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감상문]
독립신문 제 칠호 (1896.4.21. 화)

리대로 회장
리대로 회장

요즘 중국에서 생긴 신종 폐렴 때문에 우리나라 안은 말할 것이 없고 온 누리가 시끄럽고 흔들린다. 이 땅별에 태어난 풀과 나무, 그리고 짐승들도 다 제 삶이 있고 목숨을 끊어질 때까지 살아야 하는데 사람들이 마구 잡아먹고 죽이니 자연 생태계가 파괴되고 이상한 일과 병이 자꾸 생긴다. 그리고 마침내 사람도 자연스럽게 살지 못하고 새로운 병에 걸려 시달린다. 이렇게 알 수 없는 새로운 병균이 생기고 그 병을 고칠 수 없는데다가 자꾸 퍼지니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가지 않으려고 한다. 이러다가 나라도 망하고 이 세상 종말이 오는 것은 아닐까 불안해한다.

그러나 머지않아 이 병도 이겨낼 것이다. 이 병뿐만 아니라 세상은 자꾸 바뀌고 좋아지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힘을 내자. 오늘 1896년에 나온 독립신문을 읽으면서 오늘 살기 어려워도 세상은 바뀌고 좋아진다는 생각을 했다. 그 때 우리나라 여자들은 남자들에 견주어 볼 때에 천대받고 불쌍했다. 그리고 무례한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독립신문은 논설에서 약한 사람과 여자를 잘 보살피는 나라가 좋은 나라라고 외쳤다. 지금 생각하면 여자들에게 불행한 세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논설에서 첩을 두지 말자고 하는데 60년 전만 해도 첩을 둔 사람이 있었다. 그 때는 아들을 나면 좋아하고 딸을 나면 매우 싫어했다.

왼쪽부터 독립신문 주필서재필, 찍어내는 일꾼들, 조필 주시경. 영문 주필 헐버트.
왼쪽부터 독립신문 주필서재필, 찍어내는 일꾼들, 조필 주시경. 영문 주필 헐버트.

그런데 오늘날엔 그렇지 않다. 딸을 나면 그 어버이가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다닐 수 있지만 아들을 나면 그러지 못하고 어렵게 산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세상이 바뀌었다. 그리고 오늘날엔 돈이 많고 힘이 세다고 첩을 두고 사는 사람을 볼 수도 없고 그런 거 꿈도 못 꾼다. 오히려 남자들이 여자에게 꼼짝도 못하고 산다. 여자 권력이 세지고 여자로서 살기가 좋아지니 남자로 태어났어도 여자로 성 전환하는 이들까지 있다. 이렇게 남녀가 평등하게 된 것을 120년 독립신문에 그러면 안 된다고 쓴 분들처럼 많은 이들이 애써서 이룬 세상이다.

그리고 이 때 새뜸(뉴스)을 보면 나라가 몹시 시끄럽고 흔들렸다. 공직자가 제멋대로 행동하고 강도가 날뛰었다. 그러니 나라가 망하게 된 것이다. 독립신문은 그러면 안 된다고 외치고, 남녀가 평등해야 미개한 나라에서 벗어난다고 가르쳤다. 100년이 지나니 많이 살기 좋아졌지만 아직도 고칠 것이 많다. 더욱이 오늘날은 교통과 통신이 발달되어 다른 나라에도 많이 오가고 외국인들을 많이 만나니 거기서 생기는 새로운 일들이 많다. 옛날 신문을 보면서 오늘 어려운 일이 있어도 좋은 세상이 오니 절망하지 말고 살아야겠으며 더 좋은 나라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독립신문
독립신문

독립신문 제 칠호 (1896.4.21. 화.)

<논설>

세상에 불쌍한 인생은 조선 여편네니 우리가 오늘날 이 불쌍한 여편네들을 위하여 조선인민에게 말하노라. 여편네가 사나이보다 조금도 낮은 인생이 아닌데 사나이들이 천대하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사나이들이 문명개화가 못되어 이치와 인정은 생각지 않고 다만 자기의 팔심만 믿고 압제하려는 것이니 어찌 야만이 다름 아니리요. 사람이 야만과 다른 것은 정의와 예법과 의리를 알아 행실을 하는 것이거늘 조선 사나이가 여편네 대하는 것을 보드라면 정도 없고 예도 없고 의도 없고 사랑하는 마음도 없이 대접하기를 사나이보다 천한 사람으로 하고 무리하게 압제하는 풍속과 억지와 위엄으로 행하는 일이 많이 있으니 그 여편네들을 대하여 어찌 불쌍하고 분한 마음이 없으리오.

장부라 하는 것은 강하고 교만한 사람을 업신여기고 약하고 곤한 인생을 높이고 위해주는 법인데 여편네라는 것은 사나이보다 약하니 장부의 도리에 약한 이를 존경하고 위하는 것이 높고 마땅한 일이라. 조선 여편네들이 약한 고로 자유로운 권리가 없어졌고 대저받기를 옥에 갇힌 사람같이 하니 그 사나이들의 무리한 죄상을 생각하면 매우 천하고 괘심하더라.

조선남녀의 행실을 비교하여 볼진대 여편네가 사나이보다 백배가 나은 것이 첫째는 사나이 중에 음행하는 자가 더 많고 첩 둔 사람이 많이 있으되 여편네 중에는 음행하는 이도 적고 난부를 둔 여편네도 적은 즉 어찌 사나이보다 높고 정결치 않으리오. 무례한 사나이들이 풍속 만들기를 저희는 음행하며 장가 든 후 첩을 두어도 부끄럼이 없고 자기 아내는 음행이 있든지 간부가 있으면 대번 아니 그러니. 그런 고르지 못한 이이 어찌 있으리오.

자기 행실이 옳고 정결한 후 자기 아내가 행실이 그르면 그때는 그 아내를 쫓아내던지 법률로 다스리는 것이 마땅하거니와 자기 행실이 그른 죽 자기 아내 책망하는 권력이 없는지라.

조선 사나이 중에 음행을 하든지 첩을 두는 자는 음행 있는 여편네 다스리는 법률로 다스리는 것이 마땅하리라. 조선 천한 사나이 생각에 자기 아내가 못 믿어서 문밖에 임의로 나가지 못하게 하고 내외하는 풍속을 마련하여 죄인같이 집에 가두어두고 부리기를 종같이 하고 천대하기를 자기보다 낮은 사람으로 여기니 어찌 분치 아니 하리요. 아내가 죽으면 후처 하는 것은 처의들이 올은 법으로 작정하였고 서방이 죽으면 개가하여 가는 것은 천히 여기니 그것은 무슨 의린지 모르리라.

가난한 여편네가 초년에 과부가 되면 개가하여도 무방하고 사내도 초년에 상처하면 후처 얻는 것이 마땅하리라. 조선 부인네들도 차차 학문이 높아지고 지식이 넓어지면 부인의 권리가 사나이 권리와 같은 줄 알고 무례한 사나이들을 제어하는 방법을 알리라.

그러기에 우리는 부인네들께 권하노니 아무쪼록 학문을 높이 배워 사나이들보다 행실도 높고 지식도 더 넓혀 부인의 권리를 찾고 어리석고 무리한 사나이들을 교육하기를 바라노라.

<잡보>

1. 이번 재판은 이왕 재판과 다르게 악형도 없고 증인 법으로 하였고 형벌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매우 가벼우니

첫째는 대군주 페하의 은덕이요. 둘째는 법관들이 공평히 재판한 것을 차하노라,

좁은 길에서 부인네와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데 말 탄 말을 달리니 아마 몰라 그러한 것이지마는 남의 나라에서는 금하는 법이라 첫째는 부인네가 아이가 상하기 쉬우니 금하는 법이요 둘째는 좁은 길에 물건 파는 전이 있으면 그 전에 있는 물건 상하기가 쉬운 연고라.

길이란 것은 한사람에게만 매한 것이 아닌 즉 길에 갈 때 타든지 걷든지 남 생각을 하고 다녀야 옳고 일부러 부인네와 아이를 길에서 위하여 주는 것이 마땅할 일이라.

그러하기에 진 길에서 부인을 만나거든 사나이는 진 데로 가더라도 그 부인은 마른 데로 가도록 하는 것이 장부의 일이라. 부인이란 말은 다만 높은 여편네 뿐 아니라 빈부귀천 간에 여편네면 사나이 되어 모두 부인으로 대접하는 것이 옳으니라. 사람이 많은 좁은 길에서 말을 달리는 것을 경무청에서 금하는 것이 인민을 위하는 걸로 우리는 아노라.

2. 시흥 박달리에서 니숙정(이숙정)이란 이가 겨우 굶지 않고 사는 터인데 화적 10여명이 와서 결박 난타하면서 돈을 달라니 삼백 량을 구하여 준 즉, 또 하는 말이 네 동네 사람 가운데 누가 부자인지 알려달라고 난타하매 견디지 못하여 연장길이란 사람을 말한 즉 도적의 말이 우리가 삼천 냥을 빼앗지 못하면 네가 물어 주마는 표지를 쓰라고 해 받아갔다 하니 경무청에서 이런 말을 들어주면 좋을듯하더라.

이달 말 남대문 순천골 사는 순검 다니는 이종악이가 술을 취하도록 먹고 풀무골 사상억 집에 가서 그 형제의 의관을 찢고 팔을 물어 떼고 안에 들어가 무례하게 행하니 이는 백성에게 주정함을 가르침이라. 이런 순검은 경무청에서 퇴거할 뿐 아니라 응당 중벌을 당할듯하더라.

평양부 삼사관 최석민이가 백성의 돈을 무리하게 탈취하는 일이 많이 있어 청원이 대단하다니 내부에서 조사함을 바라노라. 철원 갔던 중대장 조방현이는 백성 돈을 무리하게 탈취한 까닭에 군부에서 잡으려 하였더니 조가가 도망하였다더라.

철원서 송도로 넘어온 중대장 한나이가 철원 사는 부자 고가를 잡아 송도까지 데리고 와 난민을 도와주어다는 핑계로 죽인다고 을르니 고가가 견디다 못해 엽전 오만 량을 주고 빠져갔다 하니 군사의 장교가 이런 일을 하면 그 아래 있는 군사를 어찌 제어하며 불안당과 다음이 어찌 있으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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