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윤성학 교수

조슈아 B. 프리먼의 《더 팩토리》
풍부한 사료 바탕 생생한 공장 그려
중국 베트남의 가성비 공장
로봇 자동화 무장한 선진국의 생산성 공장
번역 매끄러워 읽는 내내 즐거워

윤성학 교수
윤성학 교수

코로나 사태는 ‘공장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나게 만듭니다. 전 세계 무역과 인적 교류가 차단당하면서 공장이 있는 나라와 공장이 없는 나라 간에 차이가 발생합니다. 공장이 있는 나라는 마스크와 화장지, 식품 등을 조달할 수 있는 반면 공장이 없는 나라는 무역조차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에 큰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화는 끝났다고 하지만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세계화는 가성비 혁명이었습니다. 시장경제가 지속되는 한 저렴하고 품질 좋은 상품에 대한 수요는 줄지 않을 겁니다. 다만 이제 전략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비경제적 요인들을 고려해야 될뿐입니다.

미중 무역전쟁은 ‘관세’라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제 중국 제품은 현지에서는 저렴하지만 수출이 되는 순간 높은 관세로 경쟁력을 잃어버립니다. 또한 모든 상품을 중국 공장에 의존하다가 코로나 같은 비상 사태가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는 치명적 손실을 고려하여야 합니다.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공장입니다. 조슈아 B. 프리먼의 《더 팩토리》는 공장은 어떻게 인류의 역사를 바꿔왔는가를 조명합니다. 그는 산업혁명 때 등장한 공장은 경이의 대상이었다고 봅니다. 인류 진보의 상징이었지요. 미국에서 공장은 자본주의 생산성 그 자체입니다. 포디즘은 평범한 미국인에게 자동차를 선사했습니다. 사회주의는 공장 그 자체입니다. 자이언츠 공장은 농업 국가인 러시아를 산업국가로 만들었으며 그들이 그토록 원하던 진짜 프롤레타리아 계급을 출현시켜주었습니다.

그렇지만 공장은 점점 더 퇴물이 됩니다. 미국은 공장에 독처럼 스며든 노동조합을 제거하기 위해 공장을 갖지 않기로 결정합니다. 공장을 중국으로 보낸 버린 것입니다. 폭스콘이고 페가드론, 유유엔은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이제 공장은 자랑거리가 아니라 숨겨야 할 혐오시설이 되었습니다.

19세기와 20세기의 아름다운 공장 사진은 중국에 없습니다. 폭스콘 공장 사진은 거의 찾기가 힘듭니다. “폭스콘에서 자살한 젊은이들은 매끄럽고 호사스럽고 시대를 앞서가는 우아한 디자인의 애플 등 첨단제품을 만들면서도 그런 시대의 흐름에서 소외되었다는 절망감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367쪽)” 그렇지만 중국은 고용과 수출을 위해 폭스콘에다 더 많은 공장을 지어줄 것을 요구합니다.

공장은 이제 혐오시설이 되어 미국에서 한국으로, 다시 중국으로 다음은 베트남과 인도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그렇지만 코로나 사태는 공장을 새롭게 정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4차산업혁명은 리쇼어링(Re-shoring·제조업 본국 회귀)이라는 환상을 보여주었습니다. 독일에서 아디다스 신발 공장이 생겼습니다. 트럼프는 미국에다 애플 공장을 만들어라고 팀 쿡에게 지시했습니다. 그렇지만 독일 공장은 유연 생산 시스템 구축에 실패하면서 문을 닫았습니다. 팀 쿡은 공장을 설립하는 대신 트럼프에게 돈을 듬뿍 안겨주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4차산업혁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습니다. 아디다스 공장은 다양한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로붓에 인공지능을 도입할 것입니다. 트럼프는 다시 팀 쿡에다 애플 공장을 지어라고 명령할 것입니다. 한국의 삼성전자 공장은 4차산업혁명의 정수입니다. 그 많은 인건비와 임대료를 부담하고도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공장이 없는 자본주의는 있을 수 없습니다. 코로나가 지나면 인류는 두 개의 공장을 갖게 될 것입니다. 중국, 베트남에서 가성비 공장과 로봇과 자동화로 무장한 선진국에서 생산성 공장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쩌면 두 공장은 글로벌 공급 사슬망 속에서 통합될 수도 있을 겁니다.

조슈아 B. 프리먼의 《더 팩토리》는 풍부한 사료를 바탕으로 생생한 공장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번역도 매끄러워서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코로나의 한 가운데 마스크 공장이라는 아주 사소한 말에도 가슴이 뛰는 분들은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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