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글] 황효현 시민기자

황효현 시민기자
황효현 시민기자

사회주의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아마도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라는 말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라가 우리나라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것은 공산주의로 포장된 집단과 전쟁을 벌인 경험, 그리고 전쟁 이후 70여년간 서로 총을 맞대고 있는 현실적인 상황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만큼 '빨갱이'라는 말은 우리 현대사를 규정하는 중요한 단어입니다. 자연스럽게 빨간색을 혐오하는 분위기도 생겼고, 아이러니하게도 빨갱이 몰이로 정체성을 강화하던 정당이 자신을 상징하는 색으로 빨간색을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사회주의란 무엇입니까. 전통적인 개념으로는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인정하지 않고 사회적 소유, 혹은 공동 소유를 통해 결과물도 공동 분배하는 제도를 통칭해서 사회주의라고 일컬어왔습니다. 그런데 같은 용어라도 그 본질적 의미는 각 정치 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고 변질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똑같은 말을 주고 받으면서도 어떤 사람은 하늘을 뜻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땅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 용어에 대한 정의를 좀 더 명확히 할 필요를 느낍니다.

사진 = 픽사베이
사진 = 픽사베이

우리 사회는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고 있습니다. 천지개벽이 벌어지지 않는 한, 이것을 바꿀 수는 없는 일입니다. 공동소유, 공동분배와 같은 전통적 사회주의는 우리한테 적용될 수도 없고, 맞지도 않습니다. 반면 최근 많은 나라들에서 사회주의적 정책을 채택하는 것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가 자주 등장합니다. 이때 말하는 사회주의적 정책은 공동소유 공동분배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뿌리를 근간으로 자본주의가 가지는 분배의 문제를 국가가 나서서 해결함으로써 사회 구성원 다수가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정책들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사회민주주의 혹은 북구식 복지주의 등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분배가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는 이유는 부의 집중 혹은 편중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제조업을 늘려도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습니다. 주주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들은 일자리보다 이익 확보에 더 혈안입니다. 기업들이 아무리 제품을 싼값에 잘 만들어내면 무엇하겠습니까. 수요가 없으면 결국 제조업도 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수요을 창출할 수 있는 국민 기본소득은 그런 면에서 많은 국가가 연구하고 있는 주제입니다.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 자랑하는 의료보험 제도는 또 어떻습니까. 미국은 죽었다 깨어나도 우리나라 의료보험과 같은 제도를 만들 수 없습니다. 이 의료보험을 두고 우리는 사회주의적 정책이라고 비난하지 않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그런데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결정적인 걸림돌을 넘어서야 합니다. 바로 세금입니다. 자동화 라인에 사람 대신 들어가 있는 로보트에 세금을 부과하는 로보트 세, 매출이 일정 규모 이상 되면 일자리를 몇개 이상 확보하되, 그렇지 못할 경우 부과하는 일자리 세 등 우리가 지금 상상할 수 없는 세금들이 많이 생겨날 것입니다.

더불어 소득세, 재산세, 법인세 등등 각종 세금도 조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국가에 의한 재분배가 일어나고, 그것이 결국 사회건전성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국가가 국민의 기본적 복지를 책임지는 복지국가, 우리가 나아가야 할 사회주의적 지향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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