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글] 황효현 시민기자

황효현 시민기자
황효현 시민기자

술과 친구는 오랠수록 좋다고 합니다. 오래된 술이라야 이름깨나 알려져 있는 서양술일텐데 저는 그런 술의 맛을 구분할 정도로 매니아가 아니라서 무작스런 짓들을 하고는 했습니다. 그 비싼 술로 폭탄주를 만들어 마시는 짓 말입니다. 변명이겠지만 반술 정도 취하고 나면 술맛이고 뭐고 없이 그냥 부어라 마셔라 분위기로 바뀌니까 비싼 술 싸구려 술 구분도 되지 않습니다. 이런 술자리 문화가 이제는 사라져간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술은 그렇지만 친구는 정말 오랠수록 정이 더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 말은 새로 사귄 친구가 덜 좋다는 의미는 아닐 것입니다. 새로운 친구는 서로 알아가면서 체면의 굴레를 하나씩 벗어던지게 되는 맛이 있는가 하면, 오래된 친구는 되새김질할 수 있는 추억거리가 많아서 세월을 잊게 합니다. 이렇게 각각의 친구들이 주는 맛이 서로 다른 것 같습니다. 마치 화이트 와인과 레드와인의 차이라고나 할까요.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저는 친구 만나기를 좋아합니다. 친구의 친구를 만나는 것도 좋아합니다. 제가 믿고 좋아하는 친구가 저친구 괜찮아 그러면 바로 긴장을 풀어 버립니다. 저만 그러겠습니까. 사람살이가 얼추 비슷할 것입니다. 그런 오래된 친구를 만나면 자연스럽게 술을 마시게 됩니다. 술은 뭐랄까 일종의 윤활유이니까요. 덤덤하던 술자리가 소맥 3배 돌고 나면 훈훈하게 바뀝니다. 소매를 걷어올리고 목소리는 점점 커집니다. 

우리가 나누는 대화의 70% 정도는 아마 재방송일 것입니다. 그런데 드라마 재방송을 보면 저런 장면이 있었나 할 때가 있듯이 우리 대화 재방송도 언제나 새로운 발견이 있습니다. 살아온 세월에 걸맞게 나라 걱정도 좀 하고 세계 정세도 비평하고 '동백꽃 필 무렵'의 용식이도 들었다 내렸다 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직진사랑 용식군도 '황'가였군요. 이런 자리의 절제는 부도덕입니다. 그래서 저는 또 만취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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