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함부르크 ‘창의적 글쓰기 공작소’ 존야 뤼터 대표 인터뷰(1)

[편집자 주] 2014년부터 취재해온 ‘독일 글쓰기 교육, 그 현장을 찾아서’를 연재합니다. 독서신문과 오마이뉴스 등에도 게재했으나 일부 누락되고 있어 ‘글쓰기’ 신문에 복원합니다. 이 기사는 베를린과 함부르크, 비스바덴, 프랑크푸르트, 하이델베르크 등 독일 현지 취재를 한 것입니다. 일부는 국내 체류 중인 독일 교육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신향식 발행인은 하버드대와 MIT, UMASS 등에서 미국 글쓰기 교육을 심층 취재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대학과 고교에서도 글쓰기 및 소논문, 보고서 작성법을 지도하는 논증적 글쓰기 교육의 전문가입니다.

독일 함부르크에 위치한 창의적 공작소의 입구 안내판에서 미소 짓는 존야 뤼터 대표.
독일 함부르크에 위치한 창의적 공작소의 입구 안내판에서 미소 짓는 존야 뤼터 대표.

[함부르크(독일)=신향식 발행인] ‘창의적 공작소(Ideenreich der Kreativhof)’란 이름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독일어로 ‘Ideenreich der Kreativhof’란 상상력이 풍부한 창작 공간이라는 뜻이다. 이곳에서는 창의적인 글쓰기를 지도하고, 창의성을 발휘해 만든 석고 세공과 그림 등도 판매한다.

지난 2015년 5월 18일 오후 4시. 독일 함부르크 근교 레인도르프(Reindorf)에 있는 ‘창의적 공작소’를 찾아 나섰다. 존야 뤼터 대표(40․여)와 인터뷰 약속을 잡고, 함부르크 중앙역을 출발하여 기차와 버스를 번갈아 타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정류장에 내려 보니 수풀이 우거진 한적한 동네였다. 인도도 없는 작은 아스팔트 도로에는 이따금 승용차만 오갔다. 목재를 세 줄로 연결한 울타리 뒤로 파란 잔디밭이 펼쳐져 있었다.

주소지를 찾으려는데 스마트 폰의 위치 검색 서비스가 말을 듣지 않았다. 외진 곳이다 보니 무선 인터넷(3G)이 작동되지 않았다. 어디 물어볼 데도 없어 숲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듯 잠시 막막해졌다.

독일 함부르크에 위치한 창의적 공작소 입구 안내판.
독일 함부르크에 위치한 창의적 공작소 입구 안내판.

◆ 동화 속 풍경이 물씬 풍기는 ‘창의적 공작소’

무선 인터넷이 희미하게 잡히면서 간신히 ‘창의적 공작소’를 찾았다. 커다란 아름드리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고, 목공소 같은 붉은 벽돌 건물들과 그림처럼 아름다운 주택이 보였다. 3층으로 된 아담한 주택 입구에 ‘Ideenreich der Kreativhof’란 간판이 있었다. 파란 잔디밭 중간 중간에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돌을 깔아놓은 바닥과 목조 건물들이 조화롭고 운치 있어 보였다. 동화 속 풍경 같은 느낌이 물씬 풍겼다. ‘창의적 공작소’, 도대체 이곳은 무엇을 하는 곳일까?

초인종을 누르자 존야 대표가 활짝 웃으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1층과 2층은 주거공간이고 3층은 작업실로 활용하는 듯했다. 3층에 들어서는 순간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실내공간을 이렇게 꾸며 놓을 수도 있구나…….’

작업실이 창의적인 창작물로 온통 가득 차 있었다. 벽에는 메모가 곁들인 기기묘묘한 그림이 걸려 있었다. 특이한 형상의 조형물과 조각들, 추상화를 그려 넣은 엽서들……. 인물도 하나하나 무척 특이한 방식으로 묘사해 놓았다. 심지어 탁자 밑에는 각종 모형을 거꾸로 붙여 놓기도 했다. 기발한 발상이었다. 어떤 것이든 또 다른 측면에서 볼 수 있도록 꾸며 놓았다. 존야 대표는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크게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무척 신바람 나는 표정 이었다. 그러고 보니 옷차림새도 무척 창의적이었다. 무늬 자체가 독특했다.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창의적 공작소의 존야 뤼터 대표가 창의적으로 표현한 각종 산출물들을 설명하면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창의적 공작소의 존야 뤼터 대표가 창의적으로 표현한 각종 산출물들을 설명하면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 “SEXY WOMEN HAVE MESSY KITCHEN"

부엌 문 위에 “SEXY WOMEN HAVE MESSY KITCHEN"이라고 적혀 있었다. 존야 대표가 부엌문을 살짝 열어 보였다. 부엌이 좀 지저분해도 흉보지 말아달라는 애교로 보였다.

“한국인들은 글쓰기에 관심이 많지만 관련 기관이 많지는 않습니다. 글쓰기는 분야가 넓고 우리 삶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우선 ‘창의적 공작소’란 곳이 어떤 곳인지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자의 질문을 들은 존야 대표는 방긋 웃더니 인형 두 개를 들고 왔다. 상반신만 있는 작은 남자 인형이었다.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어 보았다.

“보통 공작소라고 하면 무언가를 만드는 공간입니다. 여기서는 미술 작품도 만드니까 글쓰기 공작소이자 예술 공작소라고 보면 됩니다. 저는 특이하고 다양한 것을 좋아합니다. 요즘 작가들은 사무실에서 글만 쓰는 게 아니라 직접 독자들과 만나는 활동을 늘리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창의적 글쓰기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재능을 살릴 수 있는 다른 활동도 합니다.”

◆ 2011년 5월에 ‘창의적 공작소’ 개설…판타지 소설 등 출간

창의적 공작소 홈페이지(http://www.ideenreich-kreativhof.de/)엔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이 공작소에서는 창의적인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 수업만 열리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은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의 세계를 둘러볼 수 있도록 초대받았습니다. 모든 서랍, 벽에 있는 상자들을 둘러보는 것이 허락됩니다."

창의적 공작소의 존야 뤼터 대표는 독일에서 유명한 판타지 작가다. 1975년 함부르크에서 태어났으며 각종 소설과 명작선을 집필했다. 여러 언론에서 창의적 글쓰기에 관한 인터뷰를 하고 2011년 5월부터 ‘창의적 공작소’를 운영 중이다. 존야 대표가 주도하여 토마스 핀(Thomas Finn), 마르쿠스 하이츠(Markus Heitz), 보리스 코흐(Boris Koch) 등 작가들과 함께 <검은 깃털로부터(Aus dunklen Federn)>라는 호러 다크 판타지 소설을 출간해 인기를 끌기도 했다.(다음 연재 기사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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