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헌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

지난해 공연을 놓쳐 아쉬웠던 국수호의 창작춤 <무위>를 10일 세종 S씨어터에서 관람했다.

춤만 기대했는데 음악(강상구), 소리(김준수, 이소연)가 어우러진 창작 아우라에 흠뻑 빠졌다. 국수호 무용세계를 다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이번 작품은 대본-안무-연출에서 국수호다움을 읽을 수 있었다.

자연에 순응하여 씨뿌려 거두고 남녀가 사랑하고 맺어지는 스토리가 소박했고, 감정선을 살려낸 춤사위가 난해하지 않았으며, 음악과 소리가 어우러진 정제된 연출은 깔끔했다. 여기에 이름난 춤꾼 조재혁과 장혜림의 뛰어난 개인기와 앙상블이 가히 환상적이었다.

무용에서 음악의 비중이 큰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번 무대는 혼연일체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성구의 영롱한 피아노, 이승민의 생황, 신재현의 아쟁과 칠현금, 유하나루의 첼로, 여기에 유경화의 다채로운 타악이 시청각적으로 원형무대 춤을 생동시켰고 춤꾼들의 감정선을 고조시켰다.

국악계 스타답게 이소연과 김준수의 구음은 춤에 인간의 혼을 불어넣는 것처럼 느껴졌다. 무용극 후반에 대지의 신으로 원형무대에 등장한 국수호 명인은 사랑으로 맺어진 남녀를 축복하고 대지에 씨앗을 뿌려 풍요와 생명의 탄생을 기원했다.

간결한듯 보이는 춤사위에 내공을 뿜어낸 국수호의 너울대는 그림자는 절대자를 연상케했다. 전문지식이 없는데도 무용을 가끔 관람하는 이유는 그들의 창작언어가 무뎌진 노년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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