험이, 논술형보다 수행 평가가 더 넓은 역량을 평가할 수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 비교과라고 부르는 활동을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입시나 내신에 포함되도록 하고 있다. 소논문 작성, 프로젝트, 독서 서평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활동이 내신이나 입시에서가 아니라 비교과로 이루어진다면 기회의 불평등이 발생한다.

학생부종합전형 변화 시급...영국 방식 참고 필요

더 나아가서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변화가 생겨야 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의 취지는 오랜 기간에 걸친 학교 생활 전반의 과정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인데, 교사의 기록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이는 첫째로 교사들에게 수업 이외의 업무에 해당하며, 둘째로 오직 대학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현실적인 해결책은 영국의 방식이다. 영국은 생기부에 들어갈 만한 다채로운 활동을 학교에서 다 수행하면서도 최종적으로 교사의 기록이 아닌 최종 점수가 최소한의 판단 기준이 된다. 이외의 평가가 필요할 시 옥스퍼드나 캠브리지처럼 면접을 치르는 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정한 채점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논술형 수능 체제는 채점의 공정성이 검증된 선진국 입시들을 면밀히 분석해서 10여년에 걸쳐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공적 채점 기구에서 전국의 교사와 교수들로 신뢰성 있는 채점관 풀을 구성하고 공정한 채점 표준화 과정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영국의 에이레벨도, 독일의 아비투어도, 국제 공인 대입시험인 IB도 전 과목 논술 입시를 교사와 교수로 구성된 대규모 채점관들이 공신력 있게 채점한다.

대구교육청에서 국제 바칼로레아 도입에 맞춰 위탁 수행한 보고서가 공개됐다.
국제 바칼로레아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조별 활동을 지켜보는 IB 본부 관계자들.

대구-제주교육청 외 타 시도 교육청들도 추가 참여 가능

IB측은 처음부터 IB 한국어화에 관심을 갖진 않았다. 여기에는 IB가 비영리 조직이기 때문에 수익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이유와 아직 한국어 이외에 확장력이 높은 언어들로도 IB가 전부 번역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가 작용했다.

그런데 IB의 탄생 배경이 세계 대전 이후 갈등과 분쟁을 피하기 위해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지 않는 글로벌 시민을 양성하자는 것이었고, 이 취지가 한국의 비전에 잘 맞는다는 인식에서 한국어화를 IB측에서 결심했다.

한국어화된 IB의 첫 유효 기간은 5년이며 이후 갱신할 수 있다. 1차 년도부터 참여하는 교육청은 대구교육청과 제주교육청이지만 시도 교육청별로 추가 참여할 수 있다. 현재 대구교육청과 제주교육청은 공립학교에 IB의 초,중,고등학교 프로그램을 모두 도입할 예정이다.

한국어 IB 시험 문제와 채점 기준은 영어판 IB 시험 문제 및 채점 기준과 동일하다. 한국어 IB 시험 점수도 영어 IB 점수와 동일하게 전 세계 대학에서 인정받게 된다. 그렇기에 IB 한국어화는 단순히 번역의 차원이 아니라 IB 대입시험을 한국어로 치르고 엄정하게 채점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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