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김갑수 선생(작가)

미국은 ‘설탕 맛’을 한 번 보아야 한다

스티븐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 겸 국무성 부장관 지명자가 한국에 와서 북측 협상 상대역인 최선희 제1부상을 부르다 허탕치고 돌아갔다. 이로써 북측은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제시하지 않는 한 더 이상의 대화 없이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여기서 ‘새로운 길’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우리의 첨예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화염과 분노’ 그리고 ‘늙다리’로 상징되는 조미간 극한 대결이 재현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청와대는 검찰 수사에만 온갖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고 정치인들은 여야 구분 없이 선거법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 민족의 운명 따위는 자기들 소관이 아니라는 태도를 보이는 그들에게 다시 한 번 ‘한심한 절망감’이 든다.

과연 연말 시한이 지나면 북은 어떻게 나올 것인가? 왠지 그냥 지나가지는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뒤돌아보면 알겠지만 북은 여간해서 빈말을 하지 않는다. 답답한 심정에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글을 찾아 두루두루 읽어 보았다. 이 중 크게 상반되는 두 편의 글이 눈길을 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먼저 그동안 대북문제에서 상당히 합리적인 글을 써왔고 이제까지 예측이 별로 빗나간 적이 없는 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의 진단이다. 그는 북측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여기서 극단적 선택이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뜻한다.

“올해 말 데드라인까지 미국의 ‘새로운 셈법’이 없으면 북한이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해서 ‘새로운 길’에 대한 추론이 무성하다. 필자가 생각하는 북한의 ‘새로운 길’은 극단적인 선택이 아닌 합리적인 선택일 것으로 보인다. 즉 김정은은 그동안 북미간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없자 좌절감과 실망으로 모든 책임을 미국으로 돌리고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준비할 때까지 북미간 비핵화 협상을 잠정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미국이 준비되면 언제든 북미간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참석하겠다고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곽태환 전 원장은 이어서,

“북한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은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13번째 해 온 단거리 미사일 발사나 장사포 발사 등 낮은 단계 도발로 미국을 압박해 양보를 얻어내려는 전술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핵·장거리 미사일 발사의 재개는 자멸행위임을 알기 때문에 그 길로 가는 것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라고 예측했다.(이상 <중앙일보> 미주 판 2019. 12. 17일 자, [시론] ‘북미 비핵화 협상의 전망과 과제’ 중에서)

반면 재미 대북 전문가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의 예측은 정반대이다. 그는 북측이 ICBM을 발사할 것이라고 예견하면서 그것은 고체연료의 미사일이며 내년 1월 8일 이내가 될 것이라고 시한까지 못 박으며 단언했다.

“상황을 오판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평화협정체결요구를 2019년 12월 31일까지 끝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0년 1월 1일에 발표할 신년사에서 조미협상이 끝났다고 선언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조선은 첫 수소탄기폭시험을 2016년 1월 6일에 진행했던 것처럼, 신형 고체연료로켓을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2020년 1월 8일 직전에 시험 발사할 것으로 예견된다.”

이어서 한호석 소장은 북측의 ‘새로운 길’에 의해 트럼프는 차기 대선에서 낙선될 것이라고까지 예상했다.

“만일 조선이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면, 조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언제 시험 발사할 것인가 하고 속을 태우며 걱정만 하던 미국은 국가안보에 회복하기 힘든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가 이룩한 최고의 외교업적이라고 자랑해오던 조미협상이 파탄되는 것으로 하여 2020년 11월 대통령선거에서 낙선의 쓴 잔을 마시게 될 것이다.”(이상 <자주시보> 12.16일 자 ‘[개벽예감] 판문점 최종담판은 없다’ 중에서)

한호석 소장은 평소 대북 확증편향성의 글을 많이 써온 편이다. 그는 일관되게 조선의 핵 무력을 엄청난 것으로 평가해 왔다. 그런데 그의 예측은 더러 빗나가거나 유예되었다. 나는 그가 무슨 근거로 트럼프의 낙선까지를 예측하는지는 모르지만, 하지만 왠지 이번에 북측이 무언가 ‘큰 건’을 터뜨릴 것이라는 그의 예측이 들어맞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우리 속담에 ‘설탕 맛을 보여줘야 안다’는 말이 있다. 물론 여기서 ‘설탕 맛’은 반어법으로서 ‘매운 맛’을 뜻한다. 미국에는 이제 ‘백약이 무효’이다. 북은 할 만큼 하지 않았는가? 미국은 ‘설탕 맛’을 한 번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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