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구 대사관 이야기(21)] 한국의 친구들(3) - 란트그라프 의원

[편집자 주] ‘글쓰기’ 신문은 주독일대한민국대사관 정범구 대사의 ‘대사관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정 대사는 대사관 주변 이야기와 한독 관계 등을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간결하고 논리적인 문장으로, 외교관의 소소한 일상과 깊이 있는 사색, 강대국들과의 이해관계를 담고 있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쓰기’의 모범사례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다양한 현장 사진을 곁들여 국민들에게 외교관이 일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범구 대사는 충북 음성 출신으로 16대, 18대 국회의원을 거쳐 지난해 1월 독일 대사로 부임했습니다.

 

* "내가 어쩌다 한국에 빠져 들었나 모르겠어요. 하고 많은 나라들 중에..."
지난 주 그녀의 지역구를 방문했을 때 란트그라프 (Katharina Landgraf) 의원이 내게 한 말이다. 기민당(CDU) 소속 4선 의원인 그녀는 현재 독-한 의원친선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동독 출신인 그녀는 1990년 봄, 동독 최초의 자유선거로 치러졌던 인민의회(Volkskammer) 의원으로도 선출됐었다. 엔지니어로 지역의 기업체에서 일하던 그녀는 남편의 권유로 정치에 들어오게 됐다고 한다. 1990년 인민의회 선거 때 원래는 남편에게 출마 제안이 들어 왔는데, 그때 사업으로 바빴던 남편이 자신에게 대신 출마할 것을 권해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 오래전 부터 자신의 지역구를 한 번 방문하도록 초청했었는데 지난 주에야 찾아가게 되었다. 그녀의 지역구는 라이프치히 시를 에워싸고 있는 라이프치히 군 (Landkreis Leipzig)이다. 면적 1,400 평방km에 인구는 26만명 정도인데 라이프치히 시로 출퇴근하는 인구도 많다. 이곳은 독일의 대표적인 갈탄 생산지역이기도 한데, 독일정부가 지구온난화 대응조치로 2038년 까지 모든 석탄발전을 중지하기로 결정하여 광부들의 전직, 폐광 지역의 활용 문제 등이 주요 현안이다. 갈탄은 노천 채굴이라 비용이 싸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지탄받고 있어 폐광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이미 이루어져 있다.
독일연방의회는 선거구별로 2명의 의원을 뽑는데 한 명은 직접투표(1. Stimme)결과로, 한 명은 정당투표 (2. Stimme) 결과에 따라 배정받는 비례대표 의원으로 구성된다. 그녀는 직접투표로 선출됐다.

* 남북한 모두와 대사급 외교관계를 갖고 있는 독일에서 독-한의원친선협회장은 독-북한의원 친선 협회장을 함께 맡고 있다. 그 자신 동독 출신인 그녀는 북한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며 남북대화와 한반도 평화에 남다른 열망을 갖고 있다. 한국은 여러 차례 다녀왔고, 북한은 지난 여름 처음 방문했다.

* 이틀 전(11.9) 라이프치히 한인회가 주최하고, 대사관이 후원한, 한반도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음악회가 라이프치히에서 열렸다. 장소는 유서깊은 니콜라이 교회(Nikolai Kirche), 바로 1989년 동독 민주화운동의 시발점, 촛불혁명의 진원지가 됐던 곳이다. 교회 안을 가득 메운 1000여명 관객 앞에서, 한국 뿐 아니라 독일 연주자, 성악가, 합창단이 함께 우리말로 "그리운 금강산", "우리의 소원" 등을 부르는 광경은 장관이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한 란트그라프 의원의 표정도 감동에 젖은 듯.

 

*음악회가 끝나고, 출연자들과의 뒷풀이가 있었다. 같이 가시겠냐는 나의 제안에 그녀가 펄쩍 뛴다. 빨리 가서 남편도 보고, 손주들도 봐야겠단다. 생각해 보니 지난 주 내내 의회가 열려 한 주 내내 베를린에 머물렀을 것이다. 그런데 토요일 저녁까지 한국 관련 행사에 발목이 잡혔으니...
기차역으로 서둘러 향하는그녀를 배웅하고 보니 시간이 벌써 밤 10시다.
집으로 향하는 늦은 밤길, 혹시 그녀는 또 속으로 이렇게 되뇌고 있지는 않았을까?
"내가 어쩌다 이렇게 한국에 코가 꿰었지?

저작권자 © 자연치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