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글] 황효현 시민기자

황효현 시민기자
황효현 시민기자

저는 미식축구를 좋아합니다. 32개 팀중 제일 좋아하는 팀이 New England Patriots입니다. 풋볼 시즌에는 주말을 풋볼과 함께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제가 요즘 풋볼 보는 재미가 좀 시들해지고 있습니다. 시간의 힘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 안타깝기 때문입니다. 

Tom Brady는 현역 최고령 선수입니다. 이미 NFL의 수많은 기록들을 갈아치웠고, 슈퍼볼에서도 5번 우승한 전대미문의 대스타입니다. 1977년 8월 생이니 만 42세입니다. 이 나이에 격렬한 풋볼경기의 쿼러백으로 뛴다는 것은 거의 기적이나 다름 없습니다. 지난 주말까지의 올해 기록도 10승 2패로 리그 최선두입니다.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저는 세월의 흔적을 비켜갈 수 없는 브래디를 보면서, 응원과 함께 이제는 어떻게 잘 퇴장할 것인가를 고민해야할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20대의 활력 넘치는 쿼러백들이 등장하면서 NFL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시즌 MVP 칩스의 마홈즈, 작년 슈퍼볼에서 브래디와 맞붙었던 램즈의 고프, 아직은 적응기에 있는 루키 카디널즈의 머레이, 올해 가장 강력한 MVP 후보로 꼽히는 레이븐즈의 라마 잭슨, 라마잭슨과 대학시절 맛수였던 텍산의 왓슨, 이제 중견으로 성장한 시혹스의 윌슨 등등 이들은 다양하고 속도감 있는 공격을 이끄는 주역들입니다. 다양한 공격 작전은 그만큼 수비를 어렵게 합니다. 반면 공격 옵션이 단조로우면 수비가 예측하기 쉽고 공격은 금방 차단당하게 됩니다. 

풋볼게임 (사진=픽사베이)
풋볼게임 (사진=픽사베이)

브래디 중심의 Pats 공격은 위에 언급한 쿼러백들에 비해 단조롭습니다. 당연히 공격이 잘 풀리 않습니다. 그래서 수비로 근근히 버티는 상황에 이른 것입니다. 이긴 10승에서 수비의 힘으로 거둔 승리가 상당합니다. 또 돌핀스, 제츠와 같은 최약체 팀들에게서 거둔 승리도 있습니다. 반면 2패는 패츠의 공격이 철저히 차단당하면서 수비도 상대방 공격에 전혀 맞대응을 하지 못한 경기들이었죠. 원래부터 브래디는 동작이 민첩한 선수가 아니었습니다만 점점 더 작전의 폭이 줄어들면서 움직임 하나하나에 세월의 흔적이 드러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2001년 시즌에 데뷔했으니 올해가 19시즌째입니다. 다음 시즌에도 과연 뛸 수 있을까, 그래서 20시즌을 꽉 채울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어떻게든 이번 시즌을 잘 마무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간절합니다. 다행히도 4게임을 남겨둔 지금 잘하면 4전 전승, 조금 현실적으로 예측하면 3승 1패, 지금과 같이 팀이 흔들리는 상황이라면 2승2패 정도로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퇴장을 위한 준비로는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선거철이 다가오니 세대교체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권불십년이라는데 권력의 그늘에서 호의호식하는 분들은 가슴이 서늘해질 것 같습니다. 아무리 버티고 버텨도 결국에는 자리를 넘겨줄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브래디도 무릎꿇게하는 시간의 힘입니다. 누가 그 힘에 맞설 것이며, 누가 그 힘을 거스를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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