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이경묵 교수
이경묵 교수

지난 10월 18일에 한국경영학회와 한국고용노사관계가 공동으로 학술대회를 개최했습니다. 필자가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해 발표했는데 한국노총과 경총에서 나오신 분이 발표 내용에 대해 토론해 주셨습니다. 전체적인 내용은 아래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608105

그런데 한국노총에서 오신 분의 토론 내용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기본 논조가 칼 마르크스의 착취론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발표 내용을 듣고 한국노총이 착취론을 기본 이론으로 삼고 소속 노조들을 지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걱정을 했습니다.

자본가와 노동자는 고정된 파이를 나누어 갖고 자본가와 노동자를 착취하는 대립적인 관계라고 주장합니다.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하는 주체라면 자본가가 없고 기업이 없으면 노동자들이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는 것 아니냐고 하고 묵묵부답이었습니다. 기업이 창출한 부를 자본가와 노동자가 어떻게 나누어 가질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보면 자본가와 노동자는 대립하는 관계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자본가가 기업을 세우지 않으면 노동자가 일할 자리가 없습니다. 자본가가 기업을 세우고 키워 나가면 노동자가 일할 자리도 많아지고 노동자들의 임금도 올라갑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하려면 자본가들의 담합이 가능해야 합니다. 하지만 미국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구단주들조차도 담합할 수 없습니다. 그보다 더 많은 기업이 담합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좋은 인재를 서로 데려가려 경쟁하고 일하기 좋은 조직을 만들기 위해 서로 경쟁합니다. 착취론이 왜 틀렸는지에 대한 이론적 논의와 실증 사례에 대해서는 아래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s://blog.naver.com/kmlee8302/221433184243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자본가가 없이 노동자들만 모여 기업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종업원 지주제를 하거나 협동조합 형태의 조직을 만드는 것입니다.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하는 존재라면, 종업원 지주제나 협동조합 형태의 조직이 경제를 장악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그런 형태의 조직 중에서 경쟁력이 있는 조직은 아주 드물고, 그런 조직조차도 일반 위계적 조직처럼 운영됩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내용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s://blog.naver.com/kmlee8302/221529247277

한국노총에서 오신 분이 착취론을 바탕으로 자본가와 노동자 간의 관계라고 발표했지만,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한국노총 소속 노동조합들은 마르크스의 착취론을 기반으로 정치적인 투쟁을 벌이기보다는 근로자들의 실질적인 근로조건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교섭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노총을 비롯한 선진국의 노총들은 착취론을 버린 지 오래되었다고 합니다. 한국노총도 이제는 착취론을 버리고 실용주의를 지도이념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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