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윤성학 교수(고려대)

성숙하고 자발적인 시민의식
공동체 위한 헌신
과학기술 발전만이
인수공통 전염병 이겨내는 유일한 길

전 세계에 코르나 바이러스의 창궐을 보면서 와인가드의 《모기》을 읽었습니다. 저자는 생물학자가 아니라 역사학자입니다. 그는 인류 역사를 결정지은 치명적인 살인자는 알렉산드르 대왕도 한니발도 칭기스칸도 아닌 모기라고 주장합니다.

모기는 로마의 역사도 바꾸었고 남북전쟁에서도 결정적 역할을 했으며 콜럼버스 이후 아메리카를 멸망시켰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모기는 위대한 정복자 알렉산드르 대왕을 죽였으며 몽골군대의 유럽 진입을 막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하였습니다.

인간 몰살의 선봉대장인 모기는 늘 역사의 최전선에서 죽음의 신처럼 인간들을 거두어들이고 최후에는 역사를 바꾸어왔습니다. 모기는 우리가 함께 하는 다른 그 어떤 동물보다도 우리의 역사를 형성 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해왔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모기가 직접 인간을 죽이는 것은 아닙니다. 모기는 인간의 신선한 피를 빨아 먹으면서 동시에 말라리아, 황열병, 지카바이러스, 뎅기열을 선사합니다.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은 미친듯한 발작, 엄청난 두통, 미쳐 날뛰는 광기 속에서 죽어갑니다. 구토와 발진, 환각이 찾아옵니다. “마치 누군가 내 뼈에 천천히 손톱을 박아 넣고선 조금씩 관절과 근육을 악랄하게 쥐어짜는듯한 고통”이 그것입니다.

19세기 이전 아프리카를 찾은 유럽인들의 90퍼센트는 모기 때문에 죽었다고 합니다. 지금 중국의 비옥한 남부 지역이 송나라 이전까지 개발이 안 된 이유는 뎅기열 때문이었습니다. 고대 중국에서는 남성이 남부 지역으로 갈 일이 있으면 출발하기 전 아내의 재혼처를 마련할 정도로 그 지역은 치명적인 전염병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치명적인 살인자 모기 바이러스에 인류는 어떻게 대응하였을까요? 인류는 면역력과 수명을 맞바꾸는 ‘조상 환경(ancestral environment)’을 선택하였습니다. 가급적 젊은 나이에 결혼하여 바이러스에 저항할 수 있는 유전자의 질을 개선하는 작업입니다. 당시 평균 수명은 23세입니다. 약 15세에 결혼하여 유전자를 계속 개선하여 전염병에 최대한 저항력을 가진 후손을 생산하는게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말라리아를 비롯한 모든 바이러스의 원흉이 모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19세기말입니다. 그전에는 모기가 아니라 ‘신의 저주’나 ‘나쁜 공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코르나 바이러스 또한 그 원인이 박쥐인지 아닌지는 더 연구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다윈은 가장 강한 종이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동물이 살아남는다고 하였습니다. 변화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보가 투명하고 공개되어야 합니다. 아베처럼 진실을 숨긴다고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또한 오버슈팅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중국처럼 빈대 잡는다고 초가삼간 태워서는 안 됩니다. 인간의 자유는 죽음보다 더 귀중한 가치입니다.

성숙하고 자발적인 시민의식, 공동체를 위한 헌신, 그리고 과학기술의 발전만이 인수공통 전염병을 이겨내는 유일한 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시간 나시면 전염병이 인류사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가를 흥미진진하게 설명한 와인가드의 《모기》를 일독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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