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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많은 '한국의 정치인 충원방식' 독일에서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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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많은 '한국의 정치인 충원방식' 독일에서 배워라
  • 장시정 독일모델연구소 대표
  • 승인 2020.03.28 0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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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선 대학 교수 하다
갑자기 장관 등 공직에 임명되는
폴리페서는 거의 없어

독일은 청년 시절부터 정당에 들어가
풀뿌리 정치로부터 정치 배우고 익혀

4.15 총선을 앞두고 요즘 각 정당의 지역구 공천이나 비례대표 후보자의 선정 과정을 보노라면 실망이 큰 것은 물론, 정말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부 정당은 검찰이 기소한 사람들까지 대거 공천하고 있어 이를 언급할 가치조차 없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그렇지 않은 후보자들도 충실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진행되다 보니 많은 잡음이 일고 있다. 이 점에서는 여든 야든 구분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설령 검증을 충실히 한들 지금과 같은 정치인 충원 방식에서 얼마나 제대로된 정치 인재들을 걸러 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정당들이 마치 전 국민을 대상으로 후보자를 선발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것도 아주 단시일 내에 말이다. 정부 기관이나 민간 기업 등 많은 분야에서 충원 제도나 방식이 나름대로 자리를 잡고 있는데 반하여 유독 정치분야에서는 그 충원 방식이 대체 어떤 것인지 선뜻 생각나지 않을 정도다. 납득할 수 없다. 사실 정치만큼 중요한 것도 없지 않나. 국가의 법과 제도를 만들고 주요 정책을 만들어 내는 것이 정치의 기능일진대 그 정치를 담당하는 인력의 충원은 허술하기 짝이 없어 상당히 비균형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피해자는 우리 국민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정치인이라면 주로 입법부의 구성원인 국회의원들이겠지만 이외에도 행정 수반이나 일부 각료들도 사실상 정치인으로 충원되고 있다. 각국의 의원이나 행정 수반의 자질을 비교해 볼 수 있을까? G-20 같은 국제회의에서 보면, 우리는 언제 한번 영어하는 대통령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는데, 여기서는 통역 없이 조우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영어까지는 아니더라도 부딪치는 주제에 최소한 자신의 의견으로 말할 수 있는 대통령을 만나 봤으면 좋겠다. 물론 일반적으로는 국회의원들의 자질이 문제다. 이 사람들은 어떻게 충원하고 있나? 선거를 통해서 충원한다지만 선거 이전에 이 사람들은 무엇을 하던 사람들이고 어떤 자질을 갖고 있나? 단적으로 이들은 대부분의 선진국과는 달리 정치 전문가들이 아니다. 매우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정치에 입문하고 정치인으로 변신한다. 그렇다고 국회의원이 되어 선수가 쌓인다고 전문성이나 지혜가 느는 것 같지도 않다. 결국 아무나 정치를 한다면 과한 말일까?

독일 기민/기사당 청년 조직 Junge Union[출처] 전문 정치인 충원과 정당정치의 발전|작성자 히든챔피언
독일 기민/기사당 청년 조직 Junge Union [출처] 전문 정치인 충원과 정당정치의 발전|작성자 히든챔피언

독일에서는 대학교수를 하다가 갑자기 장관 등 공직에 임명되는 폴리페서는 거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모든 직종이 전문화되어 있고 공직이라는 직업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상아탑 속의 교수들이 관청에 필수적인 실용주의적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독일은 "전문직 사회a society of profession"다. 물론 정치도 전문 정치인이 한다. 공직은 내각책임제에서 정치인이 맡는 장관과 정무차관을 빼고는 직업 공무원이 맡는다. 판검사는 대부분 평생을 판검사로 마친다. 그러니 전관예우라는 독버섯이 자랄 공간이 없다. 각자 할 일이 정해져 있고 각 영역마다 칸막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칸막이를 허무는 것은 규칙 위반이고 반사회적이다. 그저 자신의 일을 하고 다른 영역을 쳐다볼 필요도 없고 또 그럴 겨를도 없다.

독일 정치인들은 청년 시절부터 정당에 들어가 풀뿌리 정치로부터 정치를 배우고 익힌다. 정당마다 청년 조직이 있는데 기민/기사당의 '청년연합JU' , 사민당의 '청년사회주의자Jusos' 또는 자민당의 '청년자유주의자Junge Liberale' 가 그것으로서 각 10만 명 전후의 자발적인 청년 회원을 갖고 있다. 이들이 기초 지자체나 주, 연방 차원의 정치 현장을 각각 거치면서 기량을 쌓고 성장해 나간다. 이렇게 일반 대중에게 노출된 채 수십 년의 정당 정치를 거쳐 의원도 하고 장관도 하니 전문적일 수밖에 없고 역량 있는 인사들이 정치 지도자로 배출된다. 2016. 10월 뤼베크에서 개최된 “빌리 브란트 연설”에서 람머트Nobert Lammert 연방하원 의장은 의회민주주의를 떠받치고 있는 정당정치의 효용성과 국가 발전 기여도를 높이 평가하고 독일의 성공신화도 이런 독일 정당들의 공헌에 기반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는 정치인들을 키울 수 있는 정당의 기반이 취약하다. 정당의 이름만 해도 뭔 일만 있으면 수시로 바꾼다. 이것은 우리 정당들이 풀뿌리 민주주의에 기반을 두는 국민정당이라기보다는 권력자를 중심으로 하는 권위주의적 정당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우리 국회나 지방 의회가 이렇게 이합집산하고 조변석개하는 정당들에 기반을 두고 있음은 심히 우려스럽다. 독일 사민당은 백 년도 넘게 사민당이고 기민당, 기사당, 자민당은 전쟁 후 창당된 이래 60~70년 동안 한 번도 이름을 바꾸지 않았다. 누가 감히 국민정당의 이름을 바꾸자고 하겠나?

지방자치제를 시행한 지도 수십 년이 되었지만 지금처럼 중앙정당에서 지방 선거의 후보자들까지 공천하는 관행의 잔재가 남아 있는 한 지방 자치제의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단적으로 우리의 정치 현실은 독일처럼 기초 자치단체, 지방 풀뿌리 정당을 기반으로 한 아래로부터의 보충성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중앙권력을 중심으로 한 역발상의 보충성의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앙집권제 국가로서 국가사무는 중앙을 중심으로 단일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정치 과정은 그렇게 할 수 없다. 어떻게 풀뿌리 정치 없이 중앙의 정치 지도자가 갑자기 나올 수 있겠는가? 한국 정치의 시급한 과제는 제대로 된 당내 민주화와 정당정치의 발전이다. 유능한 인재들이 젊어서부터 전문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토양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4년마다 이번 공천 과정에서 나타난 웃지 못할 우여곡절을 계속 보게 될 것이다. 그러고도 혼돈과 혹닉의 정치를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론 국제회의에서 말 한마디 제대로 할 수 있는 대통령은 언감생심이다.

[출처] 전문 정치인 충원과 정당정치의 발전|작성자 히든챔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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