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함부르크 ‘창의적 글쓰기 공작소’ 존야 뤼터 대표 인터뷰(2)

[편집자 주] 2014년부터 취재해온 ‘독일 글쓰기 교육, 그 현장을 찾아서’를 연재합니다. 독서신문과 오마이뉴스 등에도 게재했으나 일부 누락되고 있어 ‘글쓰기’ 신문에 복원합니다. 이 기사는 베를린과 함부르크, 비스바덴, 프랑크푸르트, 하이델베르크 등 독일 현지 취재를 한 것입니다. 일부는 국내 체류 중인 독일 교육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신향식 발행인은 하버드대와 MIT, UMASS 등에서 미국 글쓰기 교육을 심층 취재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대학과 고교에서도 글쓰기 및 소논문, 보고서 작성법을 지도하는 논증적 글쓰기 교육의 전문가입니다.

존야 뤼터 글쓰기공작소 대표.
존야 뤼터 글쓰기공작소 대표.

(앞 연재 기사에 이어서 계속) 독일 함부르크 글쓰기공작소의 존야 뤼터 대표에게서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 가정주부에서 작가로 변신하고 글쓰기 단체까지 만든 계기가 궁금합니다.

“처음 1년간 아이를 키우면서 매우 힘들었습니다. 원래 제 목표는 그림 그리기였습니다. 기호 같은 것에 관심이 많아서 기호를 통한 창의적인 예술작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글쓰기에도 흥미를 느껴서 작가가 되었습니다. 이왕이면 좀 더 창의적으로 글을 쓰고 집필 방법을 강의하는 단체를 운영하고 싶어서 ‘창의적 글쓰기 공작소’를 만들었습니다. 이젠 원격으로 글쓰기 강의도 합니다.”

◆ “좋은 문장 쓰기 위한, 틀에 박힌 원칙은 없어”

- 어떤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다시 말해, 좋은 글의 요건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해 어떤 틀에 박힌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전하려는 생각을 얼마나 확실하게 표현하는가가 관건입니다. 언어는 글을 쓰는 도구라는 측면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장면들과 감정들 그리고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기 위한 도구 말입니다. 특히 순수 문학작품에서는 문장들을 활용하여 각 장면을 생생하게 표현해야 합니다. 그래서 은유법을 즐겨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 예로 ‘겨울 정원은 킹콩이 직접 행진한 것처럼 보인다(’Der Wintergarten sah aus als ware King Kong personlich hindurch marschiert‘)”와 같은 표현을 들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중심이 되는 생각이 효율적으로 전달되면 좋은 글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 글쓰기 실력을 키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직접 글을 써 보고 멘토에게 지적을 받아가면서 수련했습니다. 문법과 구두법을 공부하는 것은 기본이었습니다. 문학적 글쓰기에서 적용해야 할 기본 원리들을 꼼꼼하게 익혔습니다. 어떻게 이야기를 만드는지, 시점을 어떻게 설정하는지 등에 관한 것이었지요.”

- 글을 쓸 때 아이디어를 주로 어디에서 찾습니까?

“아이디어는 언제 어디서나 생깁니다. 일상에서 겪는 일이 제게 영감을 주지요. 보고 듣고 경험하는 모든 것이 이야기의 세계를 여는 문이 될 수 있습니다. 판타지 소설 <감춰진 순간들>은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녀의 자매가 실제로 남편의 가장 친한 친구와 관계를 맺었다고 한 데서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이야기의 남은 부분은 책에서 볼 수 있을 겁니다.”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창의적 공작소의 존야 뤼터 대표가 각종 그림과 엽서를 비롯한 창의적 산출물을 소개하고 있다.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창의적 공작소의 존야 뤼터 대표가 각종 그림과 엽서를 비롯한 창의적 산출물을 소개하고 있다.

◆ “창의적인 글을 쓰려면 생각이 흘러가도록 놓아두어야”

- 수강생들에게 ‘창의적으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라’고 조언합니까?

“매일매일 손을 움직이며 글을 쓰라고 합니다. 창의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생각이 흘러가도록 놓아두는 것을 배워야만 합니다. 좋은 연습의 예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작은 그룹에서 각자 종이쪽지 위에 하나의 개념을 적어서 중간에 놓습니다. ‘볼펜’, ‘천장 조명’ 또는 ‘진공청소기’ 같은 단어들이 나올 수 있죠. 어떤 것이든 상관없습니다. 그 다음 종이쪽지를 보고 모두 같은 개념으로 5~10분 동안 떠오르는 내용을 즉흥적으로 씁니다. 이 과정은 뜻밖의 결과물을 만들어 냅니다.”

- 수강생들이 가장 많이 실수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창의적인 글쓰기에는 정답과 오답이 없습니다. 다만 단어나 문장과 연상을 통한 놀이가 있을 뿐이죠. 사람들은 자신이 쓴 글을 비평받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떤 행동을 하면서 너무 큰 기대를 갖는 것도 문제입니다. 목표치를 너무 높게 잡아서 결과물에 집중하다 보면 글쓰기 자체에 집중하지 못합니다. 창의성은 스스로 무엇인가를 시험해 내는 것을 허용할 자신감을 필요로 하고 재미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이후 근면과 규율 그리고 비판을 통해 책, 예술작품 혹은 완성된 구성물을 만들어낼 수 있죠.”

◆ “너무 완벽하게 글을 쓰려고 하면 진척되지 않아”

- 글을 잘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한다면?

“다양한 장르를 써 보도록 시도해야 합니다. 시작할 때는 부담을 갖지 말고 아주 거침없이 간단하게 글을 써야 합니다. 완벽하게 하려다 보면 진척이 없게 마련입니다. 글쓰기에는 즐거움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마라톤을 한다고 해도 달리기 방법이나 호흡, 마인드 컨트롤법 등을 검토해야 하고 무엇보다 트레이닝이 필요합니다. 매일매일 훈련하는 게 가장 좋겠죠. 글쓰기에서도 다를 바 없습니다. 일기나 짧은 글을 쓰는 연습이 소설 한 편을 쓰기 위한 최고의 훈련법입니다.”

- 글을 쓸 때 실수하지 말아야 할 주의사항 5가지만 예로 들어 주세요.

“첫째, 내가 무엇을 전달하고 싶고 어떤 장르를 통해 설명하려는지 확실히 결정해야 합니다.

둘째, 어떠한 시점으로 이야기를 설명하고 싶은지 정해야 합니다. 관점들이 여러 장으로 나뉘어 변화될 수는 있지만 각 문단 안에서는 변하지 않고 고정돼 있어야 합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이든 1인칭 관찰자 시점이든 전지적 작가 시점이든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작성해야겠지요.(한 단락은 한 가지 상황으로 일관성, 통일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

셋째, 이야기의 기본은 항상 ‘갈등’입니다. 이야기에서 어떤 갈등을 다룰 것인지 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로미오와 줄리엣은 집안끼리 적대적이기 때문에 서로 사랑할 수 없었습니다. 아니면 한 개인의 내적 갈등을 그리는 것도 가능하겠죠.

넷째,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을 잘 설정해야 합니다. 글을 쓰기 전에 누구와 함께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할지 제대로 만들어야겠지요. 이야기를 펼칠 글 속의 세계를 설정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합니다.

다섯째, 앞부분에 나오는 다섯 문장 안에서 글이 계속 읽힐 것인지가 결정됩니다. 도입부를 더욱 신경 써서 작성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가령 "프랑크가 아침에 깼을 때 그는 그가 죽었다는 것을 인지해야만 했다(Als Frank am Morgen aufwachte, musste er feststellen, dass er tot war)"와 같은 식으로요. 아주 드문 사례지만 날씨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도 좋습니다.

창의적 공작소의 존야 뤼터 대표가 자신의 저서인 공포소설 ‘검은 깃펜으로부터'를 들어보이고 있다.
창의적 공작소의 존야 뤼터 대표가 자신의 저서인 공포소설 ‘검은 깃펜으로부터'를 들어보이고 있다.

◆ “무엇을 전달할 것인지 확실히 정하고 펜을 들어라”

- 글을 쓸 때 꼭 지켜야 할 점을 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많은 이야기에서 찾아볼 수 있는 3단계 형식으로 정리하는 게 좋습니다. 갈등이 시작되는 발단, 중간(전개) 그리고 급변과 마무리로 이어집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이런 식으로 구성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탐구해야 합니다. 쓰고자 하는 내용을 잘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 글쓰기는 왜 중요할까요?

“제게 글쓰기는 삶의 기쁨입니다. 글쓰기를 통해 심리적인 휴식과 만족을 얻습니다. 사람들은 글쓰기를 임상학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글쓰기는 사람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 판타지는 어떤 의의가 있을까요?

“좋은 판타지 작가는 독자들을 긴장감 있는 여행으로 초대합니다. 이것은 제 관점에서 커다란 선물입니다. 특히 판타지는 한계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사람들의 마음을 휩쓸 만한 사랑 이야기를 설명할 수 있는 좋은 괴물을 하나 만들어낼 수도 있지요. 호러나 동화 같은 장르는 사람들이 원초적 불안에서 해소되도록 도와줍니다. 각각의 형식으로 구성된 예술은 우리가 더 좋은 방향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줍니다. 이 과정은 제게 큰 기쁨을 줍니다.”

◆ “판타지는 독자들을 긴장감 있는 여행으로 초대”

- 언제 창의적 공작소를 시작하셨습니까?

“2011년에 창립했습니다. 세미나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주제를 정해서 글을 씁니다. ‘어린 시절 자서전쓰기’, ‘시간 여행을 하면서 글쓰기’ 등 창의적인 소재와 방식으로 글을 씁니다. 창의적 글쓰기를 지도할 수 있는 작가들이 객원강사로 일합니다. 창의적 글쓰기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맞고 틀린 것은 따로 없다’입니다. 글을 읽고 쓰고 즐기는 게 중요합니다.”

- 홍보는 어떻게 합니까?

“인터넷으로 합니다. 페이스 북에서 많은 사람들과 활발하게 소통합니다. 또 컨벤션센터에서 범죄소설을 소재로 한 역할극을 할 때 홍보물을 나눠 주면 관심 있는 분들이 찾아오십니다.”

- 참가자들의 글을 묶어서 책으로도 내나요?

“글쓰기에 뛰어난 재능이 있는 회원들의 글은 책에 실어 줍니다. 공포 소설 <검은 깃펜으로부터>에는 총 작가 7명이 쓴 이야기 11편을 담았습니다. 공포스러운 분위기에 맞춰서 ‘검은 펜’이라고 쓰고 피 묻은 손을 묘사해 놓았습니다.

◆ “가장 자랑하고 싶은 작품은 스릴러물 ‘감춰진 순간들’”

- 기억에 남는 참가자도 있나요?

“한 분이 생각납니다. 글쓰기 세미나에서 에너지를 많이 얻어간 분인데 이 책에 이야기 두 편을 실었습니다. 원래 글을 쓰던 분이지만 창의적 공작소의 글쓰기 세미나를 계기로 실력이 크게 늘었습니다. 지금도 공포소설을 씁니다. 이 분이 쓴 글은 크리스마스 트리에서 나온 벌레가 사람들의 귀로 들어가서 이들을 좀비로 만든다는 이야기입니다. 마르쿠스 하이츠란 작가는 ‘거울을 보면 그림자가 그 사람에게서 벗어나려고 하는 이야기’를 창의적으로 묘사하여 인기를 끌었습니다. 소설 내용 하나하나가 모두 창의적입니다.”

- 집필한 저서 중에서 가장 자랑하고 싶은 작품은 어떤 내용인가요?

“스릴러물인 ‘감춰진 순간들(BLINDE SEKUNDEN)’은 영화로 제작되어 함부르크와 괴팅엔(Gottingen)에서 상영되었어요. 이 이야기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축이 있습니다. 첫째,

성형외과 의사는 아내가 어떻게 우울증과 미적 망상으로 괴로워하는지 관찰합니다. 그는 자신의 사랑을 위해 분투하고 약물로 그녀의 기억력에 영향을 미치려고 준비합니다. 둘째, 퇴직을 앞둔 경감 에버하트 리커스(Eberhard Rieckers)는 고급 호텔에서 희생자를 찾고 있는 한 살인마를 체포하고 싶어합니다. 셋째, 스벤(Sven)과 질비아(Silvia)는 서로 사랑에 빠지지만 각자 다른 사람과 이미 결혼했습니다. 한 번의 정사를 겪은 뒤 질비아가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시간에 맞서 달리기가 시작되고 수많은 사람들의 비리가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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