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글] 황효현 시민기자

황효현 시민기자
황효현 시민기자

계절은 참 정직한 것 같습니다. 가는 계절과 오는 계절이 항상 밀당을 하는 듯 하지만 종국에는 가야하는 방향으로 가고야 마는 것이 계절이지 않습니까. 지금은 지구 온난화의 여파로 미세한 차이는 있을 듯 합니다만 큰 틀에서 보면 미래 100년의 계절이 과거 100년의 계절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봄이 지나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지나면 가을, 그리고 겨울이 오는 그런 흐름 말입니다. 좀 더 짧은 봄과 가을, 좀 더 더운 여름, 좀 더 추운 겨울 이런 변화 정도 겠지요. 

날씨 변화는 농사에 매우 중요합니다. 오늘날과 같은 정확한 날씨 정보가 없던 시절, 주요 절기는 농사꾼에게 농사의 중요한 이정표였습니다. 이런 절기는 농사를 시작한 이래로 인류가 쌓아올린 경험치의 결과입니다. 바람이 불면 비가 오고, 비가 오면 쟁기를 준비해서 논으로 나가고, 바람이 더 거세져서 태풍으로라도 바뀔라치면 얼른 물꼬를 낮춰서 논에 물이 넘치는 것을 예방하는 것도 경험으로 배운 것들이었죠. 이런 지혜는 앞세대에서 뒷세대로 이어져왔고, 그 결과로 장유유서의 문화는 우리 의식에 깊이 뿌리내리게 되었을 것입니다. 

지식과 지혜의 총합이라 해야할 정보의 전달은 장, 노년 세대에게는 뒷세대들의 생존과 직결된 것이라 일종의 사회적 책임과도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봅니다. 세상을 뜨기 전에 하나라도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을 것입니다. 그것이 잔소리로 나타나고 꼰대 문화로 프레임이 씌워지는 데까지 나아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부머'들에게는 이런 농본사회의 '계몽주의' 본능이 DNA 깊숙히 박혀있는 듯 합니다. 헤쳐온 난관, 살아온 세월을 생각하면 한사람 한사람의 이야기가 기적이 아닌 사람이 없는 터에 어떻게든 훈계하려 하고 어떻게든 가르치려 하는 것은 본능의 작용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사진 = 픽사베이
사진 = 픽사베이

몸도, 마음도 분주해지는 12월입니다. 뉴욕은 12월 시작과 함께 눈이 내렸습니다만 함께 내린 비로 눈은 모두 녹아서 첫눈이 오기는 했나 싶을 정도입니다. 20세기의 지식과 경험은 21세기에는 거추장스런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날로그 감성으로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런 세월은 더욱 가혹할 것입니다. 12월 한달, 저는 올 한해를 뒤돌아보며, 저의 좁은 시선으로 복잡한 세상을 함부로 재단한 일은 없었는지, 배우려 하기보다는 가르치려 하고, 반성하기보다는 훈계하려 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성찰의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여러분의 2019년 멋진 피날레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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